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5년 8월 묵상카드

- 단상 2015년 8월 -

주사위를 천 번 던지면 6개의 숫자의 양이
모두 똑같이 나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 모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서 갖가지 계획과 더불어
실천의 노력을 다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계획은 얼마가지 않아 깨어지고
거기에 걸었던 기대와 희망도 힘없이 부서지고 마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반복하면서
세상을 향해 원망을 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책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불행한 상황이 커져가면서
삶의 호흡과도 같은 인간관계마저
등을 돌리게 되고 자꾸만 홀로 멀어져 가게 되나이다.

우리는 이렇듯이 실패와 좌절의 짧은 경험 속에서
스스로 무릎을 꿇고 마나이다.

하지만 님이시여,
80년의 인생 속에 봄• 여름•가을•겨울이 반복해서
찾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나이다.

계절의 변화를 30년을 겪어도
아니 50년을 겪어도 아직까지 우리는
여름의 뙤약볕과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고독함을 편안하게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인 듯 하나이다.

사람의 출생은 사회적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완성을 위해서 주어지는 것이나이다.

우리가 많은 세월을 지나면서도
아직까지 주어진 상황에 행복할 수 없는 이유는
오늘날의 문제들을 받아들일
내적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나이다.

‘나이가 40이 되면 본인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합니다.

매일 작은 시간을 내어서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한번 비쳐 보시면 어떠하실 런지요?
자신이 거울을 보는 행위는
타인이 나를 보고 평가하는 것과 똑같으나이다.

여기서 타인의 자신에 대한 평가의 기준은 편안함이나이다.

남이 나를 보고 편안하다 함은 나의 내적 공간이 크다는 뜻이고
남이 나를 보고 불편하다고 하면
그 만큼 자신의 가슴이 좁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시면 되나이다.

똑같은 나이 40살인데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은 편안해보이고
어떤 사람은 힘들게 보이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강도 높은 의지로 토해내나이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언제나 바뀔 수 있지만
얼굴만은 숨길 수 없으며
바꾸어 놓을 수도 없나이다.

존재와 인생의 모든 것은 바로 그 사람의 얼굴이
지금 진실되게 말하고 있나이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살아온 사람은
온화한 얼굴로 많은 사람들의 심장의 박동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나이다.

지난 40년 동안 어떤 사람은 1,000번의 주사위를 던졌고
어떤 사람은 10번의 주사위를 던졌나이다.

100가지의 지식보다 한 번의 경험이 더 소중하나이다.
10가지의 반찬보다 컵라면 하나의 경험이 더 귀하나이다.

좋은 부모를 만나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는 것 보다
부족한 부모를 만나 자신의 의지를 키워가는 것이 더 값지나이다.

봄• 여름•가을•겨울을 불평없이
제대로 소화시켜온 사람의 얼굴은 평온하기만 하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앞으로의 봄• 여름•가을•겨울을 통해서
세상을 넘어 우주를 차지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을 확보할 것이나이다.


반대로 사계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잘난 부모의 덕분으로 봄과 가을만을 지내온 사람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여름의 무더움과 겨울의 혹독함을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하나이다.

왜냐하면 모든 인생은 어떤 한 사람도 예외없이
희노애락(喜怒哀樂)의 양을
똑같이 갖고 태어나기 때문이나이다.

주어진 상황뿐만 아니라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인간관계를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완성하셔야 하나이다.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은 다름 아닌 환경과 사람이나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바로 사람이나이다.

이 세상과 우주에 존재하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나이다.

보이지 않는 빛과 전파 그리고 내 혈관 속에
흐르는 피조차 모두 사이클을 그리면서 살아 움직이고 있나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곡선이라면
보면서 체험하고 만지는 우리 각자의 인생이야말로
그 굴곡이 오죽하겠나이까?

평화와 행복과 편안함 그리고 인생완성의
출발점은 인정이나이다.

환경과 인간의 모든 관계에서 먼저 자신의 잘못을 찾아
인정하면 되나이다.

제 아무리 윤리 도덕적으로 본인이 옳다 하여도
거기에는 자신의 잘못이 분명하게 있게 마련이나이다.

어떠한 이유를 막론하고 자신의 약점과 오류를
발견해 내는 사람은 하늘로 부터
노벨상을 수없이 받게 되는 우주속의 발명가이나이다.

우주로부터 만들어진 내가 우주를 다시 품을 수 없다면
그 사람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묻고 싶으나이다.

과거에 얽매이지 마시고
그렇다고 미래에도 급히 달려가지 마시고
주어진 오늘에 충실하시어
자신의 잘못을 찾아 나서소서.
그러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참 편안하게 보인다.
참 행복하게 느껴진다고 말을 건넬 것이나이다.

우주가 지구를 만들었고
지구가 나를 만들었나이다.

나는 지구를 소화시키고
우주를 품에 앉는 인생으로
거꾸로 오늘을 살아가야 하나이다.

참으로 행복하시면 좋겠나이다.
고맙습니다.

2015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