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짓지 않음을 자랑하지 말고
사랑을 행치 않음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이 세상사람 그 누구든지 일부러 죄를 짓는 사람은 없나이다.
누구나 깨끗하고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나이다.
하지만 80년의 생애동안 자신의 환경과 관계의 충돌 속에서
부득이 하게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나이다.
우리는 시시각각 닥쳐오는 이러한 불안한 현실을
자신의 의지로 극복하려 하지만 쉽게 좌절하고 마는 것 또한
인간의 나약함이나이다.
이러한 현실이 반복 지속되면서 행복의 희망마저 희미해지고 있나이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는 공동체보다 개인이 우선이고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있는 현실 안에 갇혀 있나이다.
관계의 소통이 거의 차단되면서
각자의 영혼이 진공상태로 빠져들고 있으며,
이것은 미세먼지의 급격한 증가로 서로간의 소통을
마스크로 막아버리는 현상과 참으로 흡사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오늘날 우리의 불행은 경제적 불황이나 미세먼지의 공습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로 인한 영혼과 존재의 허약함이나이다.
사실 경제의 근복적인 힘은 관계의 원활한 소통으로 만들어 지나이다.
제도가 제 아무리 훌륭하고 완벽하다 하더라도
이는 과일의 껍질 역할 밖에 못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우리 모두가 참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와 네가 진심으로 소통해야 하나이다. 소통은 곧 사랑이나이다.
자신이 중심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중심이 되어야 하나이다.
나의 주체성과 너의 주체성이 적절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부분을 보지 말고 존재전체를 두고 그 사람을 상대해야 하나이다.
그러면 적절한 거리 때문에 그 사람의 옷의 단추는 보이지 않고
옷을 입은 그 사람의 전체 맵시만 볼 수 있게 되나이다.
사실 우리의 사회공동체는 인간 스스로의 편리함과 유익함에 따라
역사적으로 윤리도덕관을 바꾸어 왔나이다.
이렇듯이 시대에 따라 바뀌는 윤리도덕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안목이나이다.
모든 사람의 죄의 무게는 똑같으며 인생의 희로애락의 양도 똑같나이다.
드러나면 죄인이고 드러나지 않으면 의인이나이까?
들키면 몹쓸 사람이고 감추어 놓으면 훌륭한 사람이나이까?
채로 콩을 흔들면 알갱이와 쭉정이가 가려지듯이
지구가 시간당 1700km로 모든 인류를 흔들고 있는 한
감춘다고 소리 또한 없앨 수 없으며 숨긴다고 태양빛을 피할 수는 없나이다.
오늘은 내가 죄인이지만 내일은 당신이 죄인이고
오늘은 내가 의인이지만 내일은 당신이 의인이 될 것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 사람에게 박수를 치고
저 사람에게는 손가락질을 하지 마시고 긴 시간을 두고
지구와 우주가 그 사람을 드러낼 때 까지 기다리시면 아니 되나이까?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마스크를 쓰면서
영혼과 존재의 행복을 위해서는 왜 침묵하지 못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나이다.
우주의 그 어떤 별도 홀로 존재할 수가 없으며
지구가 속해 있는 태양계 또한 쓸모없는 별이 하나도 없나이다.
지구는 분명 태양과 여러 개의 행성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존재하고 있으며
나 또한 공동체에 속해 있어야
영혼과 육신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나이다.
따라서 우리자신들은 이웃의 허물을 보고
쉽게 관계를 단절하지 마시고 나의 존재와 행복을 위해서
그 사람들을 내 인생의 공동체 안에 받아 들여야 하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관계를
윤리도덕적으로 엮어 가지 마시고
보이지 않는 사랑의 끈으로 묶으셔야 하나이다.
휴대폰의 소통도 나와 하늘의 인공위성과
너의 휴대폰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나이다.
부디 나와 하늘(우주)과 가난한 이들과 삼각공간을 만드시어
생애의 어떠한 희노애락도 막을 수 있는 영원한 공간의 집을 지으소서.
사람의 죄는 존재의 티끌 같은 부분일 뿐이나이다.
자신의 죄 또한 영혼의 작은 일 뿐이나이다.
옷을 벗어서 맑은 공기 속에 훌훌 털어 버리시고
참된 행복을 속히 차지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나이다.
님께서는 이름도 성도 모르는 저희들을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공동체를 이루어
삼각형의 영원한 집을 이미 짓고 계시나이다.
모두가 불행해도 님만은 반드시 행복하시리라 믿나이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년 3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