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7년 10월 묵상카드

- 단상 2017년 10월 -

교도소 독방의 개미는 공룡처럼 보이지만
넓은 공간에서는 공룡이 개미처럼 보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고통이 마치 공룡처럼 유난히 크다고
생각들 하나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이 공룡처럼 클지라도
개미처럼 작다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인생들도 있나이다.

고통은 참으로 상대적이나이다.
받은 사랑이 작고 불만이 많을 때는
고통은 한없이 부풀어지고
반대로 받은 사랑이 많고 감사할 때는
고통은 한없이 줄어들게 되나이다.

마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시간이 짧게 느껴지고
지루한 영화를 보면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과 흡사하나이다.

또한 극심한 육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은
인생이 마냥 길게 느껴지고
반면에 건강하고 부유한 사람에게는
세월이 유수처럼 지나면서
인생은 너무 짧다고 푸념하나이다.

우리가 같은 인생을 살면서
모두 똑같이 겪어야하는 과제가
바로 고통이나이다.

부와 권력의 양은 서로 달라도
우리 모두에게 사계절이 똑같이 함께하듯이
고통의 양 또한 같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만이 세상 고통을 다 지고 사는 것처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나이다.

그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이나이다.

첫째, 하루하루 주어지는 고통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한 사람은 마치 숙제를
미루어 놓은 아이처럼 오늘 주어지는 고통이 살아오면서 해결해 내지 못한
상처와 합쳐지기 때문에 오늘의 작은 고통이 크게 보일 뿐이나이다.

실 우리는 아직도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상처를 그대로 안고
살면서 수십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그들을 원망하고 슬퍼하고 있지 않나이까?
따라서 숙제는 미루는 것이 아니라 그날그날 꼭 마무리해야 하나이다.

둘째,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모 덕분에 별다른 시련 없이 살아온
사람들은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늘의 작은 고통의 돌멩이에도 쉽게 넘어지나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금까지 겪었어야 할 고통을 체험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닥쳐오는 큰 고통들 앞에서 쉽게 주저앉고 마나이다.
심하면 자신의 목숨까지 끊는 잘못을 범하기도 하나이다.

그러하기에 부모들은 자신들이 제 아무리 부와 권력을 지니고 있다하더라도
그것으로서 자식들이 겪어야 할 고통의 양을 줄여서는 절대 아니 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부와 권력을 손에 쥐기 위해 끝없는
경쟁을 하고 있으며 자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독려하고 있나이다.

셋째, 지금 고통이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받은 것에 대한 감사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나이다.

사실 나 자신은 아무런 대가를 치루지 않고 생명과 존재를 얻었으며
숲 속의 들꽃과 싱그러운 공기, 그리고 바다의 무수한 고기들과
흡족한 비와 따사로운 태양빛을 무상으로 받았나이다.

더 나아가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들과 무한한 우주의 오차 없는
질서와 힘을 받으면서 오늘의 내가 살아가고 있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 사람처럼
불평하고 원망하면서 자신의 오늘의 고통을 계속 키워가고 있나이다.

무엇보다도 먼저 받은 것에 대한 감사부터 시작해야 하나이다.
감사에서 사랑이 나오고 사랑에서 행복이 만들어 지나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죽었던 사람들 대다수가
유년시절에 가난과 환경의 결핍을 톡톡히 겪으면서
이들 모두를 기꺼이 극복했던 사람들이었나이다.

고통과 시련은 마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어지는 것처럼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인생의 고통과 시련이 인간의 잔꾀로서
건너 뛸 수 없는 과제라면
그날그날에 주어지는 아픔을
그날에 소화시키고 잠자리에 드셔야 하나이다.

그날그날의 숙제를 먼저 해 놓고 나면
삶의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시이소 놀이도 하며
모래성을 쌓으면서 동네아이들과 깔깔거리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나이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늘의 자신의 모습과 처해진 환경을
먼저 인정해야 하나이다.

나를 인정하면 후회가 생기고
후회는 반성을 낳으며 반성은 용기를 구하며
용기는 현실을 극복하여 행복을 만드나이다.

나 스스로를 먼저 인정하고 사랑할 때
타인의 허물도 인정되며
나 스스로가 먼저 자족할 때
나와 너와의 비교의 장벽이 허물어지며
장벽이 허물어짐으로써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될 수 있나이다.

이것이 바로 인생의 완성이며
진리인 사랑의 완성이나이다.

감나무에 홍시를 만드는 것은 자연이지만
그것을 따 먹는 수고는 사람이 지불해야 하지 않나이까?
우리의 짐은 이렇게 가볍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항상 감사하소서.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가 님의 것이 아니오니까?

참으로 고맙습니다.
감나무 높은 곳에 오르시어 저희들에게 택배로 보내 주시는
님의 삶속에 항상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2017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