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11월 묵상카드

- 단상 2011년 11월 -

나무는 보고 숲을 못 보듯이
죄만 보고 그 사람의 존재는 보지 않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는 너와 나의 죄에 대해 너무나 민감하나이다.
너의 죄 때문에 힘들어하고
나의 죄 때문에 아파하나이다.

너의 변화의 기다림에 지쳐있고
나의 부동적인 습성 때문에 화가 나나이다.

‘첫눈이 오는 날부터 고쳐야지…….’
‘따뜻한 봄날 나무에 싹이 트면 변화겠지’ 하면서 오늘을 건너가지만
내일도 모래도 오늘과 똑같은 아픔뿐이나이다.

우리가 이처럼 고통과 아픔의 반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은
머리로써 그것을 풀려하기 때문이나이다.

머리는 기계적이고 수학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감성과 지성의 존재인 인간 모두를
절대로 풀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나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무한한 우주 속에 유일무이한
절대적 범위와 가치를 지닌 소중한 그 무엇이기 때문이나이다.

마치 과학이 우주의 일부분만 설명할 수 있는 상황과 비슷하나이다.

그러하오니 님이시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마시고
해결되도록 해야 하나이다.

부채를 부친다고 꽃을 피울 수 없듯이
나는 너를 변화시킬 수 없고 나 또한 나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부족하나이다.

나는 네가 전부이고 너는 내가 전부인 선의 관계로 이어가기 때문에
긴장과 불안이 계속 이어지나이다.

선은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안정감이 없으며
또한 변화의 에너지를 보유할 수가 없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그 무엇이
현실화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삼각공간을
형성해야 하나이다.

콩과 밭만 가지고 수확을 계산하는
어리석은 인생의 구도를 버리시고
햇볕과 비 그리고 바람도 함께 끼워 넣으소서.

자연과 우주의 에너지를 님의 가정과
각자의 인생계획에 합치소서.

이 자연과 우주의 구조적 에너지가 지구를 만들고
나를 만들었듯이 이 힘만이 나를 바꾸고
너를 변화시킬 수 있나이다.

생명이 살지 않는 달의 존재가 조석으로 간만의 차이를 만들듯이
자기 탓 없이 고통당하는 가장 버림받은 사람과의 연결이
나와 너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하나이다.

이렇게 버림받은 사람들은 이 사회 속에
그리고 나의 인생 계획에 참으로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지지만
이들은 인간 계층 간의 생태계를 받쳐주는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역할이나이다.

달이 사라지면 지구가 종말을 맞듯이
이들이 사라지면 나 또한 존재할 수가 없나이다.

진실하신 님이시여,
이들을 받아들이시어 나의 인생을 불안한 선에서
안전한 공간으로 만들어 가소서.

너와 나 그리고 그 사람이 함께하여 삼각형이 되며
이 삼각형 공간이 다름 아닌 사랑의 구조이나이다.

너를 변화시키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소서.

나를 바꾸고 싶으면 그 사람의 존재를 소중히 여기소서.

물살이 센 강물에 송사리가 살 수 없듯이
사랑의 인생 공간에 이중적인 피라미들이
결코 견딜 수가 없나이다.

내가 사랑으로 있을 때 나는 우주적 힘을 얻게 되며
이 우주적 힘은 비바람 속에서도 작은 들꽃을 키워가듯이
나의 인생을 내가 바라는 대로 만들어 갈 것이나이다.

어떤 사람이든 어떤 일이든 직접 하면서 고민하거나
힘들어하지 마시고 가난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쉽고 편안하게 달성하소서.

나의 일과 나의 사람이 지금 변화되고 이루어지고 있음을
님께서 직접 확인하고 계시지 않나이까?

너와 나의 존재에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았으면 참 좋겠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1년 11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