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9월 묵상카드

- 단상 2011년 9월 -

보자기를 접으면 주머니에 들어가지만
보자기를 펴면 여러 개의 물건을
한꺼번에 들 수 있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태초에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물체가
대폭발을 일으켜 우주가 생겼나이다.

이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나이다.

과학자들은 태초의 폭발을 두고
‘빅뱅(대폭발)’이라 일컫나이다.
그렇다면 이 무한한 우주를 다시 모으면
손톱만한 크기로 되돌아간다는 이론이 성립되나이다.

이 무한한 우주의 끝도 없는 별들 중에
생명이 존재하는 곳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즉, 지구뿐이나이다.

태양계에 속해있는 수성, 금성, 목성 등의 별들은
지구에 생명을 만들어내고 성장ㆍ발전시키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들이나이다.

태양계 안에 그 어느 작은 별도 없어지면
지구 또한 존재할 수가 없나이다.

따라서 태양계뿐만 아니라 태양계 밖의
무한히 펼쳐져 있는 우주는 오로지 지구를 위해서
저 마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활동하고 있나이다.

누가 뭐래도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지구의 주인은 사람이나이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우주의 중심은 나 자신이나이다.

따라서 나는 우주의 축소판이며
빅뱅이전의 무한한 우주의 에너지를 지닌
유일무이한 고귀한 존재임이 분명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자신들은 자신들의 욕심에
무한한 존재의 능력과 에너지를 가두어 놓고
세상과 우주를 향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밀어붙이고 있나이다.

그러다 보니 매사에 행복하지 못하고
걱정과 불안, 권모술수와 획책의 반복 속에
각종 질병과 실패의 아픔을 경험하게 되나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어리석은 인생들이나이다.

이러한 백팔번뇌의 고리를 끊고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고 자유스러우려면
자아(自我)의 문을 열어 놓으면 되나이다.

자아(自我)의 문을 열어 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나이다.

본인의 주권만 포기하면 자신안의 압축된 에너지가
세상과 우주와 접촉하여 계획하는 것 모두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나이다.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사람은 원래부터 만들어진 존재이나이다.

‘빅뱅(대폭발)’을 통하여 우주가 만들어 졌고
우주의 모든 별들의 관계구조 속에서 지구가 만들어 졌으며
45억년의 지구의 쉼 없는 진화 가운에
나 자신이 만들어 졌나이다.

만들어진 존재가 만든 존재의 주인 역할을 할 수 없으며
만들어진 존재가 만든 존재의 구조를
나를 위해 바꾸라고 명령할 수가 없나이다.

이는 마치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은
지구와 나를 위해 그러하지만
내가 태양을 보고 뜨고 지라고
명할 수 없는 이치와 같으나이다.

따라서 님이시여,
우리는 참으로 겸손해야 하나이다.
겸손하기 위해서 우리를 만들어 준 존재를 향해
대항하지 말고 자존심을 포기하고
우주의 구조적 섭리에 순응해야 하나이다.

국민이 뽑아 준 대통령이 자신만의 아집과 고집을 꺾고
백성들의 뜻에 맞추어 정책을 펼치듯이
우리 각자도 그러해야 하나이다.

누가 뭐래도 우주와 세상의
구조적 섭리와 힘은 사랑이나이다.

사랑을 하면 우주를 얻을 수 있고
우주와 같은 통치자가 될 수 있나이다.

자신의 인생 보자기를 자존심으로
꼬기어서 접어 두지 마시고
자신의 거실 바닥에 활짝 펴서
다림질 하시지 않으시겠나이까?

우주와 같이 넓으신 님이시여!
우주의 중심이신 귀하디귀한 님이시여,

열 번 중에 한번만 용서하소서.
다시는 보기 싫은 사람에게 한번만 전화를 걸어 주소서.

내가 가진 것 열개 중에 한 개만 가난한 사람에게 건네소서.
머리가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러워도
그 사람에게 이해한다고, 인정한다고, 사랑한다고 한마디만 해 주소서.

그러면 우주의 구조적 에너지와 힘이
님의 인생계획에 그대로 합쳐질 것이나이다.

님이시여!
우리는 언제나 행복하고 자유로우며
영원히 살면서 우주와 벗이 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잊지 마소서.

지금이라도 주머니에 있는 보자기를 꺼내시어
두 팔이 끝나는 지점까지 활짝 펼치소서.

그러면 내일 아침부터 놀라운 님의 세상이 펼쳐지리이다.

참으로 사랑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1년 9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