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7년 9월 묵상카드

- 단상 2017년 9월 -

시이소 놀이처럼
너와 나의 형평의 무게가 같아야
삶이 행복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 각자의 인생은 시이소 놀이에 비유할 수 있나이다.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무거우면 시이소 놀이가 재미가 없는 것처럼
너와 나의 인생의 행불행도 너와 나의 무게가 같을 때 즐거워지나이다.

우리는 관계 속의 존재들이기 때문에 너 없이는 내가 살 수 없고
너 또한 나 없이는 삶을 이어갈 수가 없나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때부터인가 나는 너 없이도 살 수 있고
너는 나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개인중심의 시대에 물들어 있나이다.

내 인생의 중심 축 의자에 나만 앉아 있고
이웃이 같이 앉을 공간은 거의 보이지 않나이다.

그러다 보니 삶이 흔들리지 않고 머리와 가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화석화되어가고 있으며
혼자만의 자유를 마음껏 구사하면서
광화문 거리의 세종대왕의 동상으로 자아도취에 빠져 있나이다.

교도소의 독방에 갇히기는 그토록 싫어하면서
굳이 원룸생활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이나이까?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와 우주의 수많은 별들도
홀로 존재할 수 없는 것이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이치이나이다.

멸치가 없다면 고등어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수많은 서민이 없다면 재벌도 대통령도 고위성직자도 있을 수 없나이다.

자연의 생명체가 먹이 사슬의 연결 줄을 잡고 살아가듯이
사람들도 사회공동체 안에서 나는 너의 손을 잡아야 살 수 있고
너는 나의 손을 잡아야 서로가 삶의 양식을 얻을 수 있나이다.

우리 자신들의 호흡 하나 하나도 내 몸속의 서로 다른 장기들이
상호보완작용의 공동체의 소통과 화합으로 만들어 지고 있나이다.

우리 육의 활동이 공동체적이라면 우리의 생명과 존재 자체의 뜀박질은
더욱 더 공동체적이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우리 모두는 80년의 짧은 생을 살면서 참으로 행복해지고 싶어 하나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처럼
피할 수 없는 고민과 걱정,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고독의 수레바퀴에 끼어서
몸과 마음이 피곤에 지친 채 오늘 하루에 몸을 싣고 살아들 가고 있나이다.

우리의 시이소는 이미 아이들 놀이터에서 멈추어 선지 오래이나이다.

오늘 하루 시간을 조금만 만들어서 시이소 맞은편에 아이들 둘을 태우고
흥겹게 시이소 놀이를 즐기면 아니 되나이까?

너와 내가 손을 잡을 때 행복해진다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권위적인 모자를 벗고 컷팅 할 때 착용하는 하얀 장갑을 벗은 채
이웃에게로 다가서야 하나이다.

우리는 사회 공동체 안에서 저마다의 역할은 분명 달라야 하나이다.
사실 사회적 역할의 구조는 피라밋 모양을 벗어날 수가 없나이다.

또한 저마다의 역할은 높고 낮으며 또한 크고 작으며 무겁고 가볍나이다.

우리가 계급장을 단체로 시이소에 서로 앉으면 시이소는 흔들리지 않고
서로의 몸과 마음은 운동량의 부족으로 병들어 갈 것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너와 나의 무게가 같은 것을 찾아서
시이소에 앉아야 하나이다.

우리에게 서로의 무게가 같은 것은 생명과 존재의 가치이나이다.

사람의 역할은 서로 바뀌어야 전체 공동체가 존립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를 부러워하거나 아니면 멸시하지도 말아야 하나이다.

언젠가는 변하고 바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마시고
영원히 변치 않는 생명과 존재의 존귀함과 숭고함에
관계의 중심을 두어야 하나이다.

이렇게 우리 인생의 가치 중심을 옮겨 놓을 때
나의 인생의 시이소는 삐그덕 거리면서도 즐겁고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웃음이 가득할 것이나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 자존심(自存心)의 자제와 양보이나이다.

자존심(自存心)의 뜻은
너 없이도 나 혼자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는 억측이나이다.

또한 자존심(自存心)은 본인의 악성에서 만들어지는
이기적인 욕심과 야욕의 용광로와 같나이다.
열이 너무 심하면 용광로가 스스로 녹아내리듯이
자존심(自存心)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어리석게 망가뜨릴 수가 있나이다.

자존심(自存心)은 너무나 사적인 영역이나이다.

우리가 참으로 행복해지고 싶다면
사적이고 개인중심의 삶을 하루 빨리 공적인 마당으로 옮겨 놓아야 하나이다.

사에서 공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행해야 할 것은
나와 너를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확인하는 것이나이다.

너의 변화는 나의 에너지도 가능하고 나의 변화는 너의 에너지로 만들어지나이다.

본능적인 자아 중심의 세계를 깨고
의지적인 공동체의 관계 속으로 빨리 들어가야 하나이다.

우주선이 대기층을 뚫고 우주로 진입하기 전에
본체만 남겨둔 채 다른 겉 장치들을 더 떨쳐 내듯이
무한하고 아름다운 공동체에 함께 있으려면
존재와 생명의 본체만 남겨둔 채 사회적 역할의 모자와 제복을
모두 벗어야 하나이다.

자존심을 버리시든지 아니면 암이라는 질병에 걸리시든지
우리는 둘 중에 하나는 선택해야 하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님의 자존심을 버리시고 하찮은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손을 내미시는 님의 인생에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박수를 치고 있나이다.

욕심과 아집을 꺾으면서 차려 놓으신 님의 밥상에
힘없는 약자들의 숟가락을 올려놓으시는 님의 가정공동체에
존경과 축복의 축제가 하늘에서 벌어지고 있나이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2017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