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2년 9월 묵상카드

(단상 2012년 9월)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태양이 지구를 위해 존재하게 하듯이
겸손한 사람은 환경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나무들은 좁은 공간에서 자라면서
태양을 조금이라도 많이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키만 계속 커가나이다.

그러다가 심한 바람이라도 불면 이리저리 휘청거리면서
삶의 고통과 고민의 신음소리를 뱉어내나이다.

어떤 나무들은 불시에 들어 닥치는
폭풍비와 바람에 쉽게 꺽이어
열매를 맺어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참상도 겪나이다.

우리 모두는 바다로 둘러싸인 좁은 국토 안에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살고 있나이다.

태양과 같은 거대한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경쟁적으로
머리만 키워가는 전쟁터에 내 던져져 있나이다.

그러다 보니 키는 큰데 몸은 약하고
머리는 재빠른데 마음과 영혼은 텅 비어져 있나이다.

이제 우리는 자살, 이혼, 낙태, 암 발생, 정신질환률이
세상에서 제일 만연하는 불행한 사회환경 속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나이다.

서울 지하철의 복잡한 노선처럼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기 까지
이 사람과 저 사람에게 묻고 또 물어서
원하는 최종열차에 몸을 싣곤 하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복잡하고 불안한 삶의 노선을 아무에게나 묻지 마시고
자신의 가슴 깊은 곳에서 스스로 찾으소서.

마음은 에너지이고 머리는 기계이나이다.
마음은 우주를 담을 수 있고
머리는 방정식을 풀 수밖에 없나이다.

선풍기도 전기에너지가 없으면
바람을 일으킬 수 없듯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장미 빛 인생의 설계도
가슴이 풍요롭지 못하면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나이다.

가슴이 깊은 사람은 좁은 공간 안에서도 답답하지 않으며
윗사람의 지시를 받으면서도
자발적으로 주어진 일에 충실하나이다.

가슴이 넓은 사람은 생명의 에너지가 풍부하여
주변사람들에게 맞추면서 그들을 품어 안으며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면서 그 환경을
자신의 영역 안에서 컨트롤해 나가나이다.

진정으로 가슴이 깊은 사람은 상대방에게 먼저 무릎을 꿇고
나중에 인사를 받나이다.

마음이 넓은 사람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청하면서
나중에 그 사람으로 부터 인생의 고해 성사를 듣게 되나이다.

마음이 잔잔한 사람은 상대방의 옳고 그름을 심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다시 그 사람에게 비추어 주나이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은 상대방의 작은 것을 큰 것으로 받아들이며
상대방의 작은 것을 큰 것으로 만들어 가나이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미래의 삶을 욕심스레 설계하지 않으며
단지 주어진 오늘 하루하루에 겸손되이 충실하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숟가락으로 바닷물을 다 퍼 담을 수 없다면
수학적인 좁은 머리로 자신의 한없는
삶의 욕망을 채우려 들지 마소서.

수많은 들꽃들과 곤충들과 짐승들이
저마다의 역할이 서로 다르듯이
우리 모두의 인생에도 고유한 역할이 주어져 있나이다.

태양과 달과 수많은 별들이 지구의 생명사슬을 지켜 주듯이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아래에 누워서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박사가 말하듯이
보이지 않는 우주의 유일한 법칙과 힘을 깊이 호흡하소서.

80년의 짧은 인생을 살면서
직책과 재물의 풍요에 집착하지 마시고
무한하고 신비로운 우주를 품에 안고
마지막 숨을 마무리 하소서.

참으로 겸손한 사람은 모든 이의, 모든 것의 주인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2012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