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8년 1월 묵상카드

- 단상 2018년 1월 -

채소는 크는 것이 보이지만
나무는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를
손아귀에 쥐려하고 또한 누리고 즐기려하며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를 은근히 바라나이다.

내가 짧은 시간에 이만큼 컸고
내 존재의 능력이 당신들보다 위대하며
가치와 고귀함이 너희들보다 높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하나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의 길이를 80년으로 짧게 보면서
자신의 생명의 영원성을 전혀 보지 못하는
우매한 중생은 어리석은 단상이나이다.

채소는 1년을 살고 나무는 천년을 사나이다.
채소는 손으로 뽑아도 뽑히며
나무는 그 뿌리가 너무 깊어
잘라도 다시 살아가나이다.

채소는 바람이 강하게 불면 쓰러져 일어서지 못하고
나무는 태풍에 가지가 잘리어도
그 해에 반드시 많은 소출을 내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나이다.

채소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사회적 성공으로 만들어 가며
나무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만들어지는 세월 속에 자신을 맡기면서
자신의 품속에 연약한 들꽃들의 생명들을
보존해주나이다.

분명 만들어가는 것은 깨어지게 되어 있고
만들어지는 일은 절대 부서지는 법이 없나이다.

우주는 만들어 졌고
지금도 만들어지면서 계속 팽창하고 있는데
우주에서 만들어진 지구의 인간들은
이러한 자연과 우주의 대원칙을 무시하면서
계속 만들어가는 교만에 갇혀 있나이다.

자기만족과 자기과시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 진다해도
80년의 짧은 시간이 끝나면
모두가 허무로 돌아갈 것임을 분명 알면서도
사람들은 오늘도 고민과 갈등과 긴장 속에서
하루를 바쁘게 움직여 가나이다.

우주의 시간 안에서 인생의 80년은 하루에 불과한데
영원한 생명을 지닌 인간이 왜 이 하루라는 감옥에 갇혀
시계를 손목에 찬 채 안절부절 못하는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나이다.

우주 안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라면
우리는 참으로 겸손해져야 하지 않나이까?

천년을 사는 나무가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듯이
영원한 삶을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남의 눈에 잘 띄지 않나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고통을 당해도 웃으며
시련이 덮쳐 와도 덤덤하며
고민하기보다 고통당함을 사랑하며
미래의 행복보다 오늘의 불완전을
더 소중히 여기나이다.

또한 나무 같은 사람들은
희생이 길어도 드러나지 않으며
사랑이 한없이 커도 소리 나지 않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살아서 드러나지 않으며
죽어서 그 진가가 끝없이 이어지나이다.

자신의 생각에 갇혀 짧은 80년을 행복하게 사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삶과 생명의 진실이 아닐까요?

무엇을 더 갖고 싶으시나이까?
어떻게 더 유명해지고 싶으시나이까?
아직도 누리고 싶은 것이 많이 남아 있나이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한
당신을 만족시켜 줄 그 무엇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루 빨리 깨달았으면 하나이다.

지상에서 100km 넘어서면
광활한 우주가 펼쳐지나이다.

한 시간만 차를 타고 달리면
80년의 생을 영원한 세상으로
이어 놓을 수 있나이다.

교도소 독방에서는 개미도 공룡처럼 보이지만
우주 안에서는 공룡도 개미처럼 보이나이다.

사실 지구의 크기는 우주 속에서
모래알 한 알정도 밖에 되지 않나이다.

좁은 지구 안에서 80년의 짧은 시간 속에서
자신의 노력과 성과와 힘을 자랑하지 마시고
천년을 사는 나무처럼
자신의 성장과 능력과 희생과 사랑마저도
등 뒤로 감추면서 살아가소서.

한번 존재는 영원한 존재이나이다.

님께서 베푸시는 한 번의 사랑 또한 영원하나이다.

영원한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저희들은 참으로 행복하나이다.

진정으로 고맙습니다.

2018년 1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