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8년 6월 묵상카드

- 단상 2018년 6월 -

하늘의 눈과 비는 골고루 내리지만
사람의 마음은 선택에 따라 내려앉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하늘의 눈과 비는 숲속에 내리어
키 큰 나무와 작은 꽃들도 함께 적셔주나이다.
하늘의 눈과 비는 보드라운 밭에도 내리고
딱딱한 아스팔트 위에도 똑같이 입맞춤을 하나이다.

이렇듯이 자연은 선택하지 않고
모든 것의 모든 것을 적시면서 끌어안나이다.
하오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나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호적인 의지에 따라
이 사람은 끌어안고 저 사람과는 등을 돌리나이다.

사람들은 편안한 환경에는 웃음으로 맞이하지만
고통스러운 환경에는 대문을 열어 주지 않나이다.
하늘의 새들은 누가 모이를 주지 않아도 굶지 않으며
숲속의 들꽃들은 누가 거름을 주지 않아도
저마다의 어여쁜 꽃망울을 터트리나이다.

자연은 이렇듯이 누가 조정하거나 기획하지 않아도
저마다의 삶을 행복으로 채워가는데
우리들은 왜 이렇게 힘들다 하고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해야만 하나이까?

사람의 고통은 이기적이고 기호적인 선택적 의지에 따른 결과이나이다.

사탕을 오래 빨면 이가 상하고
음식을 골라 먹으면 자신의 건강을 잃어버리듯이
나의 이기적인 의지에 따라 사람을 선택하고 환경을 고집하면
내 영혼과 마음이 탁해지나이다.
내 영혼과 마음이 탁해지면 나의 행복은 엷어지고
그 대신 갈등과 고민과 고통만이 두꺼워지나이다.

또한 내 영혼과 마음의 문이 철문처럼 단단해지면
이웃과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소통이 약해지면 호흡이 곤란해져
결국 산소호흡기를 달아야 연명할 수 있는 지경에 까지 다다르나이다.
왜 사람들은 이렇듯이 끊임없이 선택하면서
한없이 힘들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나이다.

주어지는 오늘 하루의 숙제만 내일로 미루지 않아도
우리는 자연처럼 노력하거나 애쓰지 않아도
인생의 풍성한 열매들을 가슴 가득히 안고
노년의 세월을 바람과 함께 자유스러울 수 있을 텐데...

여름 하루의 새벽은 쌀쌀하고 아침은 시원하며 낮은 뜨겁지만
해가 넘어간 밤에는 또다시 시원한 공기 속에 머물면서 살아들 가는데
한낮의 뜨거움을 피해 우리는 양산을 펼치고 에어컨을 틀고
심지어는 선크림을 바르면서까지
자연과 우주가 주는 시련을 끝까지 거절하지 않나이까?

한낮의 뜨거움을 견디지 못한 곡식은 가을 수확의 기쁨도 없듯이
우리들의 인생 또한 하루하루의 시련을 제대로 소화한 사람만이
생의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가 있나이다.

우리는 오늘에 머물러 있으면서
정신없이 내일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나이다.
오늘 하루의 시련도 제대로 소화하지도 못한 채
내일의 계획을 쉼 없이 먹기만 하니
소화불량 상태에서 오늘을 힘겹게 살아들 가나이다.

오늘 주어진 시련을 말끔히 소화한 다음 내일의 계획을 잡으소서.
오늘의 문제를 다 풀고 난 뒤에 내일의 시험지를 받아 드소서.
24시간의 오늘의 시련은 그다지 크거나 많지 않나이다.
우리 각자의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견디어 내고 극복할 수가 있나이다.
강아지를 피하려다 범을 만나는 격으로 오늘의 시련을 피하려다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만나게 되나이다.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소서.
빈약하면 부족한 그대로를, 풍요로우면 풍요로운 그대로를,
고통스러우면 술이나 진통제를 구하지 마시고,
행복하다고 화장을 더 진하게 꾸미지 마소서,
그냥 즐거울 때 웃으시고 고통스러울 때 눈물을 흘리소서.

우리가 이렇게 오늘 하루를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고 산다면
내일과 모래는 계속 웃으면서 살 수가 있나이다.
또한 이 사람 저 사람 고르지 마시고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진심 어린 악수를 나누소서.

 

이 사람을 피하면 저 사람이 나서고
저 사람을 피하면 그 사람이 내 앞에 서있게 되나이다.
이 사람을 인정하면 저 사람을 인정할 수 있고
저 사람을 인정하면 그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나이다.

이 사람을 사랑하면 저 사람도 사랑하게 되고
저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람 또한 사랑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을 사랑하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되나이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면 미움이 없어지며
미움이 없는 영혼과 마음은 언제나 행복하며 자유스러우나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목적이 있어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나이다.

나의 궁극적인 생의 목적은
다름 아닌 모든 환경과 모든 사람으로부터의 자유와 행복이나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자연과 우주의 이치를 득해야 하나이다.

하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여
하늘과 나와 이웃이 막힘없이 계속 돌아야 하나이다.
돌면서 에너지가 발생하고 이 에너지로 나와
우리 주변의 어두운 곳에 빛을 밝힐 수 있나이다.

세상과 우주의 이치는 하나나이다.
님께서 이 삼각형의 이치를 지니고 계신다면
우주의 에너지와 힘을 끌어당길 수 있나이다.
이 우주의 힘으로 원하는 무엇이든지 이룩할 수 있나이다.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
반드시 완성하시어 임종 날이 생애 제일 기쁜 날이 되게 하소서...
이를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충실하셔야 하나이다.

오늘 울고 오늘 웃으소서.
오늘 이 사람도 만나고 저 사람도 함께 만나소서.
님께서는 가장 버림받은 저희들(그사람)까지 만나고 계시나이다.

감사드리면서 님의 생애의 완성을 위해 기도의 축포를 미리 터트려 드리나이다.


2018년 6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