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20년 7월 묵상카드

사랑을 하면서
변화를 강요하는 사랑은
기획된 사랑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서 또한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들 가나이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지 못해도 괴로워하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고통스러워 하나이다.

사랑은 모든 사람의 인생의 중심축을 담당하고 있나이다.
마치 우리가 공기를 들이켜고 다시 내뱉는 것처럼
사랑 또한 주고받으면서 내 인생의 행복과 평화의 주춧돌 역할을 다 하나이다.

이렇듯이 우리 각자의 생애는 사랑 없이 이어갈 수 없음을 체험하면서도
서로가 행복하지 못하고 미움과 저주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들어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나이다.

첫째, 기획된 사랑이나이다.
기획된 사랑은 내가 사랑을 주는 만큼 그 이상으로
상대방의 변화를 요구 하나이다.
이러한 사랑은 너를 통해서 나의 평화를 얻기 위한 계획된 사랑이기 때문에
참으로 이기적이라 할 수 있나이다.

예를 들어 사람이 주는 화분의 물은 양이 많으면
꽃이 오히려 시들어 죽어 가지만
하늘이 내리는 비는 제 아무리 그 양이 많다 하더라도
화분의 꽃은 더욱 성장의 변화를 이어가게 되나이다.
그래서 인간의 사랑은 기획된 것이고 하늘의 사랑은 조건이 없나이다.

둘째,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의 속성이 같아야 하나이다.
우리는 가끔 나의 사랑이 많아질수록
상대의 인생의 나뭇가지들이 비틀리는 것을 보게 되나이다.
이 현상은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이 그 성질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순수해야하나이다.
나는 계란을 주었는데 상대방은 전갈을 받았다고 하고
나는 따뜻한 포옹을 하였는데 상대는 그것을 폭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나이다.
참으로 순수한 사랑은 열매를 보면 그 나무를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의 오늘의 현실을 보고 지금까지 준 사랑을 깊이 반성해야 하나이다.

셋째, 참된 사랑은 상대의 과거를 캐묻지 않나이다.
또한 순수한 사랑은 상대의 미래를 기대하지도 않나이다.
순수한 사랑은 단지 상대의 현재만 보고
현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나이다.

내가 주는 한 주전자의 물의 양보다 사흘간 내리는 비의 사랑이
훨씬 효과적인 것처럼 상대방의 독립된 인격체와 주체성을
하늘의 무수한 별들의 섭리와 힘에 맡겨 드리는 것이
그 사람을 참으로 욕심 없이 사랑하는 것이나이다.
한 인간의 독립적인 인격체와 주체성은
우주의 모든 별들의 가치보다 귀하며 아름다우나이다.

넷째, 내가 준 사랑만 생각하지 말고
상대로부터 받은 사랑도 헤아릴 줄 알아야 하나이다.
주기만 하는 사랑은 반드시 시들어가고
받기만 하는 사랑 또한 서로를 아픔과 고통으로 끌고 가나이다.

암세포는 받기만 하고 주지는 않는 사랑이기에
결국 죽음으로 우리 인생을 검은 천으로 덮고 있나이다.
내가 준 사랑보다 우주의 섭리와 자연의 풍요를 받은 사랑을 먼저 생각하면서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언제나 행복과 평화를 누릴 수 있나이다.

마지막으로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태양이 지구를 위해 존재케 하듯이
자신의 인생 내내 겸손과 희생과 수고로 사랑의 이치대로 아름답게 짜인
우주의 힘을 받아들이시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한 삶을 이어 가소서.
이러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나무가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듯이
자신의 노년의 황금빛 머리카락을 웃으면서 빗질을 하게 되나이다.

지금까지 가난한 이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계시는 님의 머리카락이
황금빛으로 바뀌고 있음을 스스로 확인하소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0년 7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