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3년 10월 -
폭풍이 일면서 바닷속을 깨끗하게 하듯이
삶의 폭풍이 몰아칠 때 영혼의 집을 청소해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자연재해 중에서 폭풍이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 하나이다.
애써 가꾼 농작물이 쓸모없이 되고
노란 가을 들녘이 큰물에 휩쓸리기도 하나이다.
이럴 때 항구의 배들은 튼튼한 밧줄로 줄줄이 묶여 있고
사람들의 외출은 크게 자제하게 되나이다.
이렇게 사람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는 폭풍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면서
사람들은 폭풍을 힘들어 하지만
폭풍이 멀리 가고 난 뒤 조용한 산길을 걷다보면
내년 농사에 쓰일 물이
저수지에 가득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되나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나의 원의와 상관없이
삶의 폭풍이 몰아 칠 때가 있나이다.
그것은 나의 삶의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다가오나이다.
어떤 사람은 모든 재산을 다 잃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갑자기
떠나보내기도 하나이다.
아니면 어떤 사람은
헤어질 수 없는 사람과 끊임없는 실랑이를 이어가야 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은
자신의 목숨까지 끊고 마나이다.
폭풍이 부는 것이
너의 탓도 아니고 나의 탓도 아니듯이
삶 속에 휘몰아치는 역경 또한
그 누구의 탓도 아니나이다.
폭풍이 모든 지역을 똑 같이 강타하듯이
삶의 폭풍도 그 사람과 너 그리고 나에게
똑같이 덮쳐오나이다.
그래서 삶의 감당하기 어려운 역경은
사람의 가슴 밑바닥을 뒤집어서
한없는 고통 속으로 몰고 가나이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의 이치이지
사람의 착오나 실수가 아니나이다.
가슴 밑바닥에는 시커먼 악성이 갈아 앉아 있나이다.
이 악성은 시기, 질투, 미움, 증오, 교만, 사기, 욕심, 이기심과
같은 더러운 것들이나이다.
만약에 폭풍이치지 않으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가슴 밑바닥의 악성을 의식하지 못한 채
의인으로 착각하면서
한 평생을 어리석은 자부심과 명예로
살아가야만 하나이다.
폭풍은 인간의 힘으로 막아설 수 있는 것이 아니나이다.
어쩔 수 없이 해마다 겪어야 할 폭풍이라면
이것을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대비와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나이다.
나의 인생에 매년 휘몰아치는
삶의 역경 한 복판에 서 있을 때
당황하지 마시고 커다란 나무기둥을 끌어안으소서.
폭풍은 조만간 떠나게 되어 있고
바람이 없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가슴 저수지에 미래인생의 농사지을 물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확인하게 되나이다.
폭풍이 지나간 들판에서 어떤 사람을 울고
어떤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나이다.
울고 있는 사람은
본인의 악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며
안도의 긴 숨을 쉬는 사람은
용기 있게 자신의 악성을 인정하고 있나이다.
악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내년에도 똑같은 강도의 폭풍을 불안해하며
인정하는 사람은 폭풍이 매년 약해질 것이라는
편안한 두려움을 지니고 있나이다.
인정하지 않으면 악성은 그대로 남고
인정하면 악성은 선성으로 맑게 바뀌나이다.
악성은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을 낳으며
선성은 그윽한 평화와 사랑을 만들어 가나이다.
자연과 우주는 만물의 영장이며
무한한 우주에서 하나뿐인 고귀한 나의 존재를
끊임없는 완성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회초리도 들고 격려의 붕대를 감싸 주나이다.
폭풍은 두려움과 감사의 대상이며
또한 질타와 격려의 어머니이나이다.
태풍은 고통과 동시에 기쁨이며
불완전 상태인 동시에 완성을 향산 질주이나이다.
우리나라는 이혼, 자살, 암발생률, 정신질환 등으로
세계에서 폭풍이 가장 심하게 몰아치고 있는 국가이나이다.
이 사람이 쓰러지고 저 사람이 쓰러지는 한가운데에서
우주와 세상의 진리를 꽉 붙드시고 굳건히 살아남아
나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며 나아가
이 나라를 끝까지 붙드시어 생의 마지막 날
인생의 노벨상을 목에 걸으소서.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은 세상이 나이다.
님께서는 지금도 열심히 빈들 판에서
이삭을 줍고 계시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