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2012년 8월)
넘어지지 않도록 보호하지 말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자식을 키울 때
자식의 인생이 넘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나이다.
학업성적이 뒤지지 않도록 과외비부터 장만한다든가
건강을 지켜나가도록 인스턴트 음식을 강하게 절제시키나이다.
성적이 조금만 뒤떨어져도 엄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조그만 탈선을 저질러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나이다.
자식의 인생 곡선이 한 없이 상승곡선을 그리도록
자식 곁에 바싹 붙어서 일거 수 일 투족을 함께하나이다.
참으로 지혜로운 님이시여,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곡선의 사이클을 그리나이다.
심장의 모니터도 사이클이 곡선일 때
생명이 살아있을 수 있고
날씨도 맑았다 비가 왔다 하면서
산속의 나무들과 들판의 곡식이 영글어 가나이다.
경제 상황도 불경기와 호경기가 반복되면서
출렁이는 바다처럼 살아 있을 수 있고
인간관계의 역할 또한 번갈아가며 서로 바뀌어야
전체 사회공동체가 건강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나이다.
또한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고음과 저음을 조화롭게 표현해야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을 수 있고
계절이 바뀌면서 피는 꽃이 다르기 때문에
화병에 꽂아 놓은 꽃들로 인해 가정이 즐겁기만 하나이다.
이렇듯이 피고 지고하면서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지구는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의
생명의 소리들을 연출해 내나이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물체이며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 등산은 조난사고이나이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는 지축이 23.5˚로 기울어져 있으면서
시속 1700㎞의 속도로 좌전하나이다.
지구의 이러한 장애자적인 불안한 구조적 환경이
바로 모든 생명을 살리고
모든 인생의 사이클을 곡선으로 만드는
생명의 에너지이나이다.
하늘에서 비는 내리지만 지하수는 사람이 파야 하듯이
우리 모두의 인생은 주어진 굴곡의 삶속에서
스스로 지하수를 개발해내는 사람만이
아픔과 고통, 실패와 좌절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나이다.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면서
자신을 위해 태양을 존재하게 하듯이
생명의 구조적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방법을 가르치시어
비가와도 웃고 태양이 떠도 웃는 들꽃처럼
자식의 인생 또한 어떠한 상황 한가운데에서도
스스로 항상 웃게 키우소서.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모두 고개를 돌리듯이
부모는 자식을 따라 웃고 자식을 따라 우나이다.
넘어지지 않게 극진히 보호하는 부모는
자식 때문에 평생을 울게 되고
넘어져도 일어나는 방법을 가르친 부모는
자식 때문에 남은 인생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나이다.
자주 넘어져본 사람은 일어나기도 쉽지만
거의 넘어져 본 일이 없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를 입게 되나이다.
자식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반으로 줄이소서.
그 반을 자식의 주체적 영역의 권리로 인정하시고
몇 발짝 물러서시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자식의 인생을 덤덤히 지켜 보소서.
넘어져도 쉽게 도와주지 마시고
아파도 밤샘 간호를 자제하소서.
지구가 태양풍의 독소를 스스로 막을 수 있는 힘이 있듯이
내 자식 또한 지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어려운 상황을
견디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시고 존경해 주소서.
많이 넘어져 본 사람이 쉽게 일어나듯이
넘어지는 나의 자식을 일으켜 세워 주지 마시고
커튼 뒤에 숨어서 스스로 일어나도록 들리지 않는 소리로
애절한 기도를 바치소서.
부모는 자식을 낳으면 책임을 져야 하나이다.
자식의 부귀영화를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진정한 생의 완성을 책임지는 것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2012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