단상 (2021년 11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것이 행복이며
돈이 많아도 면할 수 없는 것이 고통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요즈음처럼
힘든 날들이 계속 이어지는 경험을
하신 적이 없으실 것이나이다.
가족 관계가 돈 때문에 삐뚤어지고
부부관계도 돈 때문에 불화가 자주 일어나며
서로간의 깊은 우정도 돈 때문에 상하고 마나이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서 돈이면 무엇이든지
해결할 수 있는 양 착각하면서 살아들 가나이다.
달도 차면 기울고 태양도 아침에 뜨면
저녁에는 서쪽 먼 산에 걸쳐 있나이다.
존재의 모든 것이 움직이며
생명체를 움직이는 돈 또한 운동을 하나이다.
우리의 사회공동체는 마치 생태계의 먹이 사슬처럼
권력층과 부자 그리고 상류층과 중산층
그 밑에 서민층과 영세 층이
서로서로 엮여 있으면서
회전을 하고 있나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직선은 없으며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나이다.
그래서 인간 공동체 또한 원으로 이루어져 돌고 있기 때문에
영구적으로 고정된 역할은 없나이다.
영구적인 부도 없고 영구적인 가난도 없나이다.
고정되어 있는 것은 죽음이며 움직이는 것은 생명이나이다.
따라서 인간의 역할 또한
서로의 자리와 역할이 바뀌면서
서쪽 산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나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삶은 내가 있을 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고
입장이 서로 바뀌었을 때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푹 삭은 호흡을 힘 있게 만들게 되나이다.
다중우주의 모든 행성들이
가장 중력이 무한한 행성을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활동하고 있나이다.
우리 인생도 끝없이 돌고 움직여야 하나이다.
있을 때는 기꺼이 주고 없을 때는 부끄러워 마시고
과감히 청해야 하나이다.
내가 있을 때 많이 뿌려놓은 사람은
내가 없을 때 이웃들이 바구니에
과일들을 담아 초인종을 누를 것이나이다.
반대로 내가 있을 때 인색했던 사람은
아무도 그 사람의 대문을 두드리지 않을 것이나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어김없이 바뀌듯이
우리의 삶 또한 부와 가난, 기쁨과 슬픔, 육적인 고통과 건강
그리고 행복과 고통, 평화와 불안이
반복해서 이어질 것이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우주적 이치와 진리에서
벗어 날 수도 없으며 달아날 수도 없나이다.
만약 이 궤도에서 이탈한다면
그것은 바로 죽음 밖에 없나이다.
참으로 진실하신 님이시여,
어떠한 아픔이나 불행이 덮쳐 와도
우리는 살아야 하고 숨을 쉬어야 하나이다.
긴 한숨을 거두시고 편안한 호흡으로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맞이하소서.
어차피 겪어야 한다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환경과 사람을 피하지 마시고 품으셔야 하나이다.
우리 각자의 품은 우주만큼 크고 우주같이 넓나이다.
이러한 우리의 존재를 선과 악의 사슬에 묶어 두지 나시고
지난 일을 용서하고 화해하며 맑은 오늘을 지내소서.
이중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며
단순하게 살아온 사람은 환경과 사람에게 잘 적응하나이다.
우리 각자의 자존심만 버리면
세상만사를 하얀 눈이 내리듯
세상을 행복과 평화로 바꿀 수 있나이다.
풍족해도 기쁘고 부족해도 아쉬움이 없나이다.
너가 사랑스러워도 함께 있으며
너가 미워도 함께 식사를 하게 되나이다.
마음과 정신이 모든 병의 원인으로 작용하나이다.
항상 마음과 정신을 믿음으로 감싸시어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을 지내셨으면 정말 좋겠나이다.
참으로 많이 아프고 힘드시지요?
내 인생의 짐이 제 아무리 무겁다 하더라도
그분의 등에 오르면 모든 것이 가벼워지나이다.
언제 어디서나 혼자 계시지 마시고
하늘을 넓은 등으로 삼아 기대시고 뒹구소서.
그러면 모든 것이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나이다.
하루빨리 만들어 가는 인생에서
만들어지는 삶으로 넘어가소서.
그러면 모든 것이 풍족해 질 것이며
화장을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얼굴을 지닐 수 있나이다.
앞으로 더더욱 어려워 질 것 같나이다.
저 쪽 먼 산 너머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나이다.
생존의 달리기에서 조금 벗어나
작은 오솔길을 밟으소서.
새와 들꽃을 만나소서.
세상과 우주가 다 나의 것이지 않나이까?
돈은 부족해도 살 수 있지만
숲속의 맑은 공기 없이는 살아 갈 수 없나이다.
이제 이 지상의 탁한 공기를 조금만 마시고
하늘의 공기를 폐 안으로 크게 받아들이소서.
그리고 웃으소서.
님께서는 이웃이 많이 있지 않나이까?
지금까지 저희들의 배고픔을 채워주시고
저희들의 냄새 나는 육신을 안아 주셨나이다.
이제 우리는 영적으로 부자가 되었나이다.
지금부터 아니 오래전부터
님을 향해 하늘을 향한 채
님의 안전과 행복과 평화를 위해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두 손을 모으고 있나이다.
하늘의 그분은 가난한 이의 청을
절대 물리치지 않으시나이다.
님께로 부터 많이 받았으며
많이 되돌려 드리겠나이다.
주고받고 하는 것이 사랑이나이다.
사랑은 우주의 진리이며 힘이며 에너지이나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가졌나이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2021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