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6년 4월 묵상카드

- 단상 2016년 4월 -

따뜻한 봄볕은 꽃을 피우지만
뜨거운 뙤약볕은 열매를 만듭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따스한 봄기운이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나이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수많은 꽃들의 잔치에 초대되어
기쁨과 환희의 시간을 보내고 있나이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꽃들의 향연이 끝나면
여름의 고난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나이다.

따스함은 짧고 뜨거움은 기나이다.

만약에 뜨거움의 고통이 싫어서
과일나무에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을 쏘인다면
가을의 수확의 기쁨은 누릴 수 없을 것이나이다.

우리의 삶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인생의 희로애락을 겪으면서
하나둘씩 생의 열매를 만들어 가야만 하나이다.

지상의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이러한 자연과 우주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수억 년을 살아오고 앞으로 살아갈진데
유독 사람들만이 자연과 우주의 이치와 힘을
거부하고 항거하면서 살아가나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름의 고난과 겨울의 추운 헐벗음은 어김없이 반복되는데
우리들은 왜 이러한 엄청난 순리의 힘과
맞서 싸우고 있는지 참으로 어리석기만 하나이다.

우리 인간들이 태양을 절대로 정복할 수 없다면
겸손되이 별들의 질서에 백기를 들고
순응함이 현명한 자세가 아닐는지요?

하늘의 별들과 자연의 수많은 생명체들과
인간육신의 여러 가지 장기들도 어김없이
상호 교환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데
내 가슴속의 마음은 세월이 지날수록
이기심으로 자꾸만 부풀어 가고 있나이다.


나이가 들수록 하나씩 하나씩 버려야만 되는데
우리는 반대로 흰 머리가 많아질수록
하나씩 둘씩 더 주워 담고 있나이다.

어디에 쓰시려고 그렇게 모으시나이까?
어디에 가지고 가시려고 그렇게 쌓으시나이까?

아무리 쌓아놓은 재물이 많아도
하루 세끼이상 먹을 수 없고
속옷을 두벌이상 입을 수 없을진대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시간들을
무거운 지게를 등에 지고
부질없는 고민을 하시나이까?

재물과 권력이 당신의 인생을 완성시키지는 못할진대
부디 마음과 영혼의 평화를 구하여
삶의 마지막 테이프를 끊어야 하지 않겠나이까?

오늘날 현대인들은 파고를 더 이상 원치 않나이다.
마치 인공지능의 알파고의 삶처럼
마냥 이기고 부조건 차지하는
감성 없는 시간들로 짧디 짧은 인생을
채우고 있나이다.

심장 모니터의 곡선이 더 이상 출렁이지 않고
수평을 그리면 죽은 존재로 확인되듯이
고통과 기쁨, 행복과 불행, 성공과 좌절
건강과 질병, 풍족과 부족, 권위와 순종을 번갈아
겪어나가지 않는 삶은
죽은 사람이며 실패한 인생이나이다.

삶과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고통과 아픔
고독과 외로움, 고민과 결핍, 불안과 긴장 등은
너의 탓도 아니고 더더구나 나의 탓도 아니나이다.

이러한 모든 인생들의 높고 낮은 곡선의 진행은
우주와 자연이 인간존재의 완성을 위해서
마련해준 귀한 선물이나이다.

사람들은 짧은 80년의 생을 살면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완성할 의무와 책임을 지닌 채
세상에 태어나게 되나이다.

삶의 진정한 평화와 행복은
지구가 태양주변을 공전하면서 따라가듯이
우주와 자연의 이치와 능력에 순응하면서 살아갈 때
쟁취할 수 있는 들꽃들의 월계관이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공존의 틀을 깨지 마시고 기꺼이 순응하소서.

누구의 잘못이든 그것을 내 탓으로 돌리소서.

두 손에 들고 있는 세 개의 과일 중 하나를
가난한 이들의 식량으로 넘겨주소서.

다음 사람이 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면
두 손으로 꼬∼옥 그 사람의 손을 잡으소서.

다른 사람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하면
반드시 허리를 굽힌 채 답례하소서.

다른 사람이 거친 소리로 자신을 비난하면
기도소리로 조용히 응답하소서.

이렇게 우리 자신들이 심장의 모니터처럼
높은 곳과 낮은 곳을 선택하지 않고
순수하게 받아들인다면
마음의 행복과 영혼의 평화가
님의 존재 전체를 물들일 것이나이다.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나의 인생…….

주체적인 선택과 굳건한 의지로 꼭 완성하시어
푸른 풀밭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면서
우주의 진정한 주인 역할을 담당하소서.

님께서는 이미 가장 낮은 저희들에게도 내려오시고
또한 가장 높은 사람들과도 만나고 계시는
곡선의 고달픈 인생의 시간들을
행복과 완성으로 바꾸어 가고 계시나이다.

참으로 귀하신 님이시여,
님의 인생이 있기에
하늘의 태양이 내일 다시 떠오르게 되고
님의 텅 빈 가슴이 있기에
내년 봄에 다시 들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4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