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6년 5월 묵상카드

- 단상 2016년 5월 -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희생이
진정한 가르침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는 지금 어느 시대보다도 말들을 많이 하면서
살아가고 있나이다.

카톡이나 SNS 그리고 컴퓨터 인터넷과 문자 메세지도 모자라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면서까지
쉼 없이 수많은 말들을 내뱉고 있나이다.

예전에는 너와 내가 단둘이 말을 주고받았지만
현대는 나의 말이 정보기계들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달되나이다.

우리 모두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나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그것은 옳지 않고 저것이 옳다
이것은 거짓이고 저것이 진실이다.

나는 사랑하는데 너는 왜 사랑하지 않니? 하면서
따지고 논쟁하면서 끝없는 말들의 소음 속에서
영혼이 편히 쉴 시간들이 별로 없나이다.

영혼이 피곤하면 정신과 마음이 혼란해지고
정신과 마음이 혼란해지면 심리가 복잡해져
현실을 올바로 판단하고 진행하기가 어려워지나이다.

그러다 보니 서로의 관계가 멀어지고
등을 돌린 채 계속 걷다보니
관계의 에너지는 더 이상 그 작동을 멈추고
우리 모두가 존재의 힘을 잃어가는
자포자기의 나락으로 한 없이 떨어져가고 있나이다.

지구를 포함한 전 우주는 모두 관계 속에서
정확히 질서를 유지하면서
우주를 생존케 하는 에너지를 분출하고 있으며
지구의 생명체들 또한 먹이사슬처럼
정확한 관계의 틀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공생을 지켜주고 있나이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이
이러한 대우주의 섭리와 이치에 어긋나는
나 홀로 주장과 인생을 고집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나이다.

관계의 에너지가 소실되면서 경제의 힘이 축소되고
각자의 지갑이 엷어지면서 주고받는 사랑의 힘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나이다.

바람은 숨을 쉬게 하지만 보이지 않고
따뜻한 기운도 만져지지 않지만 꽃을 피우듯이
너와 나의 관계에서 우리와 우리의 관계에서
보이지 않는 힘을 만들어 행복한 삶으로
한걸음 한 걸음씩 나아갈 수는 없겠는지요?

과학적으로도 존재의 99%는 보이지 않고
1%만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이다.

우리의 걸음걸이를 느리게 하고
심장의 박동을 편안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분명 존재하고 있나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소리 없는 희생이나이다.

자기를 주장하는 소리는 정보통신기계를 통하여 귀에 전달되지만
보이지 않는 희생은 바람을 타고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의 폐로 전달되어
긴장과 고독, 아픔과 불안을
평화로 바꾸어 놓을 수 있나이다.

왜 우리는 눈에 보이는 1% 만 가지고
서로의 관계를 긴장과 불안
공격과 전쟁의 관계로 몰아가고 있나이까?

왜 우리는 1%의 보이는 것만 가지고
수많은 말들로 상대의 변화를 집요하게 강요하나이까?

왜 우리는 세치의 작은 혀로
우주 같은 상대의 존재를
무모하게 깨뜨리려 하나이까?

작은 것이 어떻게 큰 것을 이길 수 있나이까?
그냥 침묵하면서 가만히 지켜보면 아니되나이까?

숲속의 작은 들꽃들도
바람과 비와 따스한 햇볕만으로 피고지고 하는데
공중의 새들도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다가
나뭇가지에 앉았다가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들 가는데
왜 우리는 자연과 우주의 거대한 힘이
상대와 관계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여 들지 않는지요?

내가 가만히 있고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려 주면
상대는 우주와 자연이 스스로 올바른 존재로 키워 갈 텐데
왜 우리는 그들의 소중하고 고귀한 관계를 자꾸 간섭하려 드는지요?

상대가 불안해지도록 자신의 풍선을 왜 자꾸 크게만 불어가나이까?

따스한 봄볕에 자신의 얼굴을 양산으로 가리 우지 말고
훈훈한 바람이 피부에 와 닿도록 엷은 옷을 입으며
봄비에 옷을 촉촉이 적시면서
숲속 길을 잠시라도 걸으시면 아니되나이까?

걸으면서 생각하소서!
작은 희생만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소리 없는 사랑만이 모든 것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

왜 오늘날의 우리사회에는
희생의 바람이 더 이상 불지 않고
따뜻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는지...
안타까운 시간들 가운데 갇히어 서서히 내려앉고 있나이까?

아니나이다.
산꼭대기의 파수꾼 한명이 불을 집혀
연기로써 적의 공습을 알리듯이
님의 작은 희생의 불빛이
밤과 같은 어두운 오늘의 현실을 비추고 있기에
우리 모두는 아직도 살아갈 희망을 거둘 수가 없나이다.

누가 뭐래도 변화와 희망은 보이지 않는
희생과 사랑이 있으므로 가능해지는 일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5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