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3년 2월 묵상카드

- 단상 2013년 2월 -

희생이 따르지 않는 기도는 공염불이며
겸손이 함께하지 않는 사랑은 광고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넘실대는 파도를 우리가 막을 수 없듯이
인생의 희노애락의 넘실거림을
스스로의 노력이나 의지로 막아 설 수는 없나이다.

심장 모니터의 그래프가 그러하듯이
모든 생명의 사이클은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저 마다의 완성을 향해 잠시도 쉬지 않나이다.

수평은 죽음을 예시하고 있으며
곡선은 생명의 충만함을 알리고 있나이다.

수평은 고통과 실패의 안락 의자이며
곡선은 희망과 성공의 힘든 춤이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의 인생의 넘실거림이
클 때마다 간절한 기도를 바치게 되나이다.

재정적인 파도이든 아니면
인간관계의 미움과 사랑의 큰 파도를
수평으로 바꾸기 위해 몸과 마음의 기운을 다 모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나이다.

하지만 우리의 기도가 산속의 메아리처럼
자신에게 다시 되돌아오지 않음을
계속 경험하고 있나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계속 기도를 이어갈 수밖에 없나이다.

기도의 목적은 변화이나이다.
분명한 것은 우주와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스스로의 단독적인 변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나이다.

쌀이 밥이 되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하고
멈추어 있는 선풍기를 돌리기 위해서는
전기가 있어야 하나이다.

메마른 가지에 새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촉촉한 비가 내려야 하고
눈 덮인 땅위에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훈풍이 불어야 하나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 그 무엇이든
원하는 모양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댓가를 지불해야 하나이다.
기도는 내용이고 실천은 에너지이나이다.

재정적인 곤란은 자선으로 채우시고
너와 나의 냉랭함은 사랑으로 녹이소서.

내일의 불안은 오늘의 충실함으로 없애시고
오늘의 긴장은 긍정적인 의지의 생수로 목을 축이소서.

곡식과 열매들의 어려움을 하늘이 해결하듯이
세상적인 어려움을 세상 적으로 풀려하지 마시고
하늘의 달과 해 그리고 수많은 별들에게 기꺼이 맡기소서.

아무리 여름이 가물어도 가을의 들녘은 해마다 노랗듯이
우리 중에 그 어느 인생도 우주의 이치인 사랑에 충실하면
반드시 그 성과를 만나게 되나이다.

내가 원하는 기도에 우주와 세상의 이치를 끼워 맞추지 마시고
사랑의 구도에 나의 원의를 맞추어야 하나이다.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나이다.

오늘의 나의 불행은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많았던 결과이며
오늘의 나의 행복은 받은 것보다 준 것이 풍요로웠던 혜택이나이다.

이 우주의 수많은 별들이 쉼 없이 움직여도 조용하듯이
나의 배품과 용서, 관용과 사랑은
늘 소리를 만들지 말아야 하나이다.

소리가 요란한 사랑은 광고이며
소리가 없는 사랑은 진실이나이다.

땅을 치고 통곡하면서 기도하지 마시고
사랑으로 조용히 속마음으로 읊으소서.

내가 힘들고 창피스러울 때
저 사람은 행복하고 자랑스러우며
내가 행복하고 웃을 때 저 사람은 부끄럽고
고통스러워 할 것이나이다.

이 세상은 너와 내가 똑같이 웃고
너와 내가 똑같이 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나이다.

출생과 죽음이 서로 다른 시간 속에 이루어지듯이
같은 시간에 웃으면서 동시에 눈물을 흘릴 수 없지 않나이까?

그래서 님이시여,
오늘 하루 동안 주어진 기쁨과 슬픔을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소서.

 


오늘 주어진 부족함과 풍요로움을
똑같은 마음으로 흡족해 하소서.

오늘 주어진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을
하나의 가슴으로 어루만지소서.

오늘 겪으신 나의 죄책감과 선행의 떳떳함을
잠들기 전에 두 손을 모아 베개 속에 묻으소서.

오늘의 미움과 증오 그리고 사랑을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리시어
촛불의 작은 빛으로 똑같이 밝히소서.

머리는 수많은 일들이 있지만
가슴은 언제나 하나의 일만 존재하나이다.

그 하나는 다름 아닌 사랑이나이다.

참으로 크신 님이시여,
기도는 희생과 함께 완성하시고
사랑은 침묵으로 꽃피우소서.

2013년 2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