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3년 9월 -
착한 농부의 논에나 악한 농부의 논에도
똑 같이 폭풍이 몰아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푸르렀던 들판이 노란 들녘으로 바뀌고 있나이다.
들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마냥 흐뭇하고
행복하기만 하나이다.
농부의 만족스런 마음의 창에 여러 차례의
폭풍이 강하게 들이치나이다.
수확을 앞둔 탐스런 벼들이 엎어지고 넘어져
소들의 여물로도 쓸 수 없게 되나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했는데…….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나이다.
우리는 한평생을 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와 사건 앞에서 넘어지고 엎어지면서
마음과 심장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되나이다.
이러한 상황 앞에서
우리는 “너 때문이니” 아니면 “나 때문이니”하면서
문제의 원인을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찾으려고 하나이다.
그러다보니 관계는 멀어지고 미움과 증오를 가슴에 품은 채
불행의 나날들을 지나게 되나이다.
폭풍이 치는 것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듯이
인생에서 일어나는 문제와 사건들은
너의 탓도 아니고 나의 탓도 아니나이다.
우주와 세상의 역학적 구조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나이다.
지구는 우주에서 유일한 생명체들의 별이나이다.
지구에 생명체가 사는 것은
지축이 23.5 ̊로 불안전하게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나이다.
이 불안전한 구조 때문에 사계절이 만들어지고
폭풍과 홍수 가뭄과 메마름이 해마다 다르게
여기 저기 에서 만들어지게 되나이다.
세계지도를 놓고 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이 뚜렷한 나라들이 대부분 부유하나이다.
이는 그만큼 자연 재해들이 사람의 의지를 굳건하게 하고
지혜를 터득하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나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희노애락(喜怒哀樂)이 우리처럼 강하지 않나이다.
그들은 배가 고파도 웃고 비가 오지 않아도 웃나이다.
둘 이상 모이면 항상 언제 어디서나 춤을 추나이다.
인생의 희노애락은 재앙이 아니라 축복이나이다.
우리는 희노애락을 겪으면서 좌절하고 슬퍼하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의지와 지혜를 터득하나이다.
나는 우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절대적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존재이나이다.
우주의 구조적 역학관계에서 지구가 태어났고
지구에서 만들어진 나 자신의 존재는
우주의 어린왕자이나이다.
무럭무럭 건강하고 건전하게 자라서
우주의 임금 자리를 상속받아야 하나이다.
상속을 받기 위해서는 삼성의 둘째 아들이 선택되었듯이
주어지는 것을 누리고 지도할 능력과 자질을 먼저 갖추어야 하나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관계 속에서 그 답을 찾으면 되나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 탓도 남의 탓으로 돌리나이다.
어떤 사람은 자기의 잘못도 끝까지 부인하다가
들키면 겨우 시인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본인의 잘못을 쉽게 시인하며
더 나아가 타인의 잘못도 자기 탓으로 돌리나이다.
어차피 넘어지고 쓰러져서 아프고 힘든 인생의 나날들이
이어지는 것이 주어지는 것이라면
너의 탓이나 그 사람의 탓을 넘어서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그 존재가 진정한 어린 왕자이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끊임없이 악성이 선성으로 바뀌면서
사적인 존재에서 공적인 인물로 온전하게 성장하여
지혜와 덕망의 왕관을 쓴 채 우주를 다스릴
임종 날을 기다리게 되나이다.
참으로 지혜로운 님이시여,
80년의 짧은 시간을 귀하게 쓰시어 영원함을 차지하소서.
어느 한 순간 그 사람에게 무릎 꿇어 온 인류를 다스리소서.
어느 날 그 어떤 문제 앞에서 이유를 따지지 마시고
용서를 청하여 만인을 심판하소서.
어느 날 그 어떤 사람 앞에서 자존심을 꺾으시어
교만한 사람들을 종으로 부리소서.
악한 농부의 논에나 착한 농부의 논에 똑같이 폭풍이 불어 닥치듯이
내가 아무리 착하고 선해도 인생의 문제들은 피해 갈 수 없나이다.
다만 그들은 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고
우리는 넘어져서 다시 일어나는 차이일 뿐이나이다.
많이 넘어져서 일어나는 사람의 두 다리의 근력은
지구를 등에 업고 우주를 떠받칠 만큼 강하고 튼튼하나이다.
한번 밖에 없는 나의 인생…….
우주에서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나의 존재…….
온 마음과 힘을 다 바쳐 사랑하소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