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4년 12월 묵상카드

- 단상 2014년 12월 -

마부는 바뀌어도
말은 바뀌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에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사나이다.

저마다 피부색깔이나 성격, 스타일이나 신념
높은 사람 낮은 사람, 가진 자와 가난한 자
지식인과 무지한 자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나이다.

이렇듯이 사람들은
수많은 다양성 속에 살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우리 모두가 똑 같이 지니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마음이나이다.

마음은 선과 악의 이중성 속에 머물고 있나이다.

사람들은 이중성 때문에 관계 속에서 평화가 없으며
스스로 마음의 방에서 조차
편안함과 행복을 누리지 못하나이다.

용서를 했다가도 미워하고
인정을 했다가도 부정하며
이해를 했다가도 오해를 하고
신뢰를 했다가도 의심을 하며
사랑을 했다가도 미워하나이다.

자신의 것이면서도 결코 스스로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이 본인의 마음이나이다.

자신의 선과 악의 이중적 마음은
본인의 의지적 명령을 결코 따르지 않나이다.

왜냐하면 선과 악보다 더 귀하고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존재이기 때문이나이다.

사람들은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선을 쓰기도 하고
또한 악을 이용하기도 하나이다.

그러나 제 아무리 윤리 도덕적으로 완전하다 하더라도
악을 이용하면 결과는 고통이고
선을 사용하면 결과는 평화임을
우리 모두는 수 없이 경험하게 되나이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윤리 도덕적으로 공격하면
나중에 내가 힘들고
그릇된 사람을 선으로 품으면
나중에 내가 행복하나이다.

잘못된 사람을 내 마음에서 지우면
나의 육신에 암 덩어리가 생기고
잘못된 사람을 마음 안에 품으면
정상세포가 생기를 발하나이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뚜렷하게 구분하는 사람은
이중성이 강하며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동시에 품는 사람은
단순성이 크나이다.

그 사람이 틀려서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선과 악의 갈등 때문에
내가 괴롭나이다.

그 사람의 이중성 때문에 내가 힘든 것이 아니라
그 이중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의 좁은 마음 때문에 혼돈스럽나이다.

우리는 이렇듯이 미워하고 사랑하며
인정하고 불신하며
좋아하고 싫어하면서
한 생애를 보내게 되나이다.

우리 모두는 생애의 백팔번뇌에서 언제 해방되며
자유스러울 수가 있나이까?

그것은 단 한 가지,
진실이라는 말을 타고 세상을 달리는 것이나이다.

내 마음이 나의 존재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실이 나의 존재를
끝까지 경호해 주나이다.

진실은 마음자체가 아니라
이중성을 지배하는 내 것도 아니고 너의 것도 아닌
바로 우주의 유일한 능력과 에너지이나이다.

우리는 이를 두고 사랑이라 하나이다.

이 진실은 흙으로 파묻어도 소리를 내며
권력으로 눌러도 밟히지 않으며
돈을 제 아무리 주어도 거래되지 않는
불가침적인 그 무엇이나이다.

농부가 채를 흔들면서 알곡과 쭉정이를 가려내듯이
우주가 지구를 돌리면서 선과 악을 가려내어
곳간에 채우고 버리기도 하나이다.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릴 수 없듯이
나의 선과 악의 이중성에 따라
세상은 기획되고 만들어지지 않나이다.

재물과 권력, 건강과 자신에 대한 신뢰의 마부를 믿지 마시고
내가 죽어도 떠 있는 별들처럼 영원히 존재하는 진실의 말에
힘겨운 인생의 짐들을 맡기소서.

마부는 마음이 두개지만
말은 마음이 하나뿐이나이다.

두 개가 한 개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두개를 포함하나이다.

지구도 하나요, 태양도 하나이며
우주도 하나이고 나의 존재 또한 하나이나이다.

세상과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진실 즉 사랑과 벗하시어
짧디 짧은 나의 인생…….

우주를 움직이는 진실과 사랑
이치와 힘을 차지하소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목적이며 가치이나이다.
이 세상에는 언제나 짐승 같은 사람들로
우글거리고 있나이다.

님께서는 어느 옷을 입으나 무슨 말을 하거나
어떠한 행동을 취하셔도 가난한 저희들에게는
이미 사람으로 보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4년 12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