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뛰어나서 악한 것보다
남보다 부족해서 선한 것이 백번 낫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이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상으로 걸어가고 있나이까?
지금 우리는 큰 사거리의 중앙에 서서
자동차들의 질주의 세찬 바람을 맞으면서
미래 희망의 등불마저도 꺼져 가고 있는
희미한 불빛에 눈망울을 고정시키면서
서로의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있나이다.
얼마나 힘드시나이까?
얼마나 아프시나이까?
얼마나 외로우시나이까?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서 걸어가고 있나이까?
아니면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계시나이까?
일부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부족해서 선한 대다수의 사람들을
도덕과 상식, 진리와 신앙에 어긋나는 힘과 능력을 갖추고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나이다.
우리 각자가 가고 싶은 길은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데
왜 한 쪽 길로만 가야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나이다.
마치 수백 마리의 양 떼를 말을 탄 한 사람의 목동이
공포탄을 쏘고 기다란 채찍을 휘두르면서
한 우리 안으로 수많은 양들을 몰아넣는 상황과 매우 흡사한듯하나이다.
참으로 인간은 어디까지 악할 수 있고 어디까지 탁할 수 있나이까?
우리 육신의 몇 안 되는 암세포가 활동을 시작하면
육신 전체를 죽음으로 몰아가듯이
우리 인간 공동체 또한 몇 안 되는 악한 존재가
사회공동체 전체를 파멸로 이끌어 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나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라는 한 사람의 악한 존재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3,000만 명의 고귀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나이다.
착하면서도 부족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암세포의 무지막지한 공격력을 눈으로 확인도 못한 채 당하고 있나이다.
왜냐하면 암은 불치병이기 때문이나이다. 암이 제아무리 불치병이라
하더라도 초기에 발견되면 생명을 계속 유지할 수 있나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 공동체 전부는 초기 암의 상태에 놓여 있나이다.
초기 암의 진단을 받으면 빨리 병원에 가서 종양을 떼어 내듯이
우리 모두도 상식과 도리, 자유와 진실, 신앙과 진리의 병원으로
급하게 달려가 종양을 떼어 내고 얼마간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나이다.
자유와 진실 그리고 진리와 신앙은 조용하지만
우주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침묵하고 있지만
존재 전체로서 엄청난 함성을 외치고 있나이다.
악성은 특성상 그 전이 속도가 매우 빠르고
현란하지만 오래가지 못하나이다.
선의 속성은 조용하고 점잖지만
그의 위력은 참으로 무한해서 마치 거북이처럼
결승점의 테이프를 토끼보다 먼저 끊게 되나이다.
진실하신 님이시여,
참으로 인간의 자유와 개별성, 주체성은 우주 전체를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고귀성과 숭고함을 지니고 있나이다.
또한, 이러한 인간만이 지니고 있는 절대적 영역의 목에 날카로운
큰 칼을 둘러댄다 해도 우리는 차라리 육을 포기하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영역을 빼앗길 수는 없나이다.
우주의 태양이 지구의 작은 생명체까지도 지켜주듯이 우주의 모든 별들이
힘을 모아 너와 나의 절대적 고유성만은 반드시 보호해 나갈 것이나이다.
지구의 모체는 우주이며, 모체이기 때문에 우주는 지구의 어머니이며
동시에 너와 나의 엄마이기도 하나이다. 어머니의 모성애는 총과 칼보다
더 강하고 끈질기고 우주의 전 희생을 동원하면서까지 우리의 인간성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나이다.
이제 그만 힘들어 하소서,
이제 그만 아파하소서,
이제 그만 눈물을 거두소서,
그리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태양과 셀 수 없는 별들을 바라보소서.
어머니의 치마폭이 우리를 감싸고 있지 않나이까?
태양이 10분만 사라져도 견딜 수 없는 소수의 뛰어난 존재들이
제아무리 격하게 날뛴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활동은 날카로운 진리의 메스로 순식간에 잘려 나갈 것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우리 모두 마음과 영혼의 손을 꼭 잡고 길게 이어서
우주의 태양과 수많은 별들의 손을 잡도록 하시더이다.
악성은 참으로 번개처럼 강하고 소리보다 빠르지만
이 모두가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어떤 절대자의 손길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의지하면서 끝까지 인간다운 인간으로
각자의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나이다.
아직도 가난한 이들 곁에 머물러 계시는 부족하면서
선하신 님이 계시기에 이 모든 일들이 승리로 끝날 것임을
한 톨의 의구심 없이 확인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감사드리고 함께 님의 삶에 저희도 동참하나이다.
“남보다 뛰어나서 악한 것보다 남보다 부족해서
선한 것이 백배 천배 가치가 있습니다.”
2019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