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6년 6월 -
속이 좁은 사람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속이 부푼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하며
속이 꽉찬 사람은 현실을 말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마음은 마치 풍선과 같아서
불지 않는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고
터질듯이 부는 사람은 미래를 욕심내며
적당히 부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면서
즐거워할 줄 아나이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오늘, 바로 현재뿐이나이다.
지금 햇볕이 비치고 지금 바람이 불며 지금 비가 오나이다.
몸은 거리를 걸으면서도 생각은 과거에 묶여있고
친구와 차를 마시면서도 마음은 미래의 구상에
젖어 있나이다.
이렇게 가슴과 머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데
들꽃의 웃음소리가 들리리 있으리이까?
이렇듯이 마음과 생각이 뒤틀려 있는데
바람의 흥겨운 춤을 어떻게 볼 수 있겠나이까?
과거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면
현실의 대문 앞에 서 있게 되고
미래의 욕심을 접고 나면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게 되나이다.
우리는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과거에 머물 수 없고
제 아무리 빨리 달려도 시계 바늘의 흐름을
앞지를 수가 없나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은 오늘 하루뿐이나이다.
오늘 하루 즐거우면 수십년의 과거를 정리할 수 있고
오늘 하루 충실하면 내일과 모레가 튼튼하게
뒤따라 오나이다.
현재가 불안하면 과거와 미래가 오늘을 괴롭히며
오늘이 긍정적이면 미래와 과거가 축복으로 바뀌나이다.
왜 우리는 오늘, 지금 행복하지 못하나이까?
갸냘픈 오늘의 작은 시간들이
30년의 지난 세월의 파도 속에 부서져 신음하며
오늘의 소중한 작은 것들이
미래의 쓰나미에 휩쓸려 가고 있나이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나무토막이라도 잡으소서.
내 심장이 여전히 뛰고 있고
나의 손과 발이 아직 움직이고 있으며
나의 눈이 하늘의 태양과 별들을 볼 수가 있나이다.
나 자신은 우주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고귀한 생명이며 절대적인 존재이나이다.
숲속의 작은 들꽃부터 우주의 무수한 별들 모두가
나를 위해 존재하며 나의 완성을 위해 응원하고 있나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여시고 오늘의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소서.
비오는 오늘은 나무의 뿌리를 적시고
바람이 세찬 오늘은 연약한 가지들을 유연하게 단련시키며
뜨거운 햇살의 오늘은 작고 푸른열매를
맛있는 과일로 만들어 가고 있나이다.
동물에게는 본성만 있고 인간에게는 의지가 있나이다.
본성만 있어도 싹트고 꽃피고 열매를 맺는데
의지가 있는 인간은 왜 이리 허약하기만 하나이까?
나의 자유의지는 이 세상과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이나이다.
나의 이 주체영역은 오롯이 나의 것이며
그 누구의 간섭이나 공격으로부터도 보호되어야 하나이다.
절대자도 나의 주체영역은 결코 침범하지 않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힘을 내소서. 용기를 가지소서.
나의 의지 하나로 모든것을 할 수 있음을...
나의 주체영역을 강하게 활용하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고
나의 의지를 포기하면 생명과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나이다.
우주의 힘이 다 모아져서
수백억년동안 오늘의 나를 만들었나이다.
그러하기에 우리 자신 각자의 의지는
우주와 세월을 다 품어 낼 만큼 충분히 크며
또한 그것들을 지도하고 다스리기에
넉넉한 힘을 보유하고 있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6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