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21년 10월 묵상카드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 보다
인류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참된 기도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나 자신과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본능이며
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의지입니다.

 

본능은 노력이 필요 없으며
의지는 희생과 아픔이 많이 요구되나이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본능이며
자식이 부모를 존중하는 것은 의지이나이다.

 

본능적인 사랑은 머리가 즐겁고 아프지만
의지적인 사랑은 가슴이 뭉클하고 영혼이 시리나이다.

 

본능은 동물적이며 의지는 인간적이나이다.
본능의 즐거움은 화를 부르고
의지의 시련은 행복을 낳나이다.

 

본능적인 노력의 수고는 상이 없지만
의지적인 노력의 결과는 반드시 많은 이웃을
미소 짖게 하나이다.

 

우리는 요즈음의 세상에서
마치 이웃이 없는 것처럼 살아들 가나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웃이 없다면
사랑을 나눌 대상을 잃게 되고
사랑을 잃게 되면 자신의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느낄 수가 없나이다.

 

자신의 존재적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리면
우울증에 빠지게 되고
우울증에 빠지게 되면
높은 절벽위에 홀로 서게 되나이다.

 

나는 너 없이 살 수가 없고
너 또한 나 없이 숨을 쉴 수가 없나이다.

 

나아가 나와 너는
나무와 꽃들 공중의 새와
하늘의 무수한 친구인 별들이 없으면
존재조차 할 수가 없게 되나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물질이 전부인 세상 속에서
너는 나만큼 귀한 존재이며
나만큼 유일한 의미이며 가치이나이다.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신호등의 푸른색 등을 향해 질주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따뜻한 너를 한 없이 기다리고 있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홀로 있지 마소서.

 

욕심 많고 이기적이며 사회적 성공만을 바라며
바쁘게 사는 사람들의 군중 속에 끼어서 슬퍼하지 마시고
기다릴 사람도 없고
무엇을 살까? 고민하지 않으며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갈등하지도 않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참으로 많나이다.

 

우리 들꽃마을에는
혈연도 떠나고 친구들도 멀어졌지만 한솥밥을 먹으면서
서로가 서로를 의지적으로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살아가는
참으로 자유롭고 착한 사람들의 천상소리가 끊이질 않나이다.

 

여기가 바로 영원한 세상이 아닌가? 싶나이다.
이들 앞에 서면 복잡한 것이 단순해지고
교만한 마음이 겸손해지며
아픈 육신이 가벼워지나이다.

 

우리는 참으로 행복할 수 있나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기뻐할 수 있나이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이
머리의 것들을 가슴의 영혼으로 내린다면
우리 또한 이들처럼 욕심과 아집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본능적인 사랑에서 의지적인 사랑으로 움직여 갈 수 있나이다.

 

참으로 이세상은 좁나이다.
자신의 영혼을 크게 키우시어
무한한 우주의 별들과 은하수를 받아들이소서.

 

이 좁은 지구에서 옥신각신하지 마시고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서
모든 존재들의 여행을 즐기소서.

 

그 속에서 우리는 그 누구를 분명 만날 수 있게 되나이다.
이 세상과 우주를 만드시고 나를 영원히 사랑하시는
그분을 찾을 수 있게 되나이다.

 

이제 신도 보따리도 지팡이도 다 버리고
저와 함께 지구를 떠나 머나먼 존재들의 고향인
그 곳을 향하여 떠나시지 않으시렵니까?

 

그곳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으며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는 자유와 기쁨만이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나이다.

 

우리에게는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이 반드시 존재하고 있나이다.

 

이제 육을 위해 살지 말고
영혼을 위해 살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나이다.

 

이웃과 손을 잡으소서.
이웃과 뜨거운 포옹을 하소서.

 

이웃의 영혼이 보이고
나의 영혼이 손에 잡힐 것이나이다.

 

영혼이 보이는 사람은
이제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짐승이 아니나이다.

 

님께서는 진정한 사람이나이다.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땅을 적시듯이
님의 사랑이 눈송이가 되어
가난한이들의 마을을 하얀색으로
바꾸어 놓았나이다.

 

참으로 위대한신 분이시여!
참으로 진실하신 님이시여!
이미 당신은 그분을 닮았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인류 모두가 나의 이웃이나이다.

 

2021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