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7년 11월 묵상카드

- 단상 2017년 11월 -

잘못한 것이 없는 것이 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행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과학적 근거는
태양계에서 다른 행성들의 관계 때문에
그러하나이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은 홀로 존재할 수 없으며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 또한 홀로 살아있을 수 없나이다.

수많은 태양계 중에서 하나에 속하는 지구에게는
태양은 절대적 존재이나이다.

그래서 지구는 태양을 따라서 공전하는
신하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이다.

하지만 달은 지구의 위성으로써
지구를 따라 돌고 있는 종의 역할을 맡고 있나이다.

태양이 지구에 있어서 임금이라면
달은 종에 불과하나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태양을 절대적 임금으로 받들고 살아가지만
종의 입장인 달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나이다.

햇볕이 부족하면 농작물의 성장을 걱정하면서도
밤하늘의 달의 존재여부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나이다.

하지만 님이시여,
태양의 존재와 달의 존재적 가치와 절대성은
똑같나이다.

태양은 빛과 온도를 주면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유지 발전시키나이다.

하지만 달 또한 지구상의 바다를 출렁거리게 하고
조석간만의 차를 일으켜 바닷물을 끊임없이
정화시키고 있나이다.


또한 달은 23.5°기울어져 있는
지구의 지축을 고정시켜 놓음으로써
지구가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 주면서
사계절의 평화를 보존해주고 있나이다.

따라서 지구는 태양 없이도 존재할 수 없지만
달 없이도 또한 버틸 수가 없나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있는 우리 역시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살아들 가나이다.

나의 인생 속에서 내가 섬겨야 할 사람이 있고
또한 내가 부릴 사람이 함께 있게 마련이나이다.

이 세상의 그 누구든 나는 위의 사람과
아래 사람의 중간에 위치하게 되나이다.

그래야 나의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나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은
위의 사람에게는 갖은 존경과 관심과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아래 사람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사회의 현실이나이다.

이렇듯이 위와 아래의 중간 위치에 있는
우리 각자의 역할이 한 쪽으로 쏠리면서
사회전체의 공동체적 균형뿐만 아니라
내 인생의 기획적인 구조에 금이 가고 있나이다.

둘은 사적인 관계이며 셋 이상은 공동체이며
이 공동체는 곧 공이나이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공보다 개인위주의 사가 중시되면서
사회전체의 힘과 에너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나이다.

제 아무리 좋은 고급 승용차라도
에너지 없이는 엔진조차 켤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수한 희망적 기획만 쏟아 내고 있지
그것을 실행할 에너지는 관심 밖의 일로 취급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우리사회에는 내 밑에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나이다.

교도소 사람들, 장애인들,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
술주정뱅이들,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들이
참으로 많나이다.

참으로 내 인생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행복과 평화를 바란다면
위의 사람만 쳐다보지 말고
아래 사람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지니셔야 하나이다.

위의 사람들에게 향하는 마음은 본능이지만
아래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은 의지이나이다.

의지는 노력이며 희생이나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 편안함의 추구에 취해서
비틀거리고 있나이다.

그 누구도 자기를 희생하고 양보하면서
아래로 내려가려하지 않나이다.

이러한 위기의 사회공동체에 속해 있는 나는
과연 홀로 행복할 수 있고 홀로 평화로울 수 있겠나이까?

이 우주의 무한한 힘과 이치가
나의 안일한 상상을 그냥 내버려두지는
절대 아니 할 것이나이다.

사람들은 많은데 참된 일꾼은 참으로 드무나이다.

얼마 되지 않는 일꾼들의 노력과 봉사
그리고 희생과 사랑으로
다시 이 사회공동체를 병석에서
일으켜 세울 수 있나이다.

사랑은 곧 진리이며
우주의 불변적 이치이나이다.

님께서 사랑을 행함으로써 우주의 이치와 힘과 하나 되어
우주적 에너지를 이 땅에 끌어 올 수 있나이다.

이러한 사랑의 역학적 현실이 바로
기적이며 신비이나이다.

님께서는 이미 가난한 저희들과의 관계에서
이 기적을 이 땅에 현실화시키고 있나이다.

잘못한 것이 없는 것이 잘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행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7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