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2년 7월 묵상카드

새는 좋아도 울고 슬퍼도 울지만
꽃은 좋아도 웃고 슬퍼도 웃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한 평생을 살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나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엮어 가면서
고통스러워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나이다.

높은 산과 낮은 산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 섬과 저 섬이 서로 달라도
바다 아래에서 하나이듯이
우리의 인생여정 속에 기쁨과 슬픔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나이다.

기쁠 때가 있으면 슬플 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으면 기쁠 때가 있나이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울 수도 없지 않나이까?

오늘은 내가 울고 네가 웃지만
내일은 네가 울고 내가 웃나이다.

들판의 꽃도 이 꽃이 피면 저 꽃이 지고
저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이 피나이다.

그래서 들판은 서로 다른 꽃들이 피고 지면서
겨울이 오기까지 마냥 행복하기만 하나이다.

지구촌의 들판에 저 사람의 인생이 지면
내 인생이 피어나고 나의 인생이 지면
또 다른 인생들이 자리를 메우면서
하늘에서 본 지구처럼 우리 모두의 인생은
참으로 아름답기만 하나이다.

피고 지지 않는 꽃은 생명이 없듯이
행복과 고통, 성공과 좌절이 함께하지 않는 인생은
죽은 시간들이나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면서 모든 생명이 푸르듯이
우리 모두의 인생들도 서로의 자리가 바뀌어 가면서
우리 모두가 아름다울 수 있나이다.

심장 모니터의 그래프처럼 높고 낮음의 굴곡 속에
내가 살아 있을 수 있듯이
우리 각자의 인생 또한 평탄한 수평선이 아니라
웃음과 눈물, 고통과 기쁨, 불안과 편안함
구속과 자유, 외로움과 풍요로움이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내가 살아있을 수 있나이다.

들에 핀 꽃들은 비가와도 웃고
하늘이 맑아도 웃나이다.

들에 핀 꽃들은 바람이 불어도 웃고
바람이 멈추어도 웃나이다.

이처럼 우리들도 비가와도 웃고
날씨가 맑아도 웃으며
바람이 불어도 웃고
바람이 멈추어도 웃어야 하나이다.

아픔과 고통, 외로움과 좌절, 비난과 부끄러움을
제대로 소화하고 나면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아파해도 웃는 것 같고
내가 슬퍼해도 웃는 것처럼 보이나이다.

꽃들이 번갈아 피고 지면서
아름다운 들판을 만들어 내듯이
명예와 비난, 빈곤과 풍요를
용기 있게 받아들인 사람의 얼굴은
마냥 편안한 미소로 사람들에게
행복과 평화의 들판을 선물하나이다.

모든 생명의 이치가 이러할진대
뭇사람들은 내가 행복해도 너는 웃지 않고
내가 아플 때에도 너는 울지 않는다고 불평하나이다.

나아가 뭇사람들은 내가 이러저러한대 박수치지 않고
내가 이러하고 저러한대 동정하지 않는다고
원망만 쌓아가나이다.

집 뜰에 해바라기를 심으면
담장너머 태양을 향해 모두 고개를 돌이듯이
내 중심으로 나의 방식대로 주변사람들을
평가하고 맞추려고 하다보면
내가 웃어도 관심 없고
내가 울어도 바라보지 않게 되나이다.

모든 인생의 해바라기들이
나를 향해 피어나도록 하고 싶으시면
태양처럼 언제나 웃어야 하나이다.

태양이 절대 강자이면서
작은 꽃잎의 연약함을 무시하지 않고
그림자를 만들어 주듯이
높고 낮은 사람, 부자와 가난한자, 환자와 건강한 자
좋은 사람과 싫은 사람 모두를
똑같은 사랑으로 대해야 하나이다.

인생의 심한 굴곡과 외로움과 풍요를 잘 극복한 사람…….

구름위의 태양처럼 마냥 웃고 있나이다.
참으로 진정한 행복과 평화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나를 보고 판결을 내리는 것이나이다.

나는 아파도 이웃은 나를 보고 웃는다 하고
내가 외롭게 오솔길을 홀로 걸어도
남들은 나를 보고 기도한다고 하나이다.

내가 마음껏 웃어도 이웃은 나를 보고 손가락질 하지 아니하며
내가 군중 속에 둘러쌓여 박수를 받아도 질투하지 않나이다.

쓴 것과 단것을 선택하지 않고
모두 소화시켜온 사람의 인생의 얼굴은
들꽃처럼 비가와도 웃고 태양이 떠도 웃나이다.

어떠한 상황 앞에서도 편안한 얼굴…….
진정한 생의 승자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 2012년 7월 들꽃마을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