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7년 2월 -
태양이 홀로 있으면 우주가 되지 못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태양이 제 아무리 위대하다하더라도
주위에 다른 행성들이 없으면 우주가 되지 못하나이다.
태양계에서 태양이 중심인 것은 사실이지만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 함께
지구 생명체의 보존과 융성을 위해 존재하고 있나이다.
태양은 태양계에서 주인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지구를 위해서 주인 아닌 종의 역할로서 봉사하고 있나이다.
태양이 행성들을 거느리면서 봉사의 자세를 유지함으로서
지구촌에 생명체들의 합창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나이다.
태양의 봉사자세가 바로 우주를 만드는 비결이나이다.
참으로 이 우주의 주인이신 님이시여,
우리는 80년의 짧은 생애를 살면서
제일 윗자리에 오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며
보다 많은 재물을 차지하기 위해 쉬지 않고 뛰고 있나이다.
권력을 차지하고 재물을 쌓아두면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과 관계하면서
위성의 역할들을 담당하게 되나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그 사람은 우주가 되고
우주가 됨으로써 자신의 생명과 존재를
유지하고 완성시켜 나가게 되나이다.
이러한 목적 달성이 사람이 태어난 목적이며
의미인 동시에 가치이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이러한 출생과 인생의 목적 달성은
우리 각자가 관계속의 주인이면서도
봉사의 역할을 다할 때
만들어지게 됨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나이다.
수직적인 인간관계에서 지구가 낮과 밤
그리고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을 번갈아 가며 맞이하듯이
반은 위에 있다가 반은 아래로 내려와야 하며
봄과 가을의 기쁨을 누리면서도
여름과 겨울의 고뇌와 고통 또한 함께 겪어야 하나이다.
만약 우리 자신들이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기쁨에서 고통으로 왕복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의 생명력은 점차 그 힘을 잃고 말 것이나이다.
정체는 죽음이며 운동은 생명이나이다.
우리 사회를 보면 모든 역할들이 정체되어 있나이다.
정치적 지도자는 끝까지 최고의 자리에서 움직임이 거의 없고
재벌들은 가난한 국민들과 교환하지 않으며
종교지도자들은 권위의 모자를 밤에도 벗지 않으려 하나이다.
높은 산의 빙하가 녹으면서 들판으로 흘러내려
만물이 소생되고 있지만
유독 인간만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려 하지 않나이다.
태양도 저녁이면 서산 아래로 내려앉고
높은 하늘의 독수리도 새끼들이 있는 둥지로 내려오는데
왜 사람들은 자연과 우주의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자신의 존재를 고정 시키려 하는지?
참으로 어리석고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나이다.
우주의 주인인 내가 고집과 아집으로 일관한다면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위성들이 하나씩 둘씩 별똥이 되어
자신들의 궤도에서 벗어나
죽음을 맞이하게 됨을 왜 모르시나이까?
이렇게 정체된 오늘날의 우리 사회 속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정표 없는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으며
문 닫힌 종합병원의 현관 앞에서
그 순번을 마냥 기다리고 있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이대로 우리 모두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나이까?
마냥 이렇게 눈 쌓인 깊은 산에 갇혀 있을 수는
없지 않나이까?
변화는 각계각층의 지도자들의 희생에 의하여
만들어 질 수 있는데
우리 주변에서 그 사람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이까?
다행스럽게도 우리 모두의 공동체 안에는
나비효과가 응용되고 있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는 없나이다.
브라질 밀림 속 나비들의 날갯짓이
정글의 환경에 역학 작용을 일으켜
북미의 허리케인과 토네이도 같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미국의 기상학자들의 연구로 드러나 있나이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우리 사회에 적용 한다면
우리 사회의 변화는 윗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우리 자신들이 이끌어 낼 수가 있나이다.
님의 작은 사랑의 날갯짓이
우리 민족의 막강한 정신 지하자원을 개발하여
우리 공동체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크고 높은 위치의 동상보다
땅 위에 구르는 작은 돌들이 그 소리가 더 크듯이
보이지 않는 님의 사랑과 희생, 봉사와 섬김이
거대한 공동체를 정화시키는 폭풍우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꼭 잊지 마소서.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큰일을 해낼 수 있으며
보이지 않는 힘을 실천하는 사람만이
보이는 것들을 움직일 수 있음을 가슴속에 간직하소서.
모두가 우리를 슬프고 아프게 하고 있지만
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두 손을 모을 수가 있나이다.
모두가 우리를 외면하고 있지만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시는 님께서는
멀리서도 저희들을 안아주고 계시나이다.
눈에 띄지 않는 영웅이신 님이시여.
이 나라의 고귀한 생명들을 꼭 지켜주시고 살려 내소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7년 2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