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있다고 계속 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공중을 나는 새도 저녁이 되면 나뭇가지 위에 내려앉고
낮에 화려함을 자랑하던 꽃들도
밤이 되면 겸손되이 꽃 날개들을 접나이다.
낮에 입고 다니던 화려한 옷도
밤이 되면 옷걸이에 걸어두어야 하고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자기 전에는
극히 자제해야 하나이다.
이렇듯이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24시간 하루를
온전히 화려할 수 없고 온전히 뽐낼 수도 없나이다.
12시간은 고개를 들고 12시간은 고개를 숙여야 하나이다.
12시간은 교만하더라도 12시간은 겸손해야 하나이다.
12시간은 잘난 체하더라도 12시간은 반성해야 하나이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이며 가르침이며
바뀔 수 없는 힘이나이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와 힘을 거역하거나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나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엄청난 혼란과 깊은 좌절감과
답이 없는 허탈감에 빠져 있나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한 지도자의 일탈행위로 빚어지는
고달픈 상황들이나이다.
그 지도자는 왕관을 벗지 않은 채 잠자리에 들었고
권력과 재물의 날개를 나뭇가지에 걸쳐두지 않은 채
밤이 새도록 삼천리금수강산을 날고 다녔나이다.
하루 중에 12시간은 나 홀로 주장을 강하게 고집하더라도
12시간만큼은 사람들과 소통을 했어야 했나이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소통과 교환을 할 만큼 폐활량과 심장의 박동이
크고 튼튼해야 하나이다.
소통은 마치 호흡과 같아서
소통을 멈추는 순간 산소 호흡기를 바로 연결해야 하는
위험에 처하게 되나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도자는 소통의 대상을 5,000만에서
한 사람으로 축소시킴으로써
스스로의 폐활량을 극소화시켰고
급기야 산소 호흡기를 단 채 중환자실에서
회복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나이다.
음식을 가려먹으면 건강이 나빠지듯이
관계도 기호적으로 선택하고 고르면
자신의 역할 또한 급격히 악화되나이다.
우리 모두는 매일 언론을 통해서 군중 속에
홀로 있는 한 지도자를 접하면서
‘권력과 재물이 있으면 저렇게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해도 되는구나’ 하는
나쁜 삶의 모양새를 우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체화되어 왔나이다.
이러한 나 홀로의 삶이 우리국민 모두에게 끼친 악영향은
참으로 되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과오이나이다.
이제 우리들은 더 이상 이웃이 필요 없는
나 홀로의 삶에 익숙해지고 있나이다.
나 자신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자연의 피를 함께 물려받은
공동체이면서도 독립된 인격체이나이다.
우리가 이 사회의 무슨 역할을 맡든지 관계를 통하여
자신의 공동체성을 개발하고 완성해가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출생했나이다.
관계의 소통과 순환을 통해서
삶의 에너지가 분출되고 창의와 개발의 힘이
얻어지게 되나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힘들어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이러한 관계와 공동체의 에너지가
거의 고갈상태에 있다는 것이나이다.
수많은 지하자원보다도
더 크고 값진 것이 바로 인간능력의 자원일진데
우리 모두는 외제승용차를 타고
값비싼 외투로 치장하면서도
삐그덕거리는 나무의자에 앉아 불안한 내일을 향해
초점 잃은 눈망울만 껌벅거리고 있나이다.
나홀로 가정이 이미 30%를 넘어서고 있으며
노인독거사가 세계 1위라는 쓰나미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나이다.
권력과 재물과 사회적 성공이 유일한 인생의
기준이 되어 있는 요즈음의 한국사회를 보면서
“서로 사랑하라”고 가르치는
한 성직자로서의 부끄러움과 잘못을 피할 길이 없나이다.
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아니 되나이다.
오늘도 한반도 구석구석에 햇빛이 비치고 있고
골짜기 이곳저곳까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나이다.
너와 나를 소통하고 손잡게 만드는 유일한 길은
각계 지도층들 특히 종교지도자들의 헌신과 희생뿐이나이다.
헌신과 희생의 상징인 십자가 네온사인이
밤하늘을 찬란히 비추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참담한 오늘의 현실을 끌어안고 슬퍼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은 도대체 누구이나이까?
그 누구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이까?
이러한 어두운 사회 속에서는 작은 촛불하나도
큰 역할을 하나이다.
나 자신 스스로가 그 촛불이 되면 아니되겠나이까?
그 촛불 주변으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면
서로의 손을 잡고 인간은 혼자서는 절대 존재할 수도 없고
또한 살아있을 수도 없다는 것을 일깨워주면 아니되겠나이까?
모두가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는 아우성 속에
희생과 헌신의 십자가를 들고
침묵 속에 거리를 행진하는
그 사람을 참으로 만나고 싶나이다.
우리 국민들의 밭이 나 홀로의 토양이기에
거기에서 자라나온 지도자도
나 홀로의 불통의 열매임을 인정하시면 얼마나 좋겠나이까?
성직자인 저부터 십자가의 촛불을 밝힌 채
삶을 포기한 사람들 가운데 서서
“사랑합니다.” “힘을 내십시요!”
“오늘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초를 보내주시는 분들이 계시지 않나이까?”라고
말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