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6년 8월 -
꽃을 가꾸면 기쁨을 주지만
사람을 사랑하면 고통을 줍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나의 존재는 사랑으로 만들어졌고
사랑으로 성장하여
사랑을 서로 나누면서 무르익어서
사랑으로 생을 마무리 하나이다.
사랑은 재물과 권력으로 얻을 수 없고
미모와 언변으로도 유혹할 수 없나이다.
사랑은 곧 그 사람의 마음이며
영혼이며 존재자체이나이다.
우리각자의 존재는
우주 전체의 무게와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마음 닦음과 영혼의 담금질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나이다.
나는 너를 너무 쉽게 보고
나의 방정식에 너를 끼워 넣으려 하고
나는 너를 너무 가볍게 보고
핸드백 속에 넣고 다니려 하나이다.
그러나 나의 안일한 방정식으로 너를 풀기엔
너가 너무나 무겁고
나의 머리 속에 소중하게 보관하기엔
너가 참으로 크나이다.
태양계의 어느 별 하나도 없어지면
지구 또한 존재 할 수 없듯이
너의 존재적 가치는 나의 생존과 같으며
너의 고귀함의 영역은 나의 희로애락의
세월을 모두 모아도 가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나이다.
내가 기쁘면 너는 사랑스럽고
내가 고통스러우면 너가 미워지나이다.
내가 행복하면 너는 참으로 아름답고
내가 불행하면 너는 참으로 거추장스럽나이다.
내가 진실로 너를 사랑한다면
내가 진정으로 기쁘고 행복해야 하나이다.
내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다면
나는 너를 진실로 사랑할 수 있게 되나이다.
하지만 삶의 희로애락의 너울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면서 너를 사랑한다고 하면
그것은 기만이며 사기이나이다.
나의 가슴이 좁기에 너를 온전히 품을 수 없고
나의 복지부동의 고정된 습성이
너를 숨 쉬지 않는 마네킹으로 만들며
나의 기호적인 선택이
너를 인생의 무대에서 떠나게 만드나이다.
내가 참으로 행복하려면
너와 그 사람이 보기에
언제나 아름다워야 하나이다.
들꽃은 비가와도 웃고
햇볕이 내려 쬐어도 웃나이다.
공중의 새는 여름하늘에도 즐거우며
겨울 하늘에서도 춤을 추나이다.
내가 나를 보고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보고 행복해야 하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에 충실해야 하나이다.
오늘 하루는 영원한 존재인 나의 시간 속에서
너무나 가벼운 희로애락의 무게이나이다.
따라서 나는 먼저 과거의 관계들을 사랑으로
정리해야 하나이다.
이해하고 인정하며 용서하고 사랑하여
씨리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사진첩에 꽂아
두어야 하나이다.
그리고 또한 미래에 불안 또한
우주의 섭리에 맡기고
인생의 책임감을 훨훨 털어야 하나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는 우주적 힘과 섭리와 조화의 힘을 얻어
오늘 하루를 참으로 기쁘게 맞이할 수 있게 되나이다.
내가 풍족하고 크고 넓으면
그 사람의 못난 언행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나이다.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변화를 기다려 준다면
하늘의 섭리가 그 사람과 함께할 것이나이다.
잘난 나에게도 햇빛이 비치고
나로부터 버림받은 그 사람에게도 햇살이
똑같이 내려앉나이다.
내가 나의 선악의 기준을
조그만 자제하고 절제한다면
몇 밤만 지새우면
그 사람에게 사랑스런 꽃 봉우리를
보게 될 수 있나이다.
그 사람의 오랜 시간 동안 길들여 진 잘못된 습성을
윤리 도덕과 선악의 기준을 가지고 함부로 공격하지 마소서.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는데도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듯이
하물며 한 인간의 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
소쩍새가 얼마나 울어야 하겠나이까?
이제 그만 그 사람에 대한 애착의 끈을 놓으시고
자신의 인생 한가운데 당당하게 서 있으소서.
우주의 섭리는 쓸모없는 잡초의 씨앗도 만들어 가는데
사람의 망가짐을 그대로 방치하지는
절대 않나이다.
오늘 당장 가벼운 가방을 등에 메고
넓은 바다의 해변을 동요 소리 흥얼거리면서
천천히 걸으소서.
나의 생명과 자유와 영원함을 거기서 끝없이
만끽하소서.
꽃을 가꾸면 기쁨을 주지만
사람을 사랑하면 고통을 주나이다.
그러나 이 고통의 산 정상에 올라야
세상 모두를 자신의 발아래 둘 수가 있나이다.
내가 행복하면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옳고 그름과 미움과 사랑과
고통과 기쁨의 현악소리에 맞춰
즐겁게 삶과 생명의 춤을 함께 추지
않으시겠나이까?
님은 진정으로 행복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