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3년 7월 -
주먹은 얼굴에 상처를 남기지만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깁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관계가 곧 인생이나이다.
태양계의 행성과 행성의 관계 속에서 지구가 존재하고
지구의 생명체들의 상호관계 속에서 사람이 만들어 졌으며
나는 또다시 엄마, 아빠와 그리고 자연의 관계 활동 사이에서
태어나게 되었나이다.
이러한 관계 활동은 나 자신의 신체적 장기들의 상호관계에까지 적용되어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고유한 존재로 살아가게 하나이다.
관계는 서로 주고받는 것이나이다.
관계는 호흡과 같은 것이나이다.
우주의 별들 중에 홀로 있는 별은 자동 소멸하듯이
홀로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멸하고 마나이다.
우리는 살아있기 위해서 관계해야 하고
살아가기 위해서 관계해야 하나이다.
나는 너 없이 살 수 없고
너는 나 없이 숨을 쉴 수가 없나이다.
나는 너 만큼 소중하고
너 또한 나 만큼 소중하나이다.
이렇듯이 서로의 삶과 생명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소중한 너와 나는
정반대로 나의 하나뿐인 人生과 생명을 파멸시키는 존재로
내 주변을 한 없이 맴돌고 있나이다.
우리가 서로의 관계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라
말에 의해서 받는 영혼의 상처이나이다.
얼굴의 상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지만
한번 받은 영혼의 상처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나이다.
왜 사람들은 말로써 상대방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기려 할까요?
첫째, 물리적인 가해 행위는 제 아무리 크고 오래간다하여도
영혼에 까지 도달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나이다.
둘째, 물리적인 가해 행위는 법적인 제제를 받아
되돌아 올 법적책임을 스스로 떠맡아야 하기 때문이나이다.
셋째, 말의 무자비한 공격은 상대방의 영혼과 존재자체에
무한한 고통을 안겨 주지만 본인이 감당해야 할 법적책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행해지나이다.
관계의 소통을 위해서 언어는 기초적인 수단이나이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
언어의 선택은 참으로 신중해야 할 것이나이다.
제 아무리 화가 나고 증오가 끌어 오른다 하더라도
상대방의 존재 유무에 관계되는 말은 절대 삼가 해야 하나이다.
“너 같은 인간은 살 가치조차 없는 사람이야”
“그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훨씬 나은 것 아니냐?”
“지금 이 꼴로 앞으로 무엇이 될래.”
“이렇게 고통스럽게 살아서 무엇 하겠냐? 차라리 죽는 것이 훨씬 나아…….”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제발 내 앞에서 사라져 주면 고맙겠다.”
등등의 말들은 절대 입 밖에 내어서는 아니 되나이다.
우리는 세치밖에 안 되는 혓바닥으로 상대방을
시름시름 죽음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하나이다.
이러한 존재유무에 관한 언어적 공격은 사과를 몇 번 되풀이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하나이다.
언어를 관계의 중심에 두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여
말의 내용을 선택하소서.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스스로를 숙성시켜서
효소가 가득 담긴 말을 선물하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게 되나이다.
말은 상대방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나이다.
우리가 말로써 상대방을 살리기 위해서는
먼저 무슨 말이든 사랑의 증폭장치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하나이다.
면도날이 면도집에 정확히 꽂혀있으면
상대방의 얼굴을 밝게 만들어 주지만
면도날 그 자체로는 수많은 상처를
얼굴에 만들기 때문이나이다.
먼저 사랑해야 하나이다.
사랑 안에 포함된 언어는 아무리 폭언이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나이다.
사랑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행위, 삶의 자세와 의욕
그리고 선과 악을 뛰어 넘어 존재와 생명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나이다.
그 사람의 생명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가치이며
그 사람의 존재는 우주 전체가 떠받들고 있는
절대적인 그 무엇이나이다.
상대방의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공격하는 행위는
절대 삼가셔야 하나이다.
우리가 나무는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면
상대방의 부정적인 영역들은 편안한 존재적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나이다.
그 사람의 변화와 그 사람의 人生의 결론은
온전히 그 사람의 고유한 영역이나이다.
그 영역에 침투하지 않는 것이 곧 사랑이며
그 영역에서 떠나지 않는 것 또한 사랑이나이다.
태양계 행성들의 상호 인력 때문에
서로 충돌 없이 지구가 존재할 수 있듯이
서로의 생명과 존재의 인력의 존중으로
내가 살고 또한 너도 살게 하소서.
서로가 서로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나이다.
그 사람을 언제나 어디서나 거기 그 자리에 있게 하소서.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3년 7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