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8월 묵상카드

- 단상 2011년 8월 -

장작불 한 개는 바람 속에 꺼지고
장작불 두 개는 꺼질 듯 말듯하며
장작불 세 개는 훨훨 타 오릅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인생을 살다보면 거친 바람이 부는 산도 없는
들판에 홀로 서 있을 때가 자주 있나이다.

어떤 사람은 이러한 역경 속에 쉽게 주저앉게 되고
어떤 사람은 안간힘을 써 보지만 일어서다가도 주저앉고
어떤 사람은 거친 바람을 뚫고 목적지로 힘차게 나아가나이다.

세 사람이 똑같은 환경 속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당하지만
이렇게 차이가 있는 것은 각자가 살아온 지난 과거의
관계패턴 때문이나이다.

사람이 공기 없이 살 수 없듯이
관계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나이다.

어떤 사람은 혼자 사나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가족과 직장과 사회에 속해 있으면서도
나 홀로 살아가나이다.

정작 이러한 사람은 스스로는 혼자가 아니지만
나중에 보면 혼자만 있게 되나이다.

매사에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며 명령적이면서도
자기주장을 굽힐 줄 모르며
끝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드나이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어린 시절 과잉보호를 받았거나
아니면 권력과 재물을 선하게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의
참으로 천한 권위이나이다.

홀로 있다 장작불이 꺼지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어두움과 추위에 떨면서 슬프고 아픈 인생을
살아야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두 사람만 사나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가까이 두고
싫어하는 사람은 멀리 하나이다.

자신을 존경하고 아껴주는 사람은 환대를 하고
자신을 미워하거나 비난하는 사람은
전화도 받지 않나이다.

이렇게 선택적인 관계를 고집하는 사람은
그 당시는 좋을지 모르나 상황이 바뀌면
쉽게 상대를 바꾸나이다.

이렇게 이 사람과 잠깐 동안 저 사람과 잠시 웃으면서
회전목마를 타고 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어지러우며
상황 판단이 흐려지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웃으면서도 행복이 없고
울면서도 슬픔이 없나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가슴 밑바닥에 깊은 불안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이불안은 다름 아닌 이중성의 활발한 활동에서
기인하나이다.

참으로 기회주의적이면서도 이기적이고
금방 웃었다가 금방 화를 내는 카멜레온과 같은
얼굴의 소유자이나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다분히 사적이며
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항상 불안하게 만드나이다.

어떤 사람은 세 사람이 함께 사나이다.

이러한 사람은 어떤 문제든 합의를 통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며 자신을 굽힐 줄 아는 겸손과
정의로 안내하는 통솔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나이다.

그리고 내가 소중한 만큼 네가 소중하고
너와 내가 중요한 만큼 그 사람 또한 귀하나이다.

역할과 위치에 상관없이 생명으로 똑같이 소중하며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존재로써 똑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나이다.

이러한 인생은 너와 나 그리고 그가
삼각형의 구도로 공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거친 바람 속에서 안전한 가옥과 같은 역할을 하나이다.

혼자 세운 빌딩은 언젠가는 무너지고
둘이 세운 계획은 어느 날 뒤틀리게 되지만
세 사람이 함께하는 피라미드의 집은
어떠한 테러분자도 부수고 들어 올 수 없나이다.

혼자 사는 사람은 정작 힘들 때 아무도 없고
둘이 살아온 사람은 어려울 때 예의만 갖추고 뒤돌아서며
셋이 함께 살아온 사람은 엄청난 환난 속에서도
함께하는 사람이 분명 있나이다.

참으로 귀하신 님이시여,
참으로 한번 뿐인 인생이여,
참으로 하나뿐인 님이시여,

나와 너 그리고 가난한이들과 함께하여
인생의 어떠한 희노애락의 바람도 스며들지 않는
안락하고 평화스러운 인생의 집을 지으셔서
언제 어디서나 평온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으면 하나이다.

지구와 태양 그리고 별들이 함께 있어
생명이 살고 뛰어 놀듯이
님의 인생에 가족이 있고 가난한이들이 있어
늘 행복하시리라 믿나이다.

참으로 크신 님이시여,
님께서는 우주의 이치와 활동을 꼭 닮은 인생을
구가하고 계시나이다.

출생의 목적을 님께서는 이미 완성하고 계시나이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2011년 8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