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5년 9월 묵상카드

- 단상 2015년 9월 -

높은 산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함께 품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주는 우리의 인생들에게 차별 없이
고독한 겨울과 뜨거운 여름, 따뜻한 봄과 가을의 수확을
맞이하게 하나이다.

봄과 가을은 짧고
여름과 겨울은 유난히 기나이다.

우리는 본성적으로 봄과 가을은 즐기고
뜨거운 태양과 하얀 겨울을 멀리하나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계절은 우리의 인생을 고통과 고독의 시간으로
시험하고 있나이다.

이는 권력이나 재물로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권모술수나 기발한 기획으로도 피해갈 수 없나이다.

우리가 작은 우산으로서
태양의 뜨거움과 장마를 잠시 피할 수는 있지만
여름 자체의 열기는 식힐 수가 없나이다.
이러한 평화와 고통, 기쁨과 슬픔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양과 똑같은 무게로 다가서나이다.

겸손의 님이시여,
어차피 맞아야 할 회초리라면 피하지 말고 요령피우지 말고,
용기 있게 두 종아리를 걷어 올리는 게 용기있는 지혜가 아닌가요?

지금까지 봄과 가을만을 즐긴 인생은
앞으로 닥칠 여름과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셔야 하고
오늘날까지 아픔과 고통으로 세월을 살아온 인생은
기쁨과 평화의 나들이를 위해
소박한 짐을 챙기시면 되나이다.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흐르고 바뀌면서 함께 존재해가나이다.
만약 우리의 인생역할 또한 흐르고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나이다.
흐르는 물이 깨끗하고 변화하고 바뀌는 것이 살아있다면
우리에게 닥치는 희로애락을 선택하지 말고
용기 있게 수용해야 하나이다.

한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

작은 언덕처럼 살지 말고
큰 산으로 우뚝 서서 나의 인생의 정상에 올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울분과 서러움의 고함소리를
털어내도록 하심이 어떠하실 런지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작은 언덕의 인생위에서
즐거움과 쾌락으로 뒹굴지 마시고
이웃을 위해서도 한번쯤은
이해와 용서의 관용을 베풀어야 하지 않나이까?

본인의 자존심만 조금 양보하면
너와 내가 함께 웃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재물을 쌓아두고 권력을 휘두르는 작은 사람보다
땀 흘려 일하고 삶을 함께 나누는
큰 사람이 참으로 위대하지 않나이까?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우리 자신의 인생을
높은 산으로 만들어 갔으면 하나이다.

진정으로 높은 인생의 산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용기 있게 함께 품으셔야 하나이다.

우리의 인생은
80년의 짧은 시간 밖에 주어져 있지 않나이다.

80년의 짧은 세월을 통해서
하얀 눈이 덮인 모자를 쓰기 위해서는
오늘 하루하루를 귀하게 여기셔야 하나이다.

오늘 하루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들어있나이다.

봄과 가을은 즐기시되
여름의 장마 때는 이웃과 우산을 함께 쓰시고
혹독한 겨울에는 겹겹이 껴입은 옷들 중 하나를
가난한 이웃의 어깨에 덮어주시면 아니 되나이까?

우리가 오늘을 이렇게 인정과 포용
나눔과 사랑으로 소화시켜 나간다면
이웃들이 우리를 보고 큰 산이라 칭송하리이다.

또한 오늘을 제대로 소화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지나온 세월들의 아픔과 상처
증오와 미움들을 말끔히 정리해야 하나이다.

오늘 하루의 삶도 힘든데
과거의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함께 질 수 있겠나이까?

바다의 태풍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지구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의 깊은 물속을
깨끗이 정화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고통이나이다.

우리 몸의 수분도 70%이듯이
각자의 인생 또한 70%의 물로
끊임없이 출렁이고 폭풍이 번갈아 가며 휘몰아치나이다.

우리 인생에 고통의 태풍이 불어 닥칠 때
자기 자신의 지난날의 증오와 미움
아픔과 상처를 씻어야 하나이다.

너무나도 어렵고 힘들지만 이를 극복해내는 사람만이
높은 산의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나이다.

지구의 핵이 우주의 태양풍을 막아내는 것처럼
우리 각자의 삶의 능력은 주어지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나이다.

부디 힘을 내시고 용기를 갖추시어
짧은 80년의 인생을 통하여
영원하고 무한한 우주를 차지하소서.

님께서는 그것을 위해 지금 오늘 하루를
그렇게 살고 계시지 않나이까?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5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