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2년 12월 묵상카드

(단상 2012년 12월)
나무는 자연의 힘만 가지고 잘 자라는데
사람은 주어진 환경을 왜 거부하는가?

사랑의 님이시여,
나무는 자연의 힘만 가지고 계속 자라서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숲과 맑은 공기와 목재를 선사하나이다.

하지만 사람은 지성과 의지를 가지고
우주의 주인 역할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거부하고
쉽게 좌절하기도 하나이다.

자연은 나무를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나이다.

따뜻한 기운으로 싹을 틔우고
뜨거운 뙤약볕으로 무성한 가지를 만들며
기나긴 장마로 햇볕을 가리기도하고
오랜 가뭄으로 뿌리까지 힘들게 하나이다.

하지만 나무는 이 모든 굴곡의 자연환경을
성장의 에너지로 묵묵히 활용하여
천년의 위용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나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주어진 사람들이 바로 환경자체이나이다.

따뜻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언제 끝날 줄 모르는 장마처럼 징글치는 사람과도
같은 식탁에 앉아 있게 되나이다.

뜨거운 뙤약볕처럼 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도하며
오랜 가뭄처럼 애타는 사람과도 헤어지지 못하고
날이 새면 다시 마주쳐야 하나이다.

사람에게는 선택의 자유의지가 있고
나무에게는 순응의 본능만 있나이다.

인간은 의지가 있기에 만물의 으뜸이며
선택의 자유가 있기에 인간이 인간일 수 있나이다.


인간은 이 자유 의지로
마더데레사 수녀처럼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며
히틀러처럼 수많은 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나이다.

사람은 이 사람과 저 사람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으며
선과 악을 진행 할 의지가 있고
절대자마저도 선택할 수 있는
만물 중에 유일무이한 존재 이나이다.

하지만 우리 중에 많은 사람들이
선택의 착오로 인해 아픔과 좌절의 세월로
자신의 한번 뿐인 인생을 엮어 가나이다.

각자의 모든 사람에게는
태양풍을 맞설 수 있는 지구의 작은 핵처럼
이 우주와 싸움을 할 수 있는
범우주적 능력과 에너지가 주어져 있나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힘을 한 번도 쓰지 못한 채
작은 돌멩이에도 걸려 넘어지는
연약함을 끊임없이 연출하나이다.

선택을 할 자유의지가 힘겨우면
나무처럼 사슴처럼 주어진 환경에
과감히 자유의지의 무거운 지게를 벗어 내리고
과감히 순응의 세계로 넘어가소서.

순응의 세계는 참으로 고요하고 평화스럽나이다.

순응의 세계는 부족함도 풍요를 기다리는 희망이며
고통도 기쁨을 만들어가는 에너지이며
갈등과 긴장도 자연과 우주의 조화로운
힘을 초청하는 능력으로 바뀌나이다.

자신의 자유의지를 포기하는 의지야말로
진정한 가치이며 인간으로서의 최고의 능력이나이다.

자유의지의 포기는 순응의 선언이며
순응의 의지적 발표는 우주의 이치와 진리를
터득해가는 출발점이나이다.


내가 나의 미움을 접으면
그 사람이 나에게 다가 올 것이며
내가 나의 성공욕심을 버리면
천년의 나무를 키워가는 자연의 힘이
그 사람의 성공을 책임질 것이나이다.

미각과 시각의 즐거움을 절제하면
이치와 진리의 무한한 평온함을
선물로 받을 것이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내가 진정으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진리를 터득하여
행복한 인생을 완성하고 싶다면
참으로 겸손해야 하나이다.

우리의 출생과 죽음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며
나의 존재 또한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소중함이나이다.

인생의 시작과 마지막이
주어진 것이며 만들어진 결과라면
그 과정 또한 시작과 끝의 속성과 같아야 하나이다.

진정으로 겸손한 님이시여,
작은 것을 포기하여 큰 것을 얻으소서.

작은 일에 충실하여 큰 업적을 만드소서.

천한 사람을 받아들여 큰 사람이 되시고
고고한 사람을 흡수하여 완성된 자아에 다다르소서.

가난을 소화하여 부를 컨트롤하시고
고통을 극복하여 평화를 움켜쥐소서.

인생은 출렁이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임종의 항구를 향해 항해하듯이
인생의 엔진을 끄시고 돛을 높이 달아
바람이 부는 데로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소서.

자연과 우주는 작은 들꽃하나도
살리고 키우면서 씨앗을 남겨놓듯이
우리 자신의 인생을 행복과 평화의 항구로
반듯이 데리고 갈 것이나이다.

자연과 우주는 이치가 하나이기 때문에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은
본인의 자유의지를 포기하고 절제하는 사람이나이다.

하늘의 별들과 달과 태양이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일 것이나이다.

나에게서 가장 소중한 자유의지를 포기함으로써
님께서 원하시고 갈구하시는
진정한 평화와 깨달음을 완성하소서.

가난한 저희들을 친구로 맞아 주시는
님의 능력은 이를 달성하기에 충분하나이다.

성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2012년 12월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