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5년 3월 -
운동장을 뛰지 말고
길을 따라 달려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는 삶의 질적 향상과 각자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쉼없이 뛰고 있나이다.
삶을 기획하고 휴식 없이 실천하며
한 두 가지의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환자복을 입은 채 오늘도 달리고 있나이다.
하지만 가쁜 호흡을 몰아쉬면서
뛰고 난 자신의 현실은 여전히 출발했던
처음의 그 자리임을 확인하면서
눈방울의 촛점을 잃고 마나이다.
우리는 허망한 현실 앞에서
자신과 사회를 원망하며
좁디좁은 원룸공간으로 발길을 옮겨 가고 있나이다.
태양이 지구를 따라 돌아주지 않듯이
자신의 주변 환경과 상황이 결코 본인의 인생을 따라
함께 동참해주지 않음을 깨달아야 하나이다.
자신의 아집과 고집, 삶의 습성과 생활의 고정된 관습에 따라
너와 그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며
또한 변화되지도 않나이다.
이제 그만 자신의 인생의 운동장에서 벗어나
주변에 있는 아무길에나 발길을 옮겨야 하나이다.
주변에 있는 모든 길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갈림길마다에 이정표가 서 있나이다.
운동장은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길을 걸으면 언젠가는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나이다.
인생의 여정을 혼자 달리지 말고
함께 걸어가야 하나이다.
혼자 열심히 달리면서 지치지 말고
함께 천천히 걸어서 열려 있는 목적지의 대문으로
들어가야 하나이다.
동전크기만한 하나의 작은 물질이 대폭발을 통하여
수많은 행성들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별들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지구를 만들었으며
지구는 끝없는 진화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너와 나를 만들었나이다.
너와 나는 천문학적 숫자의 행성들의
신비롭고 절묘한 상호관계의 힘을 모아서
수없는 시간동안 공들여 지금의 나의 코와 입
그리고 머리와 가슴을 빚어냈나이다.
따라서 너와 나는 과학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우주가 함께 만들어 놓은 피조물이며
그 생명의 특성은 공동체성이나이다.
나는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독립된 인격체로서 그 가치와 고유성은 참으로 절대적이지만
나를 성장시키고 완성시키는 과정은
반드시 공동체성 관계를 통해서만 달성되나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우리의 주변 환경은 공동체성보다
개체성이 고집스럽게 활기를 뛰는 현실로
빠르게 굳어가고 있나이다.
이러한 우주의 이치와 힘의 작용에서 벗어나고 있는
오늘의 우리의 현실은 시계바늘이 돌아갈수록
국가적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나이다.
지금의 딱딱한 관계구조를 유연하게 하고
너와 나의 피가 서로에게 수혈되기 위해서는
딱 하나의 방법 즉 사랑의 약 밖에 없나이다.
사랑은 희생과 헌신이나이다.
세상 사람들은 슈바이처의 헌신과 만델라의 용서와 화해를
역사적으로 기억하고 있나이다.
지금 당장 우리 모두에게 절실히 필요한 극약처방은
그 누군가의 헌신과 희생이나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치지도자와 종교지도자
그리고 재벌총수들 중에서 우리가 함께 그토록이나
기다리고 바라는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있나이다.
우리 모두는 이제 서서히 희망을 잃어가고 있으며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나이다.
하지만 작은 불빛이 어둠속에서 큰 역할을 하듯이
지금 오늘 계속 되고 있는
너와 나의 작은 사랑이 이 산 아래에서
저 산 너머에서 깜박이고 있나이다.
갈증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한 방울의 물이 그 생명을 살려내듯이
님께서 들고 계신 사랑의 등잔불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있나이다.
이제 우리 모두 각자의 이기심과 아집 그리고
스스로의 자존심에 지치지 말고
너와 나를 소통시키고 호흡하게 해주는
작은 길을 주변에서 찾아나서야 하나이다.
좁은 길이든 넓은 길이든 모든 길은
우리 육신의 혈관과 같나이다.
지구 세바퀴의 몸의 혈관 길이는
모두가 연결되어 있나이다.
우리는 결코 주저앉지 않나이다.
님의 작은 길에 있기에 사람들은
그 길을 따라 큰길을 만나게 될 것이나이다.
우리는 결코 실망하지 않나이다.
님의 작은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기에
우리의 희망의 열정도 식지 않을 것이나이다.
참으로 감사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나이다.
님이 있기에 참으로 행복하나이다.
고맙습니다.
2015년 3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