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9년 7월 묵상카드

마음이 좁은 사람은 개미가 공룡처럼 보이고,
마음이 넓은 사람은 공룡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일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시기 질투를 하며 미움과 증오로 까지 치닫나이다.

쉽게 넘어갈 수 있고 부딪히지 않아도 될 일에
이렇게 심각하게 매서운 눈총이 오고가는 것은
여기에 본인의 자존심을 걸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작은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자존심이 작은 사람은 큰일에도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쉽게 넘어 가나이다.
마음이 좁은 사람은 본인의 일이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결코 이웃의 문제를 받아드릴 여유나 공간이 없으며
반대로 마음이 넓은 사람은 본인의 일을 사소한 일로 취급하기 때문에
이웃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소화할 공간적 여유가 크나이다.

마음은 인간 존재의 다른 영역과는 달리 우주처럼 한없이 팽창시킬 수도 있고
반면에 호주머니에 넣을 만큼 작게 만들 수도 있나이다.
참으로 마음은 신(神)이 내린 축복일 수도 있고 또한 불행일수도 있나이다.
모든 세상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나이다.
우리는 마음먹기에 따라서 본인의 인생을 장미꽃밭으로 가꿀 수 있고
아니면 잡초로 뒤덮인 흉가로 버려둘 수가 있나이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나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이나이다.
우리는 인생의 앞마당에 장미꽃을 심어 놓지만
밤새 무성한 잡초더미로 가득해진 자신의 불행들을 마주하게 되나이다.
왜 우리는 잡초더미에 가려져 있는 장미꽃을 찾아 헤매면서도
정작 잡초를 뿌리 채 뽑으려는 수고와 노동은 마다하는지요?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나이다.
“잡초를 열심히 뽑아 놓고 며칠 동안의 여행을 다녀오면
또 다시 가라지가 장미를 가릴 만큼 무성하게 자라 있는 것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그러하나이다. 그래서 잡초는 매일 매일 뽑아야 하나이다.
하루 이틀만 미루어도 내 마음속의 장미꽃을쉽게 덮고 마는 것이 잡초의 특성이나이다.

인간의 마음은 선성과 악성이 함께 자라는 이중적 정원이나이다.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잡풀이 기어 올라오듯이
우리의 마음이 제 아무리 선성으로 두텁게 무장해도
가라지는 여기저기에서 또다시 싹을 틔우나이다.

참으로 이러한 상황을 어찌할 수 없다면
나의 진정한 행복은 만날 수 없는 것일까요?

아니나이다. 분명히 있나이다.
그것은 내 마음의 선성을 한없이 넓혀가는 것이나이다.
장미꽃은 마음의 선성에서 자라고 잡초는 마음의 악성에서 자라나이다.
내 마음의 선성을 운동장처럼, 바다처럼, 우주처럼 넓혀 간다면
가라지가 있다하더라도 거의 보이지 않는 장미밭이 만들어 지나이다.

악성은 마치 암세포와 같아서
마치 콩알만 한 크기가 온 육신을 죽음으로 몰아 부치나이다.
또한 악성은 나의 자존심과 같아서 나의 자존심을 포기하거나
양보하지 않는 이상 육신뿐 아니라 영원한 존재까지도
한쪽 다리가 부서진 의자에 앉아 있게 만드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운전 중 잠깐의 졸음에 생명을 빼앗기듯이
나의 작은 자존심 때문에 영원한 행복을 잃지 마소서.
자존심은 자기 자신만을 이기적으로 지키려는 나쁜 의지이나이다.

자존심은 혈관을 따라 흐르는 피를 탁하게 만들어
나와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무서운 마약 같은 것이나이다.
숲속의 들꽃과 공중의 철새 떼들 그리고 하늘의 무수한 별들,
바다의 셀 수 없는 고기들 그리고 인간 모두는 절대 홀로 존재할 수가 없나이다.

자존심은 무리와 이웃을 떠나 한없이 홀로 있으려 하나이다.
그리고 영원한 불행의 길로 정신없이 달려가나이다.
우리가 살리고 싶은 지구도 작으며 시간 또한 얼마 남아있지 않았나이다.
악성은 자신의 고통과 맞바꾸어야 지워버릴 수 있나이다.
자신의 고통과 희생 없이 절대로 악성은 사라지지 않나이다.

하루빨리 선과 악의 이중성인 지구를 벗어나 선성으로 가득찬 우주에 안착하소서.
이중성이 없어지면 선성의 무한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인정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게 되나이다.

자존심을 없애는 작은 고통하나로 우주를 차지하소서.
자존심을 불태우는 작은 희생하나로 영원한 시간을 마음속에 담으소서.
자존심을 참아 내는 눈물 한 방울로 바다의 모든 물을 차지하소서.

님께서는 이미 이중성이 없는 단순성의 우주선을 타고 계시나이다.
왜냐면 어떠한 곤경 앞에서도 가난한 이웃들의 손을 놓지 않으시기 때문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님께서는 이미 본인에게 주어진 인생의 숙제를 다 마치셨나이다.


2019년 7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