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2년 5월 묵상카드

- 단상5월 -

작은 사람은 말로써 자신을 주장하고
보통 사람은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큰 사람은 시간이 자신을 드러나게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자신이 진실하다는 것을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상대에게 관철시키려 하나이다.

수많은 인공위성이 하늘에 떠있는 현대사회에서
각종기기를 이용하여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려고 하나이다.

하지만 꽃이 피고 지고 열매가 맺혔다가 떨어지는 것처럼
이들의 말은 뭇사람들의 입에 의해 피었다가
또 다시 쉽게 지고 마나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주장이나이다.

우주와 같은 자신의 큰 존재를 말로써 모두 표현 한다는 것이……?

행동으로 자신을 과시하려는 사람들도 많나이다.
자신의 방문을 안에서 잠근다든가
무언의 시위로 일주일을 거든히 지내며
밥상에 앉아서 젓가락으로 밥알을 끼적거리기도 하나이다.

더 나아가 가출을 한다던가, 이혼을 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목숨을 끊기도 하나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행동으로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려 들지만
함께 있는 사람들은 끝없는 고통으로
눈물의 나날을 지내게 되나이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사람은
물리적인 압박으로 사람들 속에 홀로 남게 되나이다.

왜냐하면 요즈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에도 빠듯한 세상에서
결코 인내 로이 그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나이다.

그러나 참으로 큰 사람은 시간이 자신을 드러나게 하나이다.
밤하늘의 별들은 어두운 하늘 가운데에
태양이 자신들을 드러나게 하며
산속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들꽃들은
사람들이 예쁜 이름을 붙여 그림책에 담아두나이다.

수백 년 전의 생활 속의 그릇하나도
역사책 속에 기록되어 보존되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들은 자신을 끝없이 주장하다가
한줌의 재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마나이다.

참으로 진실하신 님이시여,
사람들의 현재의 생각 속에 자신을 새기려 하지 마시고
그들의 기억 속에 인생의 흑백사진을 남기소서.

사랑은 영원하나이다.
내가 사랑일 때 사람들은 나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며
내가 사랑일 때 이중적인 세상도 함께 박수를 칠 것이나이다.

자신을 세상과 우주의 순리에 맡기소서.
우주의 역동적인 역학 관계에서 지구가 만들어졌고
지구는 또 다시 45억년의 자구적인
생명의 진화 속에서 나를 만들었나이다.

내가 세상을 만들은 것이 아니라
우주와 지구가 나를 만들었나이다.

만들어진 것이 만든 존재를 차지할 수 없고
만들어진 존재가 만든 존재에게
나의 인생에 이렇게 저렇게 들어오라고
명령할 수 없나이다.

자신의 이기적인 인생 술잔에 세상을 요령껏 담으려는
어리석은 잔꾀는 빨리 포기해야 하나이다.

오늘부터 시작하소서.
우주와 세상의 불변적인 이치는 사랑이나이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것이나이다.
우리가 인생의 실패를 수없이 경험하는 것은
주지도 않고 받으려고 하기 때문이나이다.

먼저 희생하고 사랑한다고 말하소서.
먼저 사랑을 주고 그 사람의 사랑을 기다리소서.

내가 아파하면서 그 사람의 웃음을 기다리고
내가 수고의 땀을 흘리면서 그 사람의 행복을 설계하소서.

밭을 일구는 데는 일 년이 걸리고
씨앗을 뿌리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하지 않나이까?
무엇이 그다지도 힘들고 아프나이까?

태양도 내 것이고 수많은 별들도 모두 내 것으로 주어졌는데
무엇이 모자라 한없이 바라나이까?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다보면
빗소리, 바람소리, 벌레우는 소리에도
환희가 가득한데 우리는 왜 행복하지 못한지…….

십 만분의 일 밖에 안 되는 암세포가 정상세포를 다 죽이듯이
나의 조그만 이기적인 악성이 우주와도 같은
영원한 생명체인 자신을 다 죽일 수 있나이다.

님께서는 세상과 우주에서 영원히 한명 밖에 없는
귀하디귀한 절대적인 존재이나이다.

힘드시더라도 오늘 하루를 지금 한 시간을
사랑의 우주적 섭리에 맡기시어 스스로 행복하시면서
마지막 사람 한 사람의 기억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마소서.

시간 속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시는
고마우신 님께 감사를 드리면서…….

2012년 5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