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배 신부님 묵상카드
2011년 4월 묵상카드

단상 95 (11년 4월)

대기층이 있어 하늘이 푸른 것처럼
주체 층이 있어서 사람도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사랑의 님이시여,
우리가 보는 하늘은 파랗고 아름답나이다.
만약 대기층이 없다면 하늘은 까맣게 보이고
하늘에 대한 동경도 사라질 것이나이다.

대기층은 지구와 우주 사이에서 호흡의 기능을 갖추고 있나이다.
태양열을 100% 받아들이고 또 다시 30%정도는 대기권 밖으로
내어 뿜은 작업을 하고 있나이다.

대기층이 없다면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도
나 자신도 없을 것이나이다.

왜냐하면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이나이다.

그래서 대기층은 지구를 보호하는
생명의 방패 막과 같나이다.

이렇게 지구의 생명적 구조와 환경 속에서
45억년의 진화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바로 사람이나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보호막이 있게 마련이며
이 보호막이 다름 아닌 저마다의 주체영역이나이다.

사랑은 너와 나의 행복의 기준이나이다.
사람은 이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하고 아파하며 고통스러워하나이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힘들어 하는 이유를 아시나이까?

그것은 내가 너의 주체영역을 침범하고
나 또한 주체영역을 공격당하기 때문이나이다.

주체영역이란 자신이 판단하고 결정하여 행동에 옮기는
자신만의 고유한 자유공간이나이다.

사람은 이러한 고유한 절대적인 주체영역을 보유하면서
우주와 그리고 절대자와의 관계를 단독으로 진행해가는
고귀한 존재 그 이상의 가치이나이다.

사랑은 참으로 생명과 인생의 중심인 소중한 그 무엇이나이다.
그러나 사랑의 명분으로 상대방의 주체영역을 뚫고 들어가면
그것은 무서운 무기가 되나이다.

사람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가 바로
주체 영역을 침범당할 때 이나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나란 존재가 없어지기 때문이나이다.

마치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처럼 너무 가까이 가시지 마시고
그렇다고 너무 떨어져 계시지 말아야 하나이다.

아무리 상대가 답답하고 짜증스럽고 한심하더라도
너와 나의 적절한 간격을 고수해야 하나이다.

그러면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서로가 웃게 될 것이나이다.

지구는 태양과의 관계에서 충분한 자생력을 지니고 있나이다.
지구 속 중앙 깊은 곳에는 핵이 있어서
자기력을 발생하나이다.

이 자기력은 자기 마당을 형성하여 생명을 말살시키는
태양풍의 영향을 대기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나이다.

그리고 또한 바닷물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끊임없이 흐르면서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며 지각 판을
서로 이렇게 저렇게 맞추면서 산소의 농도를 적절하게 유지시키나이다.

이러한 지구의 환경에서 만들어진 사람 또한
저마다 엄청난 자생력을 지니고 있나이다.

사람은 이 자생력으로 자신의 생명과 인생과 영원함을
가꾸어 갈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나이다.

그래서 님이시여,
그 사람의 자생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면 아니 되나이까?

아무리 꼴사나운 모습이라도 스스로 주체적으로
변화될 때 까지 참아 주시면 아니 되나이까?

그 사람의 주체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나이다.

우리는 자신의 머리카락하나도 본인의 의지대로
만들 수 없는 존재임을 인정한다면 타인의 변화도
나 자신의 영역이 아님을 솔직히 고백해야 하나이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번개도 치고 폭풍도 일어나며
뜨거운 햇볕아래 갈증도 일어나나이다.

그래도 꽃은 피고 열매는 풍성하며
가늘 하늘은 높기만 하나이다.

참으로 귀하신 님이시여,
인생 내내 늘 행복하셨으면 정말 좋겠나이다.

2011년 4월 최영배 (비오) 신부 드림