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상 2011년 10월 -
큰 나무 아래에 작은 들꽃이 자라듯이
가난한 사람들의 人生에 빛을 모두 가리면 안 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생명의 원천인 물은 지구상에 약 70% 정도가 되나이다.
물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흐르고 흐르나이다.
물방울이 쏟아져 산과 들의 생명들을 살리고
계곡에서 계천으로 계천에서 강으로
강에서 바다로 흐르나이다.
바다는 수증기가 되어 구름을 만들고
구름은 흘러서 본래의 산과 들의 자리로 되돌아오나이다.
오, 아름다운 생명의 활동이여!
오, 아름다운 생명의 흐름이여!
오, 신비로운 생명의 합창이여!
그런데 어느 곳에는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나고
어느 곳에는 비가 오지 않아 갈증을 호소하나이다.
한 쪽에는 물이 많아서 난리이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물이 모자라 아우성이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은 여전히 지구상에 70%로 변함이 없나이다.
이 세상의 재화는 물과 같이 70%로 한정이 되어 있나이다.
재물은 생명과 같아서 물처럼 쉼 없이 흘려보내야 하나이다.
재물 또한 비처럼 내려서 풍요로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방울 한 개가 아쉬워 꺼져가는 생명도 많나이다.
이렇게 풍요와 빈곤이 공존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는 피할 수 없는 구조이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조 속에 놓여 있기 때문에 높은데서 낮은 데로
부요한 곳에서 가난한 곳에로 끊임없이 흘러야
내가 살 수 있고 당신 또한 살 수가 있나이다.
누가 뭐래도 모든 생명체는 먹이 사슬에 엮여 있나이다.
바다의 플랑크톤은 멸치에게 먹히고
멸치는 꽁치에게 먹히며
꽁치는 상어에게 먹히나이다.
들판의 푸른 풀은 사슴에게 먹히고
사슴은 사자에게 먹히면서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게 되나이다.
사회속의 사람들의 관계구조도 이와 마찬가지나이다.
권력층과 재벌층, 상류층과 중산층
그리고 서민층과 들꽃층 더 나아가 아프리카 층까지
어김없는 먹이 사슬의 관계로 모든 인생들이 연결되어 있나이다.
이 계층들 중 어느 하나가 없어지면
먹이사슬이 끊어져 공멸하게 되나이다.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심한 기근이 드는 나라가 있고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장애인이 태어나나이다.
이들은 마치 사자들에게 잡혀 먹히는 물소떼 중의 한 마리처럼
먹이 사슬을 이어주는 귀하디 귀한 희생적 존재들이나이다.
참으로 지혜로우신 님이시여,
가지고 있는 재물은 많든, 적든
더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야 하나이다.
냉장고에 잘 보관된 음식도 유통기간이 지나면 버리듯이
잘 보관된 금고안의 재물도 제때에 쓰지 않으면
모두 썩어 버리나이다.
인류의 재물은 물처럼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래 가두어 두면 가두어 두는 그 병이 깨어져
또 다른 사람에게 흐르도록 공존을 유지 발전시키는
우주와 자연의 힘이 스스로 작용하게 되나이다.
재물은 물처럼 절대 썩지 않으며
다만 다른 곳으로 흐를 뿐이나이다.
따라서 님이시여,
재물을 오래 가두어 두다가
人生의 병이 깨어지는 수난을 겪지 마시고
뚜껑을 열고 가난한이들에게도
목을 적실 수 있도록 한 잔 따라 주소서.
자연이 큰 나무 아래에 있는 들꽃들의 생명도
똑같이 귀하게 여기듯이
님께서도 버려진 사람들의 목마른 인생 텃밭에
귀하디 귀한 물방울을 뿌려주소서.
이러한 님의 사랑과 생명의 행위는
공존의 바퀴에 윤활유이며
모든 생명체들의 합창소리의 지휘봉이나이다.
과일나무가 스스로의 열매를 따 먹을 수 없는 것처럼
님의 희생적인 사랑의 열매들을
님의 자녀들이 반드시 따먹게 될 것이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1년 10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