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20년 10월 묵상카드

지구의 물이 70%인데도 마실 물이 적듯이
인류가 이렇게 거대한데도 정작 생수 같은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오늘날과 같이 국가적 투쟁과 공동체 간의 공격과 개인 간의 싸움이
인류역사상 이렇게 심각할 때가 있었나이까?
지금 우리는 모두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불행 앞에 마주 서 있고
Covid-19 바이러스와도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혼돈 그 자체이나이다.
인류 모두가 그렇게도 바라면서 살아오고 있는 평화와 사랑은
참으로 찾아보기 힘들고 불안과 긴장만이 더해 가는 암울한 현실과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만 무겁게 지고 있나이다.

세계의 정신적 지주이며 스승인 교황마저도 침묵하고 있고
각국의 지도자들은 권력쟁취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며
각 가정의 아버지들은 경제적 불안감으로 눈동자가 충혈되어 있나이다.

인간 밖의 생명체 세계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생명 생태계마저
부수고 있는 인간들의 무질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나이다.
명예나 부 그리고 권력 등은 쟁취의 대상이 아니라
인류공동체의 질서와 평화 그리고 사랑으로 쓰여야 하는 데,
그들의 탐욕으로 채워지고 있으니 지구가 살고 싶은 곳이 아니라
공포와 불안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나이다.
하루를 견디기가 옛날의 1년을 건너뛰기보다 더 어려운 세상이 되었나이다.

바다가 이쪽과 저쪽 그리고 이 나라와 저 나라를 구분 짓고 있지만,
깊은 바다 아래의 땅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않나이까?
우리가 피부색이 서로 다르고 부와 권위나 역할이 비록 다르더라도
사람이라는 하나의 고유명사로 묶여 있지 않나이까?
앞으로 닥칠 온난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앙 앞에
서로의 힘을 모아도 힘겨울 텐데 왜 자꾸 인류공동체는
두꺼운 얼음이 금이 가듯이 자꾸만 부서지고 있나이까?

지금에 와서 우리 인류 모두가 함께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나이까?
과연 우리 인류에게 촛불 같은 희망이라도 없을까요?
아니나이다. 반드시 있나이다.

오늘날과 같은 다양성과 개별성이 제아무리 두드러지더라도
우리는 이를 하나로 연결하여 묶을 동아줄이 있나이다.
바로 사랑이나이다. 사랑은 희생이고 질서이며 평화이며 희망이나이다.

수많은 사람이 바뀌기는 어려워도 지도자 몇 사람이 변화되기는 쉬우나이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몇 안 되는 지도자들의 탐욕이
속죄와 눈물로 바뀌어만 준다면 모두가 가능해지나이다.

사계절 하얀 모자만 쓰고 있는 높은 산의 눈들이
속죄와 참회의 눈물이 되어 산 아래로 흘러내려 준다면
세상은 멀지 않은 날에 들판에 꽃이 피고 농작물이 자라나며,
나무가 자라고 새들의 웃음으로 평화와 기쁨의 공기로 가득 찰 것이나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이 고통과 아픔은 세계 지도자들의 잘못이 가장 크나이다.

지구도 돌고 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계속 움직이며 활동하고 있는데,
왜 지도자들은 탐욕스러운 모자를 잠자리에서도 벗지 않으려 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나이다.
분명 역할은 의무이지 행패가 아니나이다.
철새들도 수만 km를 날아돌고 있으며,
상어나 고래들도 수만 km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데,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왜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지요?
역할은 의무이며, 이 의무는 사랑이나이다.

사랑은 반드시 희생이 전제되어야 하며,
희생 없는 사랑은 기만이며 사기이나이다.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눈물을 쏟아야 하며,
작게 받은 사람 또한 작은 눈물을 흘려야 하나이다.

오늘날의 우리 인류는
세계지도자들의 진심 어린 눈물로 발을 씻고 영혼도 씻어
평화로운 영혼을 갖고 싶어 하나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일이 인간의 자유의지로 행해지지 않을 때
하늘의 모든 별이 모여와 세계지도자들의 하얀 모자를 강제로 벗길 것이나이다.
왜냐하면 역할은 위아래가 있어도 사람은 위아래가 없기 때문이나이다.

저 또한 아주 작은 지도자로서
밤마다 멀건 눈물만 흘리면서 잠자리에 드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우리 함께 비록 작은 양이지만 매일매일 따뜻한 눈물을 흘리지 않으시려나이까?
가난한 이들을 돌보시는 님의 사랑의 눈물들만 모아도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듯하나이다.
함께 작은 촛불을 들고 두 손을 모읍시다.

이 세상을 위하여...

참으로 고맙습니다.

2020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