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2년 3월 묵상카드

- 단상 2012년 3월 -

감기 몸살에 약이 없듯이
마음의 고통에도 약이 없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사람들은 감기 몸살에 걸리면 의례히 병원을 찾나이다.
주사를 맞고 약을 지어 먹어도 감기는 좀처럼 낫지 않나이다.

결국 감기 몸살은 의학으로 고치는 병이 아니라
시간이 해결하는 병이나이다.

왜냐하면 우리 육신의 면역성을 키워주고 강화시키기 위해
주어지는 육신의 아픈 고통이기 때문이나이다.

감기를 가끔 앓는 사람은 큰 병이 잘 오지 않으며
감기 몸살을 전혀 하지 않는 건강한 사람은
큰 병이 오면 감당하기 어렵나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과 영혼의 아픔도
육신의 감기 몸살과 꼭 같나이다.

육신과 마음 그리고 세상과 우주를 지배하는
이치는 하나이기 때문이나이다.

우리는 마음의 고통이 오면
그 것이 마음과 영혼의 단련을 위해
주어지는 아픔이라 생각하지 않고
그 원인을 따져 상대방을 공격하면서
쉽게 등을 돌리게 되나이다.

어떤 때는 평생 동고동락을 함께해야 하는
혈연과의 관계마저도 위험수위까지 끌고 가나이다.

사랑을 해도 모자라는 짧디 짧은 인생의
네거리 한 복판에 서서 긴장과 불안을 끌어안은 채
외로워하고 힘들어 하나이다.

님이시여,
빨간불이 켜져 있는 위험한 사거리 한복판에 서 있지 마시고
천천히 횡단보도를 따라 인도로 옮겨 오소서.

님께서 서 계시는 곳은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차가 다니는 곳이나이다.

몸의 감기가 의사에 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마음의 고통 또한 그 누구에 의해 원조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 감당해야 하나이다.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삶의 에너지로 바뀌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의 고름으로 자라나나이다.

아무리 좋은 승용차라도 기름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듯이
제 아무리 훌륭한 나의 계획도 삶의 에너지가 없으면
달성될 수가 없나이다.

삶의 에너지는 분명 물질이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고통에서 만들어 지나이다.

이 고통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오늘과 내일을 이어가기 위해 주어지는 아픔이며
필연적인 과정이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안간힘을 쓰다가
오히려 고통의 무덤 속에 묻히고 마나이다.

오늘의 고통을 감내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내일의 기쁨을 맞을 자격이 없나이다.

우리의 육신 속에 암세포가 함께 존재하듯이
우리의 마음 밑바닥에 고통을 유발하는 악성을
스스로 지니고 있음을 시인하시면 얼마나 좋겠나이까?

지구가 매일 빠른 속도로 돌면서 나의 숨이 멈출 때 까지
나의 악성을 흔들고 있나이다.

참으로 정직하신 님이시여,
마음의 고통을 피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아파할 수밖에 없지 않나이까?

고통스러우실 때는 아무 생각 마시고
이불을 덮어 쓰고 마냥 아파하소서.

영혼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드실 때는
감기처럼 뜨거운 진땀으로 나 자신의 존재를
흠뻑 적시소서.

그렇게 또 그렇게 하루를 지내다 보면
님의 고통이 삶의 의지와 인내, 투지와 열정의 에너지로
바뀌어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나이다.

마치 동식물이 썩어서 땅속의 검은 원유가 되듯이
순수한 고통으로 님의 검은 악성을 정화시켜
깨끗한 에너지로 변화 시키소서.

무엇을 변화시키고 바꾸는 것은
이론이나 계획이 아니라 에너지이나이다.

권력이나 물질의 힘보다 이 한 방울의 에너지가
참으로 소중함을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나이가 되었나이다.

고통을 이겨내고 인생의 힘을 보강할 수 있도록
진정하고 힘 있는 사람과 항상 함께 하소서.

큰 도움이 될 것이나이다.

님이시여,
저희 가난한 사람들이 깨끗한 기도로써
님 곁에 언제나 머무르겠나이다.

고맙습니다.

2012년 3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