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4년 5월 묵상카드

- 단상 2014년 5월 -

하나의 꽃에 두개의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그 누구의 인생도 두개의 열매를
동시에 지닐 수 없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더 든든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서
더 값진 명예를 누리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아끼지 않나이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는
그 어떤 꽃에도 두개의 열매를 허락하지 않듯이
그 누구의 인생에게도 재물과 명예, 권력과 존경을
동시에 선물하지는 않나이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자연의 섭리를 따르면서 피고 지고 하는데
왜 인간만은 이 순리를 거스르면서 욕심을 내는지요?

인생의 모든 화는 과욕에서 시작되나이다.
선한 열매도 맺고 싶고
악한 열매도 버리기 싫기 때문이나이다.

인간의 선성과 악성 모두는 본인의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관리하고 집행하기를 고집하는
자존심이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나이다.

하지만 자연과 우주는 인간의 이중적인 자존심을
결코 용납하지 않나이다.

부자가 존경을 받을 수 없고
권력자가 명예의 월계관을
동시에 쓸 수가 없나이다.

부자가 풍요로운 자선을 통하여
존경과 재물의 옷을 함께 걸치는 것은 참으로 귀한 일이며
권력자가 헌신과 사랑을 행하면서
명예를 동시에 지니는 것 또한
참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나이다.


재물을 얻었으면 존경받기를 포기해야 하고
권력을 차지했으면 명예의 모자는 벗어야 하나이다.

화려한 꽃은 그 피는 시기가 짧고
꽃이 수없이 핀다하여도
모두 열매를 맺는 것은 아니나이다.

우리가 누리는 권력의 화려한 꽃은
그 피는 시기가 짧을 것이오며
우리가 꽂아 놓은 재물의 수많은 화병의 꽃 또한
쉬이 시들고 말 것이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이렇듯이 언젠가는 시들어서 버려지고 말 세상 꽃들에
고귀한 인생을 메어두지 마시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돌비석에
님의 이름 석 자를 새겨 두소서.

우리나라는 수직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감당하기 힘든 사고와 문제 앞에 주저앉아 있나이다.

권력자는 서민에게 내려오지 않으며
부자들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동행하지 않나이다.

비가 위에서 아래로 떨어져 만물을 소생시키고
위대한 태양도 위에서 아래로 빛을 보내면서
꽃 봉우리를 터뜨리나이다.

땅에 있는 모든 만물이
움직이고 자라면서 소리를 내어
아름다운 세상을 장식하듯이
우리도 하루 빨리
위에서 아래로 또다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비가 계속 내려
우리 함께 행복했으면 하나이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권력과 겸손을
동시에 지닌 지도자를 구하기 어렵고
재물과 나눔을 함께 행하는 부자를
만나기가 이다지도 힘드나이까?

마치 이성과 지능만 있고 영혼이 없는 사람들만이
모여 사는 시끄러운 공간 같나이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하거나 포기해서는 아니되나이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모여 강을 만들어 흐르듯이
님의 작은 희생과 사랑의 물 한 방울이
맑을 때나 흐릴 때나 계속 내리어
작은 실개천을 만들고 있지 않나이까?

깊은 산속 작은 옹달샘에
숲속의 많은 동물들이 목을 적시고 가듯이
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작은 개천에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픈 사람들, 삶에 지친 사람들의
영혼의 목을 적시고 있나이다.

대통령과 재벌총수가 있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님이 계셔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4년 5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