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3년 11월 -
보자기를 펴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지만
접으면 안쪽 호주머니에 들어갑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의 가슴은 보자기와 같나이다.
가슴을 펴면 우주만물을 담을 수 있을 만큼 크지만
닫아 놓으면 신체의 일부만 담당하는
작은 역할로 바뀌게 되나이다.
사람은 관계하는 존재이나이다.
대화는 입으로 하지만
존재와 존재간의 관계는 가슴으로 하나이다.
말은 관계의 작은 부분이지만
가슴은 관계의 전부이나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가슴은 닫아 놓은 채
입으로만 소통하고 있나이다.
존재의 아주 작은 영역을 통하여
서로에게 자신의 뜻과 진실을 알리려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언성은 높아지고 불만과 아쉬움이 커져가면서
서로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의 깊은 지하실에 들어가
가슴의 문을 안에서 잠그고 있나이다.
우주와 같은 나 자신안의 에너지가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우리 모두는 불안과 격리라는 고통과 고독을 끌어안은 채
오늘 하루를 달리고 있나이다.
싸우고, 미워하고, 이혼하고, 살인하고, 암에 걸리고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자살하는 사람이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의 공기를
어쩔 수 없이 마시며 살아가야 하나이다.
경제적 발전 덕택으로 물질적 혜택을 누리고는 있지만
대기 중에 인간존엄성의 유해물질의 농도는 최악의 상황이나이다.
사랑하는 님이시여,
지금 님께서는 진실로 행복하시나이까?
나와 나의 가족의 안전을 위해 방독면을 꼭 써야 하나이까?
아니나이다.
우리가 한국사회를 떠날 수 없다면 그 누군가가 용감하게 나서며
대기 중에 사랑의 정화제를 뿌려야 하나이다.
사랑은 희생이나이다.
좋아하는 것은 미워할 수도 있나이다.
그러나 사랑은 조건을 따지지 않나이다.
사탕 한개도 돈을 지불해야 달콤함을 맛볼 수 있듯이
내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정당한 희생을 지불하고 사랑해야 하나이다.
희생 없는 사랑은 사기이며 연극이나이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
희생 없는 사랑만 하고 있나이다.
서로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서로의 존재는 서서히 시들어가고 있나이다.
말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희생해야 하나이다.
우리의 가슴의 자물쇠는 다름 아닌 본인의 자존심이나이다.
자존심은 품격이나 긍지가 아니라
자신의 정상적인 존재세포를 갉아먹는 암세포이나이다.
내가 당신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자신의 자존심을 용기 있게 꺾어야 하나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자존심을 열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기 때문이나이다.
나의 사랑의 진실여부는 뒤따르는 평화의 강도와
순도로 결정되나이다.
당신이 편하면 나의 사랑은 순수했고
당신이 행복하면 나의 사랑은 진실이었나이다.
자신이 자신을 보는 눈보다 타인이 나를 보는 눈이
더 정확하나이다.
자존심을 내려놓으면 순간은 아플지 모르오나
영원히 편안해지리이다.
자존심을 치켜세우면 순간은 즐거울지 모르오나
영원히 불행할 수밖에 없나이다.
자신의 자존심의 자물쇠를 진실한 사랑으로 여시어
좁디좁은 자신의 공간에서 무한한 우주로 탈출하소서.
원래 우주가 지구를 만들었고 지구가 나를 만들었다면
흙에서 와서 흙으로 돌아가듯이 우리를 만들어 준 영원한 고향
즉, 우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하나이다.
세상 사람들은 80년 동안 누릴 재물을
곳간에 쌓아두려고 이마에 땀을 흘리지만
님께서는 무한한 우주에 영원한 재물을 마련하고 계시나이다.
시간이 멈춘 상태, 시간이 흐르지 않는 강
시간이 없는 상황이 바로 영원이나이다.
진실하고 순수한 사랑은 시간과 공간이 없는
영원 그 자체이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지금 행복하소서.
지금 편안하소서.
지금 기쁨을 누리소서.
그러기 위해서 지금 사랑하소서.
그러면 님의 손목시계가 바로 멈출 것이나이다.
사랑은 영원한 현재이나이다.
바람이 부는 대로 낙엽이 떨어져 날리듯이
본인이 스스로의 자신을 놓아야 하나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님께서는 원하시는 대로 다가 설 것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