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4년 2월 -
속이 좁은 사람은 과거를 이야기하고
속이 부푼 사람은 미래를 이야기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속이 좁은 사람은 과거에만 집착하나이다.
20년 30년 지난 세월의 무게를
오늘의 24시간 안에 가두어 두기 때문에
오늘 하루가 힘들고 무거울 수밖에 없나이다.
내가 힘들고 무거우면 오늘이 결코 즐거울 수 없으며
자신의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기 때문에
실망과 좌절의 세월을 보내게 되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자신의 좁은 마음의 공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마치 교도소의 좁은 공간 안에 살아가는 죄수처럼
상대방의 작은 티끌 하나도 트집을 잡게 되나이다.
이런 사람의 주변에는 이웃들이 머물 수 없나이다.
나를 사랑해 주는 대신 나의 지난날을
계속 공격하기 때문이나이다.
무한한 우주의 마당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한 인간의 존재를 한 평 남짓한 좁은 공간 안에서
푸른 하늘을 볼 수 없고
숲속의 나무들의 합창소리도 듣지 못한 채
80년의 기나 긴 시간들을 고독하게 지나게 되나이다.
무겁고 힘든 그 좁은 공간에서 빠져 나오라고 열쇠를 쥐어주어도
창밖으로 그 열쇠를 버리고 마나이다.
이웃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 없이 고통스럽게 공격하는
무서운 행위임을 빨리 깨달으면 얼마나 좋겠나이까?
몸은 오늘에 머물고 있으면서
마음은 과거에 갇혀 있나이다.
우주 만물의 모든 존재가 오늘을 살고 있는데
자신만이 과거에 동 떨어져 있다면
너와 나는 더 이상 관계할 수가 없나이다.
이와 반대로 속이 부푼 자들은
미래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나이다.
이는 공기가 가득 채워진 풍선처럼
무작정 하늘을 날려고만 하나이다.
그러나 하늘을 날으는 풍선도 언젠가는 바람이 빠져
지상에 떨어지고 만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는 듯 하나이다.
이러한 사람의 특성은
자기 자신이 처한 오늘의 환경에
강한 불만과 부족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현실적인 불만과 불안은 자신의 뜻대로
오늘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과거에 오랫동안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이 행해졌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나이다.
다시 풀어드리면 과거에 물질적 풍요 속에 머물렀기 때문에
한 번도 자신의 의지가 꺾여 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나이다.
그러나 세상과 우주의 모든 존재가 사라지고 다시 태어나듯이
과거는 당신이 풍요롭고 내가 빈곤했지만
오늘은 내가 풍요롭고 당신이 가난하나이다.
세상 모든 존재는 움직이고 변화하면서 살아 있듯이
언젠가는 내가 바뀌고 당신이 변화된다는 사실을
왜 잊고 사시는지요?
겸손하신 님이시여,
참으로 진실 된 사람은 오늘에 충실하나이다.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사랑이 풍요로운 사람이나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진리이고 이치이며
진리와 이치는 영원한 현재이기 때문이나이다.
100권의 책보다 오늘의 작은 사랑이
더 권위가 있듯이 오늘의 작은 님의 성실함이
앞날의 큰 약속보다 더 가치가 크나이다.
내일의 놀랄만한 엄청난 계획보다
오늘의 작은 헌신이 더 큰 힘을 발휘하나이다.
그래서 오늘을 사는 사람은 말이 없나이다.
침묵이 금보다 낫다하듯이
오늘이 바쁘고 즐거운 사람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에게도 과거를 들추지 않고
미래의 변화도 재촉하지 않나이다.
오늘 먹은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사람이
내일의 잔칫상을 받을 수 없듯이
오늘에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미래의 청사진을 결코 세우지 말아야 할 것이나이다.
그날그날의 폭풍우와 가뭄
뙤약볕과 혹한을 잘 견디어 온 나무들은
매년마다 풍성한 열매를 사람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나이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인생…….
도로변의 나무처럼 숲속의 들꽃처럼 받아들이고
순응하면서 살아가면 아니 되나이까?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은
기대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의 대상일 뿐이나이다.
오늘에 충실한 나의 열매들을 그들의 바구니에 담아 가도록
나 자신에게만 충실하면 되나이다.
무상으로 과일을 받아간 사람들에게 감사의 정을 일으켜주고
그 감사의 마음이 현실을 사랑하게 하는
실제적인 힘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나이까?
긴 시간을 두고 이웃과 사랑하소서.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열매가 당도가 낮듯이
짧은 시간 안에 얻은 친구와 재물, 행복과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나이다.
우리 모두는 만물의 영장이며
영원히 살아가야 할 귀하고 절대적인 존재이나이다.
조급하게 자신을 괴롭히지 마시고 오늘 하루를 영원처럼
영원을 오늘 하루처럼 살아가소서.
그러면 님께서 바라시는 모든 일이
그대로 다 이루어지리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4년 2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