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2년 6월 -
똑같은 달걀이라도 품으면 생명이 되고
품지 않으면 음식이 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모든 세상 사람들은 관계 속에 존재하나이다.
관계는 호흡과 같은 것이어서
나는 너를 통해 너는 나를 통해
마음의 숨을 쉬나이다.
나는 너 없이는 숨을 쉴 수가 없고
너 또한 나 없이는 심장을 뛰게 할 수가 없나이다.
우리는 풍요로운 물질문명 속에서
서로의 존재가 연약해지면서
관계는 미움과 고통의 상황으로
바뀌어가고 있나이다.
혼자사는 가정이 날로 늘어나고 있으며
평생을 약속한 부부관계도 조그마한 고통 때문에
쉽게 끊어지고 마나이다.
요즈음의 우리사회는 코로는 숨을 쉬고 있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호흡을 멈추어 버린
화려한 마네킹 같은 사람들로 거리가 꽉 메어지고 있나이다.
네온사인이 가득한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중
열 사람을 붙들고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한명만 그렇다고 대답하나이다.
진실로 우리는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왜 행복한 척 하면서 화장품가게와 옷 가게
그리고 이름난 음식점을 찾아다니고 있나이까?
이렇게 저렇게 행복한 척하고 살다가
드러내 놓고 술 마시고 남모르게 약을 먹으면서
지친 세월을 메워 가고 있나이다.
결국 이러한 삶의 끝은 정신질환이나 각종 암
더 나아가 자살로 이어지고 있나이다.
참으로 행복해지고 싶으시면 코로 숨을 쉬지 말고
마음으로 원활한 호흡을 해야 하나이다.
코는 생명의 일부이고 심장은 생명의 중심이기 때문이나이다.
마음이 편하면 심장도 정상으로 뛰고
호흡도 편해지며 행복감도 맛볼 수 있게 되나이다.
나는 너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너는 나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나이다.
너와 내가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너와 내가 똑같이 활기찬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서로를 품어야 하나이다.
내가 너를 품기 위해서는 내 몸 안의 암덩어리를 도려내듯이
내 존재 안의 악성을 씻어내어야 하나이다.
내가 참으로 더럽고 하잘것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다음에야
너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 멈추게 되고
나의 공격이 멈춰질 때 그 사람은 나를 향하여
맥 빠진 고개를 돌리게 되나이다.
너와 내가 더러우면 내 몸부터 씻는 것이 순서이나이다.
내 마음과 내 영혼의 더러움을 눈물과 겸손으로 씻어내고 나면
맑은 거울에 사물이 정확하게 비치듯이
상대방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게 되나이다.
있는 그대로 보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생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따뜻함이나이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사랑이라 말하나이다.
사랑은 비난하지 않나이다.
사랑은 공격하지 않나이다.
사랑은 오랫동안 기다리나이다.
사랑은 슬퍼하지 않고 아파하나이다.
사랑은 고민하지 않고 계속 달려가나이다.
사랑은 내일의 행복보다 오늘의 어려움을 지고 가나이다.
사랑은 너와 나의 안전거리를 조심스레 유지하나이다.
사랑은 아무도 모르게 오늘도 자신의 존재를 침묵 속에서
열심히 씻어 가나이다.
속이 깨끗하면 겉도 따뜻하며
속이 더러우면 겉도 차갑나이다.
참으로 겸손하신 님이시여,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면 낮에는 나무라시고
밤에는 자신의 몸을 씻으소서.
밤에는 내가 더럽다는 것을 아무도 볼 수 없나이다.
오늘도 불덩이 같은 태양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나이다.
지금부터 나를 위한 따뜻한 물을 데우소서.
내가 진정으로 깨끗하고 편하고 따뜻해야
달걀을 생명으로 만들어 갈 수 있나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나이다.
고맙습니다.
2012년 6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