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공전과 자전을 통해서 생명의 에너지를 만들듯이
사람의 人生도 공전과 자전을 반복할 때 활기찬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모든 에너지는 모터가 돌아서 전기를 만들 듯이
회전을 통하여 힘과 동력을 얻나이다.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에너지를 얻어내고
지구는 공전의 힘에 의하여 스스로 자전하게 되나이다.
바로 이 공전의 힘과 자전의 힘이 합쳐져서
우리는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게 되나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연과 우리를 받쳐주는 우주를 비롯하여
나의 육신 모두가 끊임없이 돌고 또 돌고 있나이다.
태양이 중심인 우리의 태양계는 은하수를 따라 함께 돌고 있고
우리 육신 안의 피까지도 쉼 없이 돌고 있나이다.
지구상의 물은 70%로 한정되어 있나이다.
바다의 깊은 물들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에 오르고
하늘에 오른 수증기는 구름이 되며
구름은 목동이 양 떼를 이리저리 몰고 다니듯이
지상의 모든 땅을 바람을 따라 작은 빗방울로 적시면서
개천을 만들고 강을 키워서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회전의 방식을 멈추지 않나이다.
인간의 심장 또한 온몸에 피를 보내고
또다시 모세혈관의 피까지 다시 받아들여
머리카락 한 개부터 온 장기들까지 생명의 노래를 부르게 하나이다.
참으로 빛이고 에너지이신 님이시여,
태양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지만,
지구는 자신의 능력만으로 빛을 만들지 못하나이다.
지구는 땅이며 대기층 밖의 존재들은 모두 우주이나이다.
그래서 지구에는 빛과 어둠이 있고
우리의 육신에도 암세포와 생명세포가 있으며
영혼 또한 선성과 악성이 공존하고
우리 각자의 인생 또한 행복과 시련의 연속적인 반복임을
지나온 삶을 통해 충분히 경험해 오고 있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의 반복된 회전을 통하여
나의 심장이 뛰고 있으며, 쉬지 않는 심장처럼
우리의 인생 또한 각자의 완성으로 끝없이 달리고 있나이다.
옥수수나무의 콩 한 개도 수천 개의 열매를 남기면서 시들어 가는데
우주 만물의 으뜸인 우리 인간의 인생은 왜 빈손으로 떠나야만하나이까?
도대체 우리 人生의 열매는 과연 어디에 있나이까?
머리에 심은 것은 기억으로 언젠가는 없어지지만,
가슴에 떨어뜨린 열매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생의 무수한 업적과 재물과 권력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머물다가 사라지지만
사랑은 남은 사람들과 또다시 태어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영혼에 언제까지나 머무르게 되나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태양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만
달 또한 존재적 의미와 가치의 측면에서
태양과 똑같은 절대성을 지니고 있나이다.
태양만을 향해 뛰지 마시고 가끔은 달을 향해
뒤를 한번 돌아보시면 아니 되나이까?
달은 바닷물의 조석간만의 차를 만들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며 지구의 지축을 받쳐주면서
사계절을 섞이지 않게 질서를 정해주나이다.
공전은 태양과의 관계지만 자전은 달과의 관계이나이다.
이 삼각관계의 이치가 피할 수 없는 영원한 원리이며
에너지인 동시에 생명 자체이나이다.
우리는 80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언제나 위를 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나이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온 날보다
지구를 떠나야 할 시간이 더 가깝게 다가서고 있나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오니 태양을 잠시 등지고
달을 향해 손을 내밀면 어떠하신지요?
낮에는 태양을 향하고 밤에는 달을 마주 보고 있으면서
지상에는 온전한 공전과 자전이 이루어지고 있나이다.
세상에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에게
소박한 밥상을 차리시어 함께 둘러앉아
아름답고 슬픈 식사를 가끔이라도 하시면 아니 되나이까?
태양은 우물 위를 비추지만 달은 우물 안에 담기나이다.
권력과 재물은 머리 위에 있지만,
겸손과 희생과 사랑은 머리보다 낮은 가슴 안에 담기나이다.
태양과 달과 지구의 공동체 안에서 내가 존재하듯이
인생의 마지막 언덕에 앉아 가난하고 힘없는 존재들을 향해
작은 빗방울을 내려 주소서.
님께서는 이미 많은 열매를 가슴속 광주리에 담고 계시나이다.
님의 인생 속에서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똑같이 지나오면서도
님께서는 영원한 삶의 양식을 풍요롭게 지니고 계시나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이 빈손으로 이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님께서는 여러 가지 맛있는 열매들을 가슴에 이고
또 다른 세상으로 발길을 옮길 준비를 하고 계시나이다.
님으로부터 양식을 얻어온 수많은 가난한 이들이
님을 위해 두 손을 모으고 있나이다.
태양은 하나이지만 별은 셀 수 없이 많이
하늘에서 님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별들이 하나둘씩 손을 잡으면서 월계관을 만들어
님의 인생의 머리 위에 씌워드리리다.
태양이 제아무리 위대하더라도
무한한 우주 속에서는 작은 별 하나에 불과하나이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
지금까지 잘 가꾸어 오셨으며
앞으로의 세월 동안 꼭 완성하시리라 믿나이다.
참으로 존경하오며 감사드리나이다.
2018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