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21년 3월 묵상카드

강이 얼었을 때 쉽게 건널 수 있듯이
시련의 추위가 닥칠 때
인생의 강을 빨리 건너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세상은 우리를
질병과 경제적 악화
관계의 소원함과 탁한 공기를 들이쉬면서
불안과 아픔 그리고 시련 속에 하루하루를
가두어 놓고 있는 듯 하나이다.

가계부에 적을 것이 줄어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신앙마저 약해지고 있는 허전함을 어찌해야 하나요?

방금 지나쳐온 겨울은 유난히 추웠나이다.
공기도 차가웠고 마음과 영혼도 참으로 추웠나이다.

주변 나무 가지들은 새싹이 움트는
따스한 봄을 알리고 있지만
우리 마음의 겨울은 언제 새싹이 움틀지
기약이 없는 듯 하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인내와 용기를 잃지 마시고
두 손을 모아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 주소서.

겨울이 길고 혹독할수록
꽃봉오리를 맞이하는 우리의 기다림과 기쁨은
그만큼 더 클 것이나이다.

어차피 봄•여름•가을•겨울이 반복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나이다.

이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자는 나중에 웃게 되고
불평하는 자는 계속 울게 될 것이나이다.

마음과 영혼의 불필요한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
불을 피워 없애시고 그 온기로
마음과 영혼의 차가움을 녹이소서.

나무가 지난 가지들을 없애고
키를 키워가듯이 자신의 지난 세월들의
마른 가지들을 불태워 버리소서.

왜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웃에게 잘못한 것은
쉽게 합리화 시키고 잊어버리면서
이웃이 자신에게 잘못한 것은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하는지요?

왜 우리는 정리하지 못한 지난 세월의 무게를
오늘의 짧은 24시간의
나무 캐어 등에 지는 지게 위에 얹어 둔 채
현실을 그렇게도 힘들어 하는지요?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들보다
훨씬 짧은 돼도 우리의 삶의 무게는
왜 자꾸 더해가고 있는지요?

지구의 시간은 수십 년 수백 년이지만
하늘의 시간은 언제나 오늘이며
현재이면서 영원하나이다.

시간은 변화 속에서 만들어지나이다.

마음과 영혼 안의 선성과 악성의 투쟁 가운데
시간이 만들어지며 이러한 시공간 안에서
고통과 시련이 싹 트게 되나이다.


우리 육에 암세포가 없으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암에 걸리지 않듯이
우리 마음과 영혼에 악성이 없으면
고통과 시련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나이다.

고통과 시련의 뿌리는 악성이며
악성의 뿌리가 자라나
우리 영혼의 창문을 다 가리우게 되나이다.

악성의 뿌리를 뜨거운 사랑의 열로 태워버리소서.

우리는 처음부터 사랑으로 만들어져
사랑으로 자랐기 때문에
사람은 누가 뭐래도 사랑이나이다.

지구의 사랑이 부족하면 하늘의 사랑을 청하소서.
우주의 모든 별과 달과 해는 모두 사랑이나이다.

나의 영혼의 창문을 열고 긴 호흡으로
하늘의 사랑을 깊이 들이키소서.

조용한 곳에 앉아 촛불을 켜놓고 있으면
우주와 하늘을 만날 수 있나이다.

지구의 작은 열기만 사용하지 말고
우주의 무한한 에너지를 받아들이시어
내 인생에 활력을 불어 넣으소서.

태양의 빛이 내 머리 위에 내려앉듯이
하늘의 무한한 힘이 나의 인생을
업고 거닐 것이나이다.

사람의 육은 작지만 영혼은 무한히 크나이다.

사람의 육의 나이는 짧지만
영혼의 나이는 참으로 영원하나이다.

병아리가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을 한 번 쳐다보듯이
늘 하늘과 우주의 모든 별과 해와 달을 품으소서.

그러면 물이 얼어 있는 님의 시련과 고통의 강을
쉽게 건너 푸른 숲과 계곡이 있는 곳에
님의 텐트를 칠 수 있게 되나이다.

가급적이면 촛불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드소서.

참으로 사랑하나이다.

부자들의 자선은 동정이며
님의 자선은 사랑이나이다.

꼭 힘을 내소서.
부족한 저희들이 기도 드리겠나이다.

2021년 3월 9일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