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6년 1월 -
사자가 수천마리의 물 소떼 중 한마리만을 잡아먹듯이
인생의 어떠한 역경도 존재의 일부만을 공격할 뿐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에는 직선은 없고
곡선만 존재 하나이다.
태양빛과 전파 그리고 내 몸속의 피의 흐름까지도
모두 출렁이는 곡선으로 진행되고 있나이다.
심장 초음파의 스크린을 보면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로 나타나나이다.
우리의 생명과 인생
그리고 존재 또한 숨을 쉬고 있는 한
고통과 평화의 저점과 고점을
쉼 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나이다.
하오나 님이시여,
지금 우리 사회는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으며
더욱 슬프고 아픈 것은
저점을 찍고 다시 희망의 고점으로 향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과 공포로 눈의 초점이 흐려지고 있는 것이나이다.
얼마나 힘드시나이까?
얼마나 고통스러우시나이까?
우리가 이렇게 철조망을 머리에 얹고
높은 담벼락 안에 갇히게 되는 이유는
그 누구 잘못도 아닌 바로 우리 모두의 탓이나이다.
자동차가 있어도 기름이 없으면 달리지 못하듯이
우리에겐 무수한 발전적 계획이 있어도
이를 움직일 동력을 거의 상실하고 있나이다.
동력은 의지이나이다.
의지를 손 놓으면 모든 것을 잃고 마나이다.
5,000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침과 가난
양반과 천민의 계급사회에 시달리면서도
굳건하게 오늘의 태양을 다시 맞이하고 있는
우리 한민족의 은근과 끈기 그리고 지혜와
서로간의 사랑은 너무나 자랑스럽나이다.
하지만 요즈음의 우리 사회를 보면
이렇듯이 아름답고 고귀한 민족의 DNA가
뒤틀려지고 있는 것 같나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법이란 테두리 안에
인간의 고귀한 자유가 갇혀있는 듯하며
선과 정의의 명분아래 짓눌려
호흡마저 어려워지고 있나이다.
과일의 껍질이 두꺼울수록 속살이 쪼그라드는 것처럼
명분이 강해질수록 진실과 사랑은 약해지게 마련이나이다.
과학적으로 봐도 어떠한 존재든
홀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다 하나이다.
다시 움직이고 일어설 힘은
너와 나의 관계에서 얻을 수밖에 없나이다.
자신만의 정의를 홀로 외치는 것보다
관계 속의 아픈 소리가 더 큰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잊어가고 있는 듯 하나이다.
광하문사거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지만
손을 잡고 걷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 안에서도
서로의 몸이 닿는 것을 싫어하나이다.
이제 사람들은 그 누구를 향해
박수를 더 이상 치지 않나이다.
강철로 만든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앞을 지나면서
우리 모두가 의지할 그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나이다.
성서에 보면
“하나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으면 많은 열매를 맺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하였나이다.
5,000만 오늘의 우리 중에
땅속에서 희생과 고통으로 썩어줄
그 누군가가 그렇게도 없나이까?
본인은 썩지 않으면서
장밋빛 희망만을 확성기를 통하여
토해내는 사람들만 우글거리고 있나이다.
작은 불씨라도 있어야 큰 불을 피울 수 있나이다.
그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이 스스로
작은 불씨가 되면 아니 되나이까?
재물과 권력, 명예와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침묵의 희생으로 이웃들에게 희망과 의지의 불이
타오르게 하면 아니 되나이까?
서로 사랑하면 소리가 없어지나이다.
서로 사랑하면 서로에게 필요한 에너지가
공동으로 만들어 지나이다.
진실한 희생만이 너와 나를 서로 마주보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나이다.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자신들은
생명의 원천인 물을 부으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내는 어린아이들의 진흙놀이처럼
우리 모두의 희망의 내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나이다.
보잘 것 없는 저 부터 침묵의 희생을 더 할 것이나이다.
소리 없이 아파하고 소리 없이 울먹이며
소리 없이 더 사랑하여
이 작은 관계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나이다.
님께서 간직하고 계시는 가슴속의 작은 불씨는
그 어떤 풍랑과 역경 속에도 꺼지지 않을 것이나이다.
더 이상 그 누군가를 기다리기보다
가슴속의 불씨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살고 싶나이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고 싶나이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고 싶나이다.
이 소박한 소망을 가진 이웃들이
불씨를 얻으러 오면 외면하지 마시고
그냥 가슴만 열어 놓으시면 되나이다.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는 사랑의 불씨가
여기저기에서 타고 있나이다.
사랑의 님이 계시기에
우리는 아직 절망하지 않으며
진실한 님이 계시기에
희망의 끈을 놓을 수가 없나이다.
님이시여, 참으로 자랑스럽나이다.
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생명의 은인이시나이다.
그 누가 뭐래도 우리 각자의 존재는
하늘같이 높고 바다같이 깊으며 우주같이 넓으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6년 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