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5년 11월 -
혼자 웃는 것보다 두 사람이 함께 우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요즈음 사람들은 혼자 살기를 바라나이다.
혼자 자고 혼자 일어나고 혼자 식사를 하고
혼자 일터로 가나이다.
누구의 간섭도 원치 않으며
또한 그 누구의 도움도 원치 않나이다.
나는 엄마, 아빠 그리고 자연의 상호소통 가운데에서 만들어진
공동체적 존재이나이다.
나의 육신과 인격과 주체영역은 분명히 유일하지만
내 혈관의 피는 공동체성이나이다.
지구도 하늘의 별들과 태양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어떠한 동물도 또 다른 동물들이 없으면
생존을 이어갈 수 없을 진데
유독 우리 인간들만이
자연과 우주의 질서와 힘을 거슬러
홀로 살기를 고집하나이다.
사실 무한에 가까운 광활한 이 우주의 중심은
“나” 임이 분명하나이다.
하지만 이 우주 없이는 나는 존재할 수가 없나이다.
마치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태양이 지구를 위해 존재케 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들도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적절히 순응하면서 자아의 주체영역을
확고히 다져 가면 아니되나이까?
너와 나의 관계가 멀어지면
피의 흐름이 더뎌지고
피의 흐름이 더뎌지면
질병이 발생하여 결국은 자신의 존재자체도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나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값비싼 음식을 계속 먹는 것 보다
집에서 지어먹는 밥이 건강에 훨씬 도움이 되듯이
나 홀로 매일 웃는 거짓 행복보다
가족끼리 밀고 당기며 함께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수고가
진정한 자아의 정체성을 찾아 나아가는
진실한 눈물이 아니겠나이까?
우리가 언제부터 너 없이 있게 되었나이까?
우리가 언제부터 너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큰소리치게 되었나이까?
한 송이 들꽃도 그 자리에서 고개를 들고
그 자리에서 고개를 떨어뜨리는데
왜 사람들만이 그다지도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면서
자신의 인생의 자리를 수도 없이
바꾸고 살아들 가나이까?
이 사람과 저 사람 나 자신 또한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똑같은 인간이나이다.
너와 나 그리고 그 사람 모두가
선성과 악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들이며
봄•여름•가을•겨울처럼
인생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분량도
똑 같이 지니고 있나이다.
이 사람은 고집이 세어 힘들고
저 사람은 무능해서 싫으며
그 사람은 이기적이라서 어렵다고 한다면
결국 우리 자신은 혼자 살 수밖에 없나이다.
혼자 태어나서 혼자 웃고 혼자 웃으며 살다가
혼자 죽는 이름도 없고 성도 없으며
존재감도 없이 잠시 있다가 사라지는
하루살이의 가치 없는 인생을 꼭 고집해야 하나이까?
진정한 자아는 너와 나의 관계에서 찾아야 하며
주체영역의 견고한 확장은 소통 속에서
너와 내가 함께 만들어 가야하나이다.
사람의 인간관계는 본인의 의지로써 조작할 수 없으며
본인의 재물과 권력으로도 정리할 수 없음을
오늘 깨달았으면 하나이다.
너와 나의 원활한 소통 속에 피가 맑아지며
피가 맑아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짐으로써
너를 사랑하게 되나이다.
원활한 소통의 방법은 다음과 같나이다.
지구와 태양과의 호흡관계
즉 소통의 관계비율은 7:3 이나이다.
지구는 태양을 100% 받아서 70%만 쓰고
나머지 30%는 대기권 밖으로
고스란히 내어 보내나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지구가 존재할 수 있고
지구가 존재함으로써
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이 땅에 숨을 쉬고 있나이다.
이러한 7:3의 관계수치는
너와 나의 관계의 소통의 수치와 일치해야 하나이다.
우주와 지구의 관계 수치가
바로 너와 내가 똑 같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DNA 구조이나이다.
따라서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나는 너와 소통해야하나이다.
사랑이란 나의 것을 모두 주는 것도 아니고
또한 너의 것을 모두 받는 것도 아니나이다.
그냥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나의 주장 3개 중에 하나만 포기하고
너 또한 나의 관계에서
너의 강요를 3개중에 하나만 양보하면 되나이다.
너와의 소통은 이렇듯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나이다.
한 손에는 2개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한 개를 들고
끝까지 인생을 살고자 한다면
삶의 중심축이 기울어져 결국 엎어지고 말 것이나이다.
만일에 3개 중에 하나를 스스로 포기하면서
3개 중에 1개의 너를 인정하면서 살아가는 데도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는
원하시는 대로 하시면 되나이다.
그러나 내가 3:1의 원칙을 충실히 지킨다면
결코 헤어지는 법은 없을 것이나이다.
혼자 웃지 말고 함께 울면서
자신의 인생을 완성시켜 나가시기를
간곡히 기도드립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5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