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3년 12월 묵상카드

- 단상 2013년 12월 -

네비게이션이 지난 장소와 현재 장소
그리고 앞으로 갈 장소를 함께 보듯이
사랑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똑같이 현재로 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가 차를 타고 어느 목적지로 향할 때
반드시 네비게이션에 최종목적지를 입력시키나이다.

네비게이션은 얽히고설킨 복잡한 거리를
정확하게 제시하며 심지어 좁은 거리의
과속방지턱까지 알려주나이다.

그리고 또한 지나온 지역과 현재의 장소
그리고 앞으로 도달할 위치를 상세하게 알려줌으로써
운전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나이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의 발달로
모든 관계를 하늘에 떠 있는 인공위성을 통하여
소통하고 있나이다.

아무리 먼 거리에 있는 관계라도 인공위성을 거치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시간과 공간이 없어지나이다.

이렇게 우리는 너와 나의 관계 전반을
하늘을 통해서 편리하게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우주와 지상의 유일한 인공위성인
사랑의 이치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나이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소통의 부재로 인한 현상들 때문에
서로가 행복하지 않나이다.

자살, 이혼, 암발생률, 정신질환 발생률, 낙태 등이
세계에서 가장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에
우리 모두는 머물고 있나이다.

육신적 편리함은 세계에서 최고로 치닫고 있지만
마음과 영혼의 불편함은 최악의 상태이나이다.

지구가 우주와의 관계를 통하여 숨을 쉬듯이
나는 너와의 관계에서 호흡을 이어가나이다.

나는 너 없이 살수 없고 당신은 나 없이
또한 살 수 없나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옳고 그른 문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하게 대립의 상태로 치닫고 있나이다.

옳고 그른 문제는 내편에서 보면 내가 옳고
당신 편에서 보면 그 사람이 옳나이다.

우리는 옳고 그름의 끊임없는 씨름 때문에
힘을 한없이 소진시켜가고 있나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나와 너의 생명과 존재의
크기와 무게에 비하면 아주 작은 영역이나이다.

마치 암세포 한 개가 10만개의 생명의 세포를 다 잡아 먹듯이
작은 문제 하나 때문에 우리 모두의 생명과 존재의 영역이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나이다.

마주보고 싸우면 서로의 단면만 보이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면 존재와 생명
그 가치와 크기를 알 수 있나이다.

사랑은 부분을 파헤쳐 공격하지 않고 존재를 보나이다.
사랑은 나무를 보지 않고 숲을 보듯이
약점과 단점을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나이다.

우리가 큰 것을 볼 때 작은 것은 쉽게 무시되며
반대로 작은 것을 중심에 둘 때
큰 것은 안중에도 없게 되나이다.

우리는 서로를 인정해야 하나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나이다.
우리는 서로와 서로를 마주보지 말고
위에서 아래로 보아야 하나이다.

서로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증오의 수갑을
용서와 화해의 열쇠로 풀어줘야 하나이다.

과거를 정리하면 오늘이 평화롭고
오늘이 평화로우면 미래가 불안하지 않나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통틀어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늘 사랑해야 하나이다.

풍선을 불면 자신의 영역이 굉장히 커 보이지만
이것은 시간이 갈수록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되나이다.

서로의 존재의 풍선을 최선을 다해 불면서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불안한 욕심을 자제하시고
적당히 내 마음을 불어 넣어
재미있게 함께 가지고 놀면 아니 되나이까?

사랑은 너와 내가 동시에 즐거워야 하나이다.
한쪽은 즐겁고 다른 한쪽이 아프면 사랑이 아니나이다.

사랑은 너와 내가 함께 행복해야 하나이다.
함께 행복하지 않는 사랑은 아집이며 공격이나이다.

내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거기에 맞갖은 희생이 따라야 하나이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기이며 기만이나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희생 없는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나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아픔이 없는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나이다.

거름 없는 장미가 꽃을 피울 수 없듯이
너와 내가 함께 조금만 더 높은 곳에 올라서면
아니 되겠나이까?

우리는 매일 매일 산의 정상에 오르면서
정작 자신의 영혼과 마음은 집안에 그대로 둔 채
육신의 건강만을 위하여 땀을 흘리나이다.

마음과 영혼이 너와 나를 통하여 제대로 소통되지 않으면
육신의 건강도 언젠가 망가지게 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나이까?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작은 거름이
되어주시지 않으시겠나이까?

오늘날 우리 모두는 당신의 희생어린 사랑과
자존심을 꺾는 겸손, 위에서 아래를 보는
이치의 깨달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나이다.

사랑이 우주의 수많은 별들을 질서 있게 수놓듯이
사랑은 우리 모두를 각자의 역할에 맞게
반짝이는 별들로 이 세상을 밝혀 줄 것이나이다.

그 어느 시대보다 오늘 지금 당장 우리 모두는
사랑이신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나이다.

사랑은 반드시 하늘을 통해야 하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12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