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7년 8월 -
비는 일찍 오고 늦게 오는 차이일 뿐입니다.
내리는 비의 양은 언제나 같습니다.
인생의 우환도 이와 같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올해는 심술궂은 비가 우리 무두를 힘들게 하고 있나이다.
한쪽에는 폭우가 쏟아져 우리를 불안케하고
어느 한쪽에는 심한 가뭄이 들어 몸과 마음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나이다.
하지만 님이시여,
그렇다고 비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실 필요는 없나이다.
일 년 동안 내리는 비는
언제나 똑같기 때문이나이다.
우리 지구상에는 바다가 70%이나이다.
이 바다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하늘의 구름을 만들고
지구의 자전에 의하여 구름들이 세상 곳곳에 자리를 옮기면서
모든 생명들을 먹이고 열매 맺게 하나이다.
바닷물의 양이 변하지 않는 한
비의 양을 걱정할 필요가 없나이다.
다만 비의 내림은 하늘의 영역이어서
폭우와 가뭄과 태풍과 홍수는
우리가 조절 할 수 없을 뿐이나이다.
봄, 여름에 비의 내림이 적당하여
가을의 풍년을 맞는다 하여도
누런 들판 위로 무서운 태풍이 몇 차례 덮치면서
풍족한 농부의 마음을 심하게 할퀴고 가나이다.
들판의 곡식과 숲속의 나무들과
노루와 새들과 들꽃들도 이렇듯이
기쁨과 고통, 걱정과 행복을 껴안고 살아들 가는데
하물며 인간의 한 평생의 희로애락은 오죽하겠나이까?
모든 사람이 한 생애 동안
겪는 고통과 시련의 양은 모두 똑같나이다.
이러한 고통과 시련은 인간 각자의 완성을 위해서
자연과 우주의 섭리로써 마땅히 주어지는 것이나이다.
사람의 시련과 고통은
서로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나이다.
경제적 빈곤 때문에 상담을 청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나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인생의 동반자들과의 관계에서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나이다.
사람은 선과 악의 이중적 존재이나이다.
너가 나를 넘어뜨려 나의 악성을 흔들어서
고통을 유발시키나이다.
만약 너가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나는 스스로 악성의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불완전한 존재로 생애를 마감해야하는
하찮은 사람으로 이 세상을 떠나게 되나이다.
그러므로 너와 나의 관계는
서로를 넘어뜨리는 축복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나이다.
내가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 이 고통의 근본원인이
상대가 아니라 나의 악성임을 인정하는 사람은
참으로 솔직하고 겸손한 사람으로서
모든 사람이 인정하는 참사람으로
성숙되어 갈 것이나이다.
반대로 자신의 괴로움을
끝까지 상대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은
각종 질병을 앓으면서 인생의 저녁시간을
힘들게 보내게 될 것이 나이다.
육신의 암세포도 태어나면서 가지고 이 세상에 들어서듯이
영혼의 마음의 악성도 함께 지닌 채로
세상을 향해 첫울음을 터뜨리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이렇듯이 인생의 시련과 아픔, 고민과 걱정이
피할 수 없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용기 있게 맞이하여 굳건한 의지로
선과 악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두셔야하나이다.
사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사회적 성공은
자신의 존재 안의 선과 악의 투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나이다.
선관 악의 전장에서
완성을 향한 강한 의지가 만들어지며
이러한 강인한 의지는
세상의 옳고 그름과 기쁨과 슬픔을 다 흡수하여
모든 사람의 눈을 자신의 존재로 향하게 하는
역할을 하게 되나이다.
내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높은 자리는
그 의자가 언제 없어질지 불안하며
사람들이 만들어주는 의자는
영원히 치워지지 않을 것이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짧은 생애를 살면서
자연과 우주의 섭리와 활동과 힘에 기꺼이 순응하소서.
이기적인 고집을 부리면서
관계 속에서 본인에게 유익한 사람들과
선택적이고 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악성의 활동을 가히 두려워해야하나이다.
반대로 주어진 관계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기꺼이 견디어 낸 사람들은
남은 생애를 축복 속에서 마냥 행복할 것이나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피할 수 없다면
주어진 희로애락의 숙제를 미루지 말고
그날그날 꼭 해결하소서.
마음이 넓은 사람은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으며
마음이 좁은 사람은 자신이 누울
편안한 침대도 놓을 자리가 없나이다.
사랑은 의지이지 본능이 아니나이다.
부디 자선을 통하여
이웃과의 관계의 힘을 키우시고
서로의 인정을 통하여
너와 나의 얼굴에 평화의 웃음을 만들어 가소서.
님께서는 이미 많은 약자들의 얼굴에
웃음을 그리고 계시나이다.
아니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세상을 살아갈 의지를 만들어 주고 계시나이다.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가 있나이다.
이웃사랑의 행복의 결과가
님에게 충분히 내려질 것을 확신하나이다.
그 사람에게 져주고 님의 인생에서 승리하소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7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