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4년 11월 -
고통스러울 때는 시간이 길어지고
행복할 때는 시간이 짧아지며
사랑할 때는 시간이 멈춥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 모두는 죽지 않고 영원히 살기를
본성적으로 희망하고 있나이다.
영원하다는 것은 시간이 없는 것이며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멈춘다는 것이나이다.
우리의 존재를 영원히 이어가기 위해서는
시간을 멈추는 공간인 사랑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면서도 힘들어하고
사랑 속에 있으면서도 고통스러워하나이다.
그것은 사랑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나이다.
무한한 우주에는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고 있나이다.
별과 별들이 서로 부닥치지 않고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저마다의 중력 때문에 일정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별과 별 사이의 일정한 거리와 공간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며
이 에너지는 우주의 별들을 존재하게 하는
생명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나이다.
이 힘이 다름 아닌 사랑이나이다.
두개의 별 중에 하나의 별이 2배로 커지면
둘 사이의 공간에너지는 2배로 커지나이다.
작은 별은 커진 별의 에너지를 함께 공유하게 되나이다.
사랑이 커지고 행복을 키워가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나이다.
하늘의 별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인간관계도 이와 같나이다.
내가 커지고 깊어지면
나와 관계하는 너와의 소통에너지도
그만큼 확대되나이다.
내가 너를 진정 사랑한다면
너의 변화를 강요하고 공격할 것이 아니라
내가 고쳐지고 바뀌어져서
너와 나의 거리와 공간의 힘을 키워가야 하나이다.
그렇게 되면 너는 나의 간섭 없이도
스스로 주체적인 변화를 일으켜
진정한 소통의 행복을 얻어낼 수 있나이다.
별들의 중력이 바로 서로의 주체영역이나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도
서로가 서로에게서 계속 멀어지고 있나이다.
너가 싫어서 이혼하고 내가 싫어서 자살하며
너가 힘들어서 암이 걸리고
너희들이 미워서 정신병원으로 가고 있나이다.
우리는 나를 위해서 너를 사랑하고
나의 기쁨을 위해서 자선하며
부를 쌓기 위해 서민들을 사랑하고
권력의 단맛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을 사랑하고 있나이다.
우리 모두의 사랑이 거짓이라는 것은
자살, 이혼, 암발생률, 정신질환 발생률 등의
현상들을 보면 쉽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나이다.
내가 진정 너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옳고 그름의 메스를 들고
상대방을 수술하려 들지 마시고
나의 가슴 속 밑바닥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반성과 침묵의 시간 속으로
허리 굽혀 들어가야 하나이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나이다.
혼자는 공간도 없고 거리도 없나이다.
너가 있기에 나의 공간이 확보되고
너가 있기에 가슴속의 거리가
하늘의 별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나이다.
너는 나만큼 소중하고
나는 너만큼 귀한 존재이나이다.
너 없이는 나는 존재할 수 없고
너 또한 나 없이는 호흡할 수가 없나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나는 너가 될 수 없고
너 또한 내가 될 수가 없나이다.
너와 나의 일정한 거리와 공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바로
너와 나의 숨을 편하게 만들어 주는 폐활량이나이다.
대기 중의 산소의 증가는 지식이나 윤리, 법과 원칙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나이다.
그것은 오직 진실과 정직
헌신과 열정, 지혜와 진리로서만
얻어낼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이나이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는
오늘의 우리의 현실 속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커다란 별을
기다리다가 힘을 다 소진하고 있나이다.
하지만 님이시여,
님은 사랑이지 않나이까?
커다란 별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나이다.
님께서 큰 별이 되어 주시면 아니 되나이까?
큰 별은 큰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에 충실한 것으로부터 큰 힘이 생기나이다.
작은 생명을 하나 살리면
우주의 질서에 동승할 수 있으며
우주의 에너지를 내 인생에 끌어 올 수 있나이다.
작은 사랑의 손으로 큰 별을 만들고 계시는
님의 숨은 노력 덕분에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편안한 호흡을 이어가고 있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4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