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6년 2월 -
서로 사랑하면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요즈음 우리 사회주변에는
빈 깡통 구르는 소리가 너무나 요란스럽게 들리나이다.
자동차 소음이라면 창문을 닫아버리면 그만이지만
가슴으로 파고드는 이런 저런 소리들은
피할 수가 없나이다.
머리가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하나이다.
모두가 이기적인 자신의 소리뿐이고
함께 부르는 합창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나이다.
우리는 더 이상 소통하려 들지 않나이다.
소통은 마치 호흡과 같아서 소통이 부족하면
산소 호흡기를 달 수 밖에 없나이다.
생각은 머리로 하고 소통은 가슴으로 해야 하나이다.
소통이 약한 것은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나이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나이다.
혼자 하는 사랑은 독선이며 일방적인 공격이나이다.
자신만의 명분과 합리적인 논리로 서로의 마음들이
심하게 부닥치고 있나이다.
이제 더 이상 한적한 곳이 없나이다.
호수의 파도가 심한 바람에 출렁거려도
깊은 바닥은 고요하지만
우리 각자의 가슴 밑바닥이 혼란스러운데
단정한 옷차림과 교양 있는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이까?
무엇인지 모르오나 그 무엇들이
우리의 가슴 바닥까지 조이고 있나이다.
이제 나는 너가 더 이상 편안하지가 않나이다.
내가 어디에 있든지 나는 너를 조심해야 하고
경계해야 하나이다.
마치 횡단보도의 신호등에 따라 움직이는 나의 모습은
아무리 바쁘고 급해도 무단 횡단을 할 수 없는
두려운 당신으로 바뀌고 있나이다.
마주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기보다
등을 돌린 채 쏜살같이 달리고 싶나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우리가 아니라 각자 이나이다.
우리는 더 이상 서로 사랑하지 않나이다.
숲속의 나무들은 서로 비켜주면서 자라고 있고
얕은 물에 노니는 송사리들은
깊은 물속의 큰 고기들의 공격을 받지 않고 평화를 누리는데
우리의 한 사람 한 사람은 공원벤치에 앉아 있어도
불안하기만 하나이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신선한 바람이 불지 않고 있나이다.
각 계층 지도자들의 소리는 더 이상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대기업들의 큰 수익은 국민들에게 거의 순환되지 않나이다.
최상위의 프로젝트가 아무리 많이 있어도
그것들을 진행하고 완성시킬 에너지가
이제 거의 고갈상태에 있나이다.
흐르는 것이 에너지이며
정체는 죽음이나이다.
피가 모자라서 죽는 것이 아니라
흐르지 않아서 죽는 것처럼
우리는 왜 서로가 서로에게 흐르기를
거부하고 있나이까?
흐름은 위에서 아래로 이루어지나이다.
수평으로 흐르는 강물은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없나이다.
아무리 작은 물이라도
위에서 아래로 흘러야 에너지를 만들 수가 있나이다.
우리의 사회공동체가 다시 힘을 얻으려면
우리 중에 그 누군가가가 낮은 사람이 되어야 하나이다.
바다가 제 아무리 넓고 깊다하여도
작은 강줄기 보다 낮듯이
진정으로 크고 깊은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낮출 줄 아나이다.
하오나 우리는 크게 보이는 사람들이 위에 있고
작은 사람들이 아래에 있으니
자연의 순리와 이치를 심하게 거스르고 있나이다.
이제 우리는 큰 사람들에게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나이다.
아니 기대하지 않아도 되나이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강물을 만들듯이
너와 나의 작은 우리들이 먼저 아래로 아래로 흐르면
아니되나이까?
큰 바위는 구를수록 깨어지지만
작은 조약돌은 구르고 구를수록 아름답게 다듬어 지나이다.
이제 더 이상 기다릴 수도 없고
생각만 할 시간이 없나이다.
영 누워버리면 일어날 수가 없는
환자처럼 되기 이전에 누구 탓하지 말고
나 먼저 희생하고 사랑하는 고독한 싸움을 통하여
낮은 곳으로 향하면 아니되겠나이까?
눈이 하늘에서 땅에로
비가 위에서 아래로
밀도가 강한 것이 밀도가 약한 공간에로
위대한 태양마저 작은 지구에로
따뜻한 빛을 안고 내려오는데
우리 중에 큰 사람들은 왜 아무도 내려오지 않나이까?
보이지 않는 공기가 사계절을 바꾸어 가듯이
보일 듯 말듯 한 작은 우리들이
먼저 아래로 아래로 굴러 내리면 어떠하오리까?
구를 때의 아픔은 크겠지만
에너지를 만드는 그 희망으로
그 위로가 충분하지 않나이까?
서로 사랑하면 소리가 나지 않나이다.
소리가 없는 것이 바로 평화이나이다.
사랑은 자신의 희생 없이 절대 완성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보석이나이다.
희생과 양보와 아픔으로 다듬어 놓은 작은 가락지를
더 낮은 사람들에게 끼워주시는
님의 인생은 벌써 사랑이나이다.
큰 사람들의 합창소리보다
작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침묵이
오늘따라 너무나 크게 보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크고 불안전한 인생보다
작으면서 완성된 인생이 더 큰 가치가 있나이다.
왜냐하면 인생의 무게는 모두가 같기 때문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2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