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6월 묵상카드

- 단상 6월 -

어두운 밤에 별이 보이듯이
고통스러울 때일수록 별을 찾아야 합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어린 시절 동산에 앉아 “별 하나 나하나, 별둘 나둘” 하면서
내일과 모레를 만들곤 했나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런 동화적인 아름다운 그림은 찾기가 어렵나이다.

낮과 밤이 따로 없고 피곤하면 밤이고
기운이 있으면 여전히 한낮이나이다.

요즈음 사람들은 낮과 밤의 구분이 따로 없듯이
고통과 기쁨 또한 뒤섞여 있는 듯 하나이다.

울다가도 금방 웃고 웃다가도 금방 우나이다.
미움과 증오 사랑과 기쁨이 함께 뒤엉켜
아스팔트 도로 위를 뒹구나이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살, 우울증, 각종 암과
약물과다복용에 쉽게 빠지게 되나이다.
우리는 이러한 혼란상태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나이다.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도 봄이면 싹이 나고
여름이면 무성하며 가을이면 잎이 지고
겨울이면 긴 침묵 속으로 들어가나이다.

자연에 속한 사람역시 새싹의 희망과 여름날의 왕성한 활동
그리고 가을날의 실패와 좌절이 왜 없겠나이까?

인생을 살다보면 너무나도 당연히 주어지는 굴곡이거늘
사람만이 이 순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나이다.

우리가 고통으로 심히 어두울 때 상대방의 작은 단점도
또렷이 보이기 때문에 미움과 증오는 깊어만 가나이다.

상대방의 작은 잘못이 용서 못할 큰 것으로 바뀌고
상대방의 사랑마저도 조롱과 무시로 여겨지나이다.

마치 선글라스를 쓰면 주변의 물체가 모두 검게 보이듯이
내가 나의 악성으로 몸부림 칠 때
아침이 와도 세상은 여전히 어둡기만 하나이다.

무슨 일이 님을 그렇게 힘들게 하나이까?
어떤 사람이 도대체 님의 얼굴에서 미소를 앗아 갔나이까?

별은 낮에도 떠있고 밤에도 떠 있나이다.
그러나 낮에 보이지 않고 밤에 보이는 것은
고통 가운데 희망의 능력이 실제로 커가고 있기 때문이나이다.

나무가 자신의 낙엽을 먹고 자라듯이
우리는 자신의 고통을 먹고 성숙해가는 고귀한 사람이나이다.

고통은 만질수록 커지고 따질수록 복잡해지나이다.
태어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가 있듯이
그 누구의 인생에도 영원한 고통은 분명히 없나이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마시고 그대로 내버려 두소서.

상대에게 논리 정연하게 공격하지 마시고
그 사람을 이제 그만 놓으소서.
상대를 그만 쳐다보시고 자신의 깊은 영혼을 찾으소서.

심은 씨앗이 꽃이 피기를 기다리듯이
그냥 그리고 마냥 기다리소서.

땅에 떨어진 씨앗이 꽃을 피우지 않고 지는 법이 없듯이
뺨을 때리고 싶은 그 사람이 꽃을 피울 때 까지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소서.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도 삭히면 좋은 거름이 되나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제몫이 있으며
역할 또한 엄연히 주어져 있나이다.

우리가 그 사람의 역할을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너와 나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나이다.

자신의 어두움에서 벗어나야 하나이다.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소화시키면 되나이다.

이 세상 그 어떤 사람도 그 사람이지 나는 아니나이다.
그 사람과 일 때문에 내가 죽지 말고 내가 살아 있어야
그 사람의 인생의 꽃도 볼 수 있지 않나이까?

참으로 사랑하는 님이시여,
어두운 밤에 분산한 시내를 벗어나
저와 함께 낮은 동산에 앉아 밤하늘의
별을 세지 않으시겠나이까?

팽이가 세게 맞아야 힘차게 돌듯이
내가 온통 상처투성이 일 때
나는 가장 활발하게 살아 있다는 사실을 꼭 깨달으소서.

지구는 수도 없는 상처의 반복 속에서 오늘도 돌고 있나이다.
그리고 살아 있나이다.
참으로 복된 어두움이여,
참으로 기쁜 아픔이여,
참으로 소중한 고통이여,

님이시여! 우리 모두는 지금 아프나이다.
우리 모두는 지금 살아 있나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기뻐해야 하나이다.

2011년 6월 들꽃마을 최영배(비오)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